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능
"가짜 열애설" 반복에 시청자들 피로감만 누적
누구를 위한 썸 장사?
[마이데일리 = 이승길 기자] 방송인 전현무와 KBS 아나운서 홍주연의 이른바 '가짜 열애설'이 끝날 기미 없이 이어지고 있다. 연예 뉴스 랭킹 상위권을 도배해 온 이 '썸 장사'는 정작 당사자들은 물론 시청자도 진실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고 있음에도, '결혼설'까지 만들어내고 있는 상황이다.
발단은 KBS 2TV 예능 프로그램 '사장님 귀는 당나귀 귀'(이하 '사당귀')다. 출연 중인 전현무와 홍주연이 선후배 아나운서라는 인연으로 첫 대면한 이후, 제작진을 비롯해 패널들은 두 사람의 분위기를 ‘썸’으로 몰고 갔다. "파리의 연인이네"라는 말로 시작된 이 설정은 매주 예능 분량 확보를 위한 단골 소재가 됐다.
문제는 이 농담 섞인 연애 스토리가 프로그램 본연의 기획 의도인 ‘보스들의 자발적 자아성찰’이라는 취지와 동떨어진 방향으로 흐르고 있다는 점이다. 재미를 위해 조작된 ‘가짜 열애설’이 반복되면서, 어느새 ‘사당귀’는 일터 문화나 리더십보다는 ‘전현무-홍주연 썸’만 기억에 남는 예능으로 전락했다.
전현무는 이미 이 열애설이 '일종의 마케팅'이라는 사실을 여러 차례 밝힌 바 있다. 정재형의 유튜브 채널 ‘요정재형’에 출연해 "(프로그램을) 띄우기 위해 내가 욕 먹어도 좋다"며 자신이 직접 이슈를 만들고 있음을 시인했다. 여기에 박명수, 김숙 등 ‘사당귀’의 다른 출연진도 결혼설까지 부풀리며 매회 새로운 ‘설(說)’을 양산하고 있다.
지난 9일 방송분에서는 “3월 결혼설은 뭐냐”라는 전현무의 말에 박명수가 “5월 어떠냐”고 받아치자, 전현무는 “그럼 5월 콜”이라며 아무렇지도 않게 맞장구를 쳤다. 이 말 한마디가 그대로 기사화되고, 또다시 사람들의 피로감을 야기하는 일이 반복된다.
이미 시청자들은 이 거짓 열애설이 ‘진짜 사실’이 아님을 알고 있다. 오히려 “실제로 사귀지도 않으면서 왜 이렇게 오래 끄느냐”는 불만이 커지고 있다. 공교롭게도 전현무는 이전에도 공개 열애와 결별을 거치며 여러 차례 화제의 중심에 섰다. 그러다 보니 오히려 이번 ‘거짓 썸’은 과거의 실제 연애설과 비교해도 더욱 어색하고 지루하다는 반응이 나오는 실정이다.
특히 "20살 가까이 차이 나는 선후배 아나운서를 억지로 연결 짓는 설정이 불편하다"라거나, “아나운서 지망생들에게도 좋은 영향을 주지 못할 것 같다”는 비판이 잇따른다. 방송에서는 ‘장난이었다’고 할 수 있어도, 이 장난이 만들어낸 콘텐츠가 포털을 뜨겁게 도배하며 대중들이 매번 부실한 뉴스에 시간을 빼앗기는 결과를 낳고 있기 때문이다.
출연자들에게도 부정적으로 다가가는 것은 마찬가지다. 전현무의 경우, 오랜 경력과 국민 MC 이미지를 구축해온 그가 이런 ‘낚시 열애설’로 매주 도마 위에 오르는 상황은 이미지 소모가 적지 않다. 다수의 예능 프로그램에서 활약 중인 상황에서, 유쾌하게 넘어가던 장난도 반복되면 실망감을 준다.
홍주연은 아나운서로서 이름을 알릴 수 있다는 점은 장점일 수 있다. 하지만 ‘가짜 열애설’로만 기억된다면, 전문성을 발휘하기도 전에 ‘전현무 썸녀’라는 꼬리표가 먼저 따라붙을 위험이 크다.
‘사장님 귀는 당나귀 귀’는 보스들의 조직 문화 개선과 자아성찰을 전면에 내세운 프로그램이다. 그러나 지금은 전현무와 홍주연의 ‘어그로성 홍보’가 그 메시지를 잊게 만들고 있다. 열애설이 잦아들지 않는 한, 설령 시청률이 잠시 오르더라도 장기적으로 신뢰도와 작품성은 훼손될 가능성이 크다.
이미 많은 시청자들이 "전현무와 홍주연의 러브라인이 반복되는 게 불편하다"고 목소리를 내고 있으며,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사당귀’를 향한 불만 섞인 글들이 넘쳐난다. 이처럼 모두가 속지 않는 ‘가짜 열애설’을 두고, 과연 제작진은 언제까지 시청자들의 인내심을 시험하려 하는지 의문이 남는다.
결국 이번 사태는 "속는 사람은 없고, 속이는 사람만 있다"는 말 그대로, 시청자들을 대상으로 한 거짓 설정이 어디까지 통할지를 시험하는 해프닝으로 보인다. 단순한 예능적 장치로 넘어가기엔 이미 장기간 이어져 온 만큼, ‘가짜 열애설’로 얻는 홍보 이득과 그로 인한 무형의 손실을 따져볼 시점이다. 방송가의 오래된 관행처럼 여겨져 온 '썸 몰이'가 과연 누구에게 득이 되는지에 대해서 말이다.
이승길 기자 winnings@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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