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죽음의 바느질 클럽 |저자: 복태와 한군 |마티
책 만드는 사람들은 출판업계를 ‘홍대 바닥’이라고도 말합니다. 이곳에 많은 출판사가 모여 있기 때문입니다. 문화 예술의 거리로 불리우던 홍대의 옛 정취도 지금은 많이 사라졌지만, 여전히 의미 있는 책의 가치를 전하고 싶습니다. 홍대 바닥에서 활동 중인 여섯 명의 출판인이 돌아가며 매주 한 권씩 책을 소개합니다.
[북에디터 박단비] 삶은 유한해서 가치 있고 소중하다 했다. 그러나 살아있는 사람에게 죽음은 항상 먼 일로, 내 일이 아니라고 느껴진다. 누군가의 부고 소식을 듣거나 장례식장에 앉아 육개장을 꾸역꾸역 삼키고야 ‘아, 사람은 죽지?’ 생각하는 거다.
이번에도 그랬다. 장례식장을 방문한 손님을 맞으며, 죽음이 참 가까이 있다는 사실을 새삼 떠올렸다. 죽음은 언제고 우리를 찾을 수 있다는 사실을 다시 깨달았다. 나이에 관계없이, 내가 이뤄둔 것과 관계없이, 나의 의지와도 관계없이. 죽음은 공정하다는 말이 무섭게 느껴졌다.
사람이 모두 죽는다는 생각은, 사람은 왜 죽을까라는 물음으로, 자연사, 사고사, 고독사, 안락사 등 다양한 죽음을 상상하는 것으로, 주변인의 죽음과 나의 죽음을 떠올리는 것으로 이어졌다.
장례식장 안에 시간은 더뎠고, 밤도 길었다. 평소라면 쓸데없는 것으로 치부했을 이런저런 생각을 하기에 참 좋았다. 오래간만에 마주한 사람들과 아무 얘기를 늘어놓으며, 이따금 울적한 이야기를 쑥덕이며 나는 틈틈이 죽음을 생각했다. 문득, 이곳을 나가면 관련된 책 한 권을 읽어볼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장례식장에서 나오자마자 나는 온라인 서점에서 ‘죽음’을 검색했다. 스크롤을 쭉 내리며 마음에 드는 제목과 표지를 골랐다. 그렇게 <죽음의 바느질 클럽>을 발견했다.
‘죽은 후에 오는 것들’ ‘미리 공부해야 할 죽음’ 뭐 이런 제목이 아니라 놀란 사람도 있겠다. 책 제목에 ‘죽음’이란 키워드만 박혀 있을 뿐, 사실상 관련 없는 책이 아니냐 하는 사람들도 있을 테다. 아무렴 어떤가. 생명을 잃어가던 물건들에 바느질로 생명을 불어넣는 이야기를 하는 이 책 또한, 내겐 ‘죽음’에 관한 책이다. 무엇보다 나는 공부하듯 죽음을 읽고 싶지 않았다. 일단 가볍게 읽을 책이 필요했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 참 괜찮다.
<죽음의 바느질 클럽>은 말 그대로 바느질에 관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어느 날 우연히 마주친 바느질 세계에 빠져, 온갖 물건에 바느질로 생명을 불어넣고 의미를 부여하고 사랑을 더해주는 이야기다.
치명적인 상처(?)로 죽어가던 물건이 바느질 몇 땀에 새 생명을 얻는 과정을 보는 일은 참으로 즐거웠다. 묘하게 기분이 좋았다. 상처가 봉합되는 과정을 보면서 내 안에 생긴 어떤 구멍을 메울 수 있겠다 싶기도 했다.
책을 읽다 이따금 집 안에 있는 반짇고리를 열었다. ‘무슨 색 실을 가지고 있더라?’ ‘이 색 조합으로 어떤 걸 메울 수 있을까?’ 따위의 생각을 하면서.
사람들은 말한다. 죽음이 덮쳐오기 전 미리 생각하고 정리하라고, 죽음은 그럴 시간을 주지 않는다고. 하지만 나는 한동안 또 장례식장에서나 ‘죽음’을 떠올릴 거다. 먹고사는 일에 치여, 새 생명을 어여삐 키워내는 일에 치여.
그러나 이 정도도 괜찮겠다 싶다. 죽음이 두렵다 도망가지 않는 게 어딘가. 겁난다며 무너지지 않는 게 어딘가. 마주할 때마다 야금야금 시간을 들여 고민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
다만 이 책을 읽고 나니 ‘열심히 내 취향 색실을 모으고, 바느질하는 다양한 방법을 익혀야겠다’하는 생각이 든다. 죽음을 마주할 때마다 생겨난 크고 작은 구멍을 예쁘고 조화롭게 잘 메울 수 있도록. 구멍을 덮어두거나 쳐다보며 하염없이 슬퍼하지 않고, 잘 메워 살아가기 위해.
바느질이 궁금하고 하고파지고, 더불어 사는 삶, 아끼고 메워가는 삶, 잘 살아가는 삶까지 고민하게 만드는 이 책을 당신도 읽어본다면 좋겠다. 분명 당신도 바느질 너머 무언가를 찾을 게다.
|북에디터 박단비. 종이책을 사랑하지만 넉넉하지 못한 부동산 이슈로 e북을 더 많이 사보고 있다. 물론 예쁜 표지의 책은 여전히 그냥 지나치지 못한다.
북에디터 박단비
- ⓒ마이데일리(www.mydaily.co.kr).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
댓글
[ 300자 이내 / 현재: 0자 ]
현재 총 0개의 댓글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