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유지.”
KIA 타이거즈는 미국에 스프링캠프를 차렸다. 그런데 단골지역 애리조나주가 아닌 캘리포니아주 어바인이다. 모기업의 도움을 적절히 받으면서, 자체 연습경기 없이 몸 상태를 끌어올리는데 집중한다. 이범호 감독은 애리조나보다 날씨가 더 좋다면서, 선수들이 더 효과적으로 몸을 만들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아울러 비행기에서 이동하는 거리와 시간도 어바인이 애리조나주 스코츠데일이나 투손보다 짧다. 3~4시간의 여유가 생겼다. 여기에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으로부터 미국행 왕복 비즈니스 티켓을 지원을 받으면서, KIA는 그 어느 때보다 시즌 준비를 효율적으로 할 수 있게 됐다.
사실 KIA의 미국행, 그리고 어바인 캠프는 이범호 감독의 생각이 강하게 투영된 결과물이다. 이번 어바인 캠프를 마치면 구단 자체적으로 리뷰를 할 것이다. 비용에 대한 부담은 다소 있어도, 선수단과 코칭스태프가 만족한다면 KIA가 어바인에 다시 갈 가능성은 충분해 보인다.
그만큼 이범호 감독이 섬세하다. 그리고 그 섬세함은 비 시즌 야구인들의 각종 유튜브 채널 출연, 취재진과의 만남에서도 고스란히 드러난다. 실제 이범호 감독은 작년 12월 체육기자의 밤 시상식 당시 올 시즌을 두고 “유지”라고 했다.
심재학 단장은 이미 여러 차례 “왕조는 금지어다. 도전이다”라고 했다. 그 연장선상이라고 보면 된다. 이범호 감독의 “유지” 발언을 들은 야구인 유튜버들이 “그 말이 그말 아니냐”고 하자 그저 특유의 웃음으로 무마하고 만다.
당연히 그 말이 그 말이다. 2024시즌 통합우승을 한 팀의 2025시즌 목표가 2위나 3위이면 그게 더 이상하다. 올 겨울 드라마틱한 전력보강은 없지만, 그렇다고 전력이 떨어지지도 않았다. 장현식이 LG 트윈스로 떠났지만, 조상우를 트레이드로 영입, 불펜의 짜임새가 더 좋아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누가 봐도 통합 2연패, V13으로 달려가는 게 맞다. 그 목표가 현실이 되면 왕조로 가는 길을 닦을 수 있다. 누구나 안다. 이범호 감독만큼 간절한 사람이 또 있을까. 그러나 말을 조심한다. 감독의 말 한 마디가 선수단에 미치는 영향력을 너무나도 잘 안다.
선수들이 부담을 덜어내고, 야구에 집중하게 하기 위한 일종의 배려다. 간혹 결국 그 말이 그 말이라며 ‘부담 된다’라고 토로하는 선수도 있다. 그래도 대놓고 우승이 목표라고 하는 말을 듣는 것과는 다르다. 감독이 선수를 생각한다는 걸 한번 더 느끼게 된다면 능률이 오르지 않을까.
따지고 보면 사회인들이 다 그렇다. 매일, 매주, 1개월, 분기별, 1년 단위로 성과에 대한 엄청난 압박을 받고 산다. 심지어 기자는 탈모와 소화불량을 달고 산다. 야구판 밖에서 이범호 감독처럼 ‘유지’하자며 배려하는 리더를 본 적이 거의 없다.
그런 점에서 KIA 선수들은 행복할 것 같다. 정말 좋은 감독과 야구하고 있다. 박찬호와 최원준은 공개적으로 “이범호 감독님을 존경한다”라고 했다.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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