배구
[마이데일리 = 이정원 기자] 드디어 恨을 풀 기회가 왔다.
흥국생명은 2023년 2월 모두를 깜짝 놀라게 할 소식을 전했다. 권순찬 감독이 떠난 이후 팀의 중심을 잡아줄 선장을 찾지 못했던 흥국생명은 세계적인 명장 마르첼로 아본단자 감독을 새 감독으로 선임했다.
아본단자 감독은 필립 블랑 현대캐피탈 감독과 더불어 V-리그에서 화려한 커리어를 자랑하는 감독 중 한 명이다. 1996년 본격적으로 지도자 생활을 시작한 아본단자 감독은 2003년 이탈리아리그 스카볼리니 페사로에서 처음 감독직을 맡았다. 2011년부터 2014년까지는 불가리아 국가대표팀 감독직을 맡은 바 있다.
특히 2013년부터 2017년까지 튀르키예리그 페네르바체에서 김연경과 함께 했던 시절이 그의 전성기였다. 2014-2015, 2016-2017시즌 튀르키예리그 우승, 2015-2016시즌에는 유럽배구연맹(CEV)챔피언스리그 우승을 경험했다. 2013-2014시즌에는 CEV컵 우승컵도 들어 올렸다.
이후에도 아제르바이잔 라비타 바쿠, 이탈리아 자네티 베르가모, 캐나다 국가대표팀, 폴란드리그 등에서 경험을 쌓았으며 흥국생명 오기 직전까지도 튀르키예리그 튀르키예항공 팀과 그리스 여자배구 대표팀 감독직을 겸해왔다. 그래서 아본단자 감독 부임 후 김연경은 "많은 감독님들이 놀라셨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감독님이 오셨기 떄문이다"라고 했다.
아본단자 감독은 부임 후 흔들리던 흥국생명의 중심을 빠르게 잡았다. 2022-2023시즌 정규리그 1위에 오르며 흥국생명 팬들을 기쁘게 했다. 그러나 기쁨은 잠시뿐이었다. 2018-2019시즌 이후 4년 만에 정상에 오를 줄만 알았지만 아니었다. 한국도로공사와 챔피언결정전 1, 2차전을 먼저 잡았지만 3, 4, 5차전을 내리 내주며 고개를 숙였다. V-리그 사상 첫 리버스 스윕 우승의 희생양이 되고 말았다.
2023-2024시즌 역시 마찬가지. 우승후보라는 말이 무색하게 힘을 내지 못했다. 옐레나 므라제노비치(등록명 옐레나)가 태도 논란 속에 팀을 떠났고, 대체자로 온 '메이저리그 레전드의 딸' 윌로우 존슨(등록명 윌로우)도 이렇다 할 활약을 펼치지 못했다. '배구여제' 김연경이 고군분투했지만 김연경의 활약만으로 우승을 가져올 수 없었다. 정규리그를 2위로 마친 후, 플레이오프에서 정관장 레드스파크스를 꺾으며 챔프전에 갔으나 현대건설에 패했다.
유럽에서 화려한 커리어를 자랑하던 아본단자 감독은 V-리그에 와서 2년 연속 준우승이라는 아쉬움만 남겼다. 도로공사와 현대건설이 우승 세리머니를 펼칠 때 박수만 쳤다.
올 시즌을 앞두고는 FA 시장에 나서기보다 트레이드를 통해 전력 보강을 꾀했다. 약점이라 꼽히던 세터와 리베로 포지션을 보강했다. 경험 있는 세터 이고은을 데려왔고, 은퇴한 김해란의 대체자로 신연경을 4년 만에 다시 불러들였다. IBK기업은행으로 떠난 이주아의 빈자리는 아시아쿼터로 메웠다.
여전한 김연경에 정윤주와 김다은이 기량을 만개했다. 아시아쿼터 아닐리스 피치(등록명 피치)가 중앙에서 기대 이상의 활약을 해주고 있고, 이적생 이고은과 신연경도 힘이 되고 있다. 투트쿠 부르주 유즈겡크(등록명 투트쿠) 부상으로 위기가 올 줄 알았지만, 이전 시즌들과는 달랐다. 하나가 되어 위기를 이겨냈다.
흥국생명은 팀 창단 최소 14연승을 기록했고, 최근 리그 5연승과 함께 선두 자리를 굳건히 지키고 있다. 특히 4라운드 마지막, 5라운드 첫 경기 상대였던 정관장을 모두 잡은 게 의미가 있다. 흥국생명은 승점 58(20승 5패). 2위 현대건설(승점 50 16승 8패)과 승점 8 차이. 정관장과 2연전을 모두 이기고, 또 현대건설이 최근 5경기 2승 3패로 흔들린다는 점을 감안할 때 흥국생명의 최근 질주는 의미가 있다.
아본단자 감독은 명색이 챔스 우승 감독이지만, V-리그 와서는 정작 웃지 못했다. 드디어 화려한 명장 커리어를 수정할 기회가 온 것일까, 아본단자 감독과 마찬가지로 우승에 한이 있는 김연경도 기회를 노리고 있다.
이정원 기자 2garden@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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