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김경현 기자] 최근 한국 야구는 국제 대회 경쟁력을 잃었다. 2020 도쿄 올림픽을 시작으로 여러 번의 참사를 겪었다. 이제는 참사가 아닌 실력이라는 반응까지 나온다. 실력이 떨어진다면 더욱 노력해야 하는 것이 당연한 이치다. 하지만 한국보다 뛰어난 성과를 올린 주변국, 대만과 일본에 비해 국제대회에 대한 준비가 미흡하다.
2000년대 중후반 한국 야구는 최전성기를 달렸다. 2006년 월드 베이스볼 클래식(WBC) 3위를 시작으로 2008년 베이징 올림픽 전승 우승, 2009년 WBC 준우승 등 각종 국제대회에서 선전했다. 류현진을 필두로 재능 있는 선수가 동시다발적으로 튀어나와 다방면에서 활약했다.
최근 4년은 참사의 연속이었다. 2021년 열린 2020 도쿄 올림픽에서 한국은 금메달을 노렸지만, 준결승에서 미국에 2-7로 패하며 결승에 오르지 못했다. 이어진 동메달 결정전에서 8회에만 대거 5실점 하며 6-10으로 역전패했다. 2023 WBC는 호주전 7-8 충격적인 패배로 대회를 시작했다. '숙명의 라이벌' 일본에는 4-13이라는 압도적인 점수 차로 패배, 결국 예선을 뚫지 못했다. 프리미어12에서도 한 수 아래로 봤던 대만에 무릎을 꿇었고, 목표했던 슈퍼 라운드에 오르지 못했다.
일본과 대만의 성장과 대비된다.
원래도 야구 강국이던 일본은 이제 미국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수준이 됐다. 오타니 쇼헤이를 비롯해 메이저리그를 주름잡는 선수를 다수 배출했고, 국제무대에서도 '사무라이 재팬'이 뛰어난 성적을 올리고 있다. 2018년부터 세계야구소프트볼연맹(WBSC) 랭킹 1위를 수성 중이다.
대만은 2024 WBSC 프리미어12에서 우승, 세계 야구 변방국에서 중심으로 도약했다. 조별리그에서 4승 1패로 일본에 이은 2위로 슈퍼 라운드에 진출했고, 일본과 결승에서 격돌했다. 모두가 대회 무패를 달리던 일본의 승리를 점쳤지만, 대만이 4-0으로 거함 일본을 침몰시켰다. 이는 대만의 국제대회 첫 우승이기도 하다.
대만과 일본 양국은 2026 WBC를 노리고 벌써 준비에 들어갔다. 대만 대표팀은 12일과 13일 롯데 자이언츠와 평가전을 치렀다. 프리미어12 우승의 기세를 잇기 위해 대대적인 홍보와 함께 우승 멤버를 대거 내보냈다. 롯데도 분전했지만 대만 대표팀이 4-3, 7-3으로 전승을 거뒀다.
일본도 오는 3월 5-6일 네덜란드 대표팀과 평가전을 치른다. 미야기 히로야, 이마이 타츠야 등 현재 꾸릴 수 있는 최강의 전력으로 평가전을 치를 예정이다. 무엇보다 일본은 프리미어12의 굴욕을 씻어낸다는 각오다. 이바타 히로카즈 감독은 지난 1월 2026 WBC에 대한 각오를 밝히며 "프리미어12 결승전은 선수들에게 '다녀와'라고 하는 느낌이었다. 하지만 틀렸었다"라며 "더 열심히 할 필요가 있었다. 마지막은 이겨야 하는 것이라는 걸 새삼스럽게 느꼈다"라고 전했다. 이어 "젊은 선수들과 이전 WBC에 출전해 실적을 거둔 선수들로 승부를 하겠다는 시나리오를 갖고 있다"라고 일찌감치 선수 구성에 대한 틀까지 만들었다고 밝혔다.
반면 한국은 잠잠하다. 별다른 움직임이 없다. 2026 WBC를 목표로 움직이는 것은 맞지만 본격적인 움직임을 찾을 수 없다. KBO 관계자는 마이데일리와의 통화에서 "(평가전이) 필요하다고 생각을 하기 때문에, WBC 전에 평가전을 만들어야 한다"면서도 "지금 시점에서 무엇을 한다고 말할 수 있는 건 없다"고 했다.
KBO는 2023년 7월 '팀 코리아 레벨 업 프로젝트'를 발표했다. 해당 프로젝트에 따르면 KBO는 "한국야구 경쟁력 강화를 위해 1) 국가대표팀 전력 향상 2) 경기제도 개선 3) 유망주 및 지도자 육성 4) 야구 저변 확대를 함께 추진할 계획"이라고 했다. 세부적인 추진 계획으로 2026 WBC까지 대표팀을 일관성 있게 이끌 수 있는 전임 감독제를 운영하며, 대표팀을 꾸준히 소집해 지속적인 평가전으로 국제 경쟁력을 끌어 올리겠다고 했다.
2024년은 KBO의 노력을 엿볼 수 있었다. 대표팀은 2024 서울 시리즈를 앞두고 LA 다저스,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와 평가전을 가졌다. 또한 프리미어12에 앞서 쿠바 대표팀을 초청해 두 차례 평가전을 치렀다.
하지만 2025년은 명확한 계획이 없다. KBO 관계자는 "가을 교육리그(2024 울산-KBO Fall League)도 해외팀들을 초청해서 했다. 올해도 해외팀들을 초청하려 한다"라면서도 "(대표팀의) 국제 교류전, 평가전은 현시점에서 뭐가 있다고 지금 말씀드릴 수 있는 건 없다"고 답했다.
2026 WBC까지 딱 1년이 남았다. 대만과 일본은 바쁘게 움직이는데 한국만 그대로다. 더는 경시할 수 없는 호주 대표팀 역시 14~16일 한화와 연습경기 3연전을 치른다. 2024 프리미어12를 마치고 류중일 감독도 "국제대회를 유치를 하든, 저희가 나가든, 많은 외국 선수들과 교류·게임을 많이 해야 될 것 같다"고 강조한 바 있다. 구체적이고 명확한 준비가 없다면 '참사'라는 이름의 '현실'이 반복될 뿐이다.
KBO는 류중일 감독과 결별했고, 새롭게 류지현 감독을 선임했다. 류지현 감독은 2026 WBC까지 대표팀을 이끌며, 2월부터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했다. 감독만 바꾼다고 능사가 아니다. 진정으로 2026 WBC에서 반전을 만들고 싶다면 빨리 행동해야 한다. 시간이 많지 않다.
김경현 기자 kij4457@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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