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보편관세냐 상호관세냐…美, 한국시간 3일 오전 5시 상호관세 발표
발표 즉시 발효…20% 단일관세안 옵션도 검토
복합위기 돌파구 찾아 나선 4대그룹 총수들 "정부 대응 시급"
[마이데일리 = 황효원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한국시간 3일 오전 5시 상호관세를 발표하고 즉각 시행에 들어간다. 그간 중국·캐나다 등 일부 국가나 철강·알루미늄 등 일부 제품을 대상으로 적용돼온 관세가 전세계 모든 국가로 확대될 전망이다. 중국 등이 트럼프 행정부의 철강·알루미늄 관세 부과에 이미 보복조치를 시행한 데 이어 유럽연합(EU)도 상호관세에 맞대응 관세를 예고한 만큼 '트럼프발(發)' 관세전쟁'이 본격화할 양상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2일 오후 4시(한국시간 3일 오전 5시)에 백악관 로즈가든에서 '미국을 다시 부유하게'라는 명칭의 행사를 열고 직접 상호관세에 대해 발표할 예정이다.
상호관세는 다른 나라가 미국에 대해 부과하는 관세와 비관세 장벽에 대응해 그만큼 미국도 관세를 부과하겠다는 개념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 상호관세 수준 등에 대해 결정을 내렸다고 언급했지만 어떤 국가를 대상으로 어느 정도의 세율을 부과할지 아직까지 구체적인 내용은 알려지지 않았다.
당초 트럼프 대통령은 세계 각국이 미국에 부과하는 관세나 비관세장벽을 고려해 같은 수준의 상호관세를 매기겠다고 밝히면서 국가별 차등관세 방안이 유력한 것으로 거론했다. 이와 관련 백악관은 모든 수입품에 대해 20%의 단일 관세율을 부과하는 방안, 국가별로 개별적 관세율을 적용하는 방안 등을 트럼프 대통령에게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단일관세율은 사실상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해 대선 때 공약했던 이른바 보편관세와 같은 개념이다. 캐롤라인 레빗 대변인은 1일 오후 브리핑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통상·관세팀은 그것을 완벽하게 하는 중"이라고 말했다. 상호관세는 발표 즉시 효력을 갖게 된다.
수출 중심의 경제체제인 한국은 대(對)미국 수출 1위 품목인 자동차에 대한 관세, 철강·알루미늄 관세에 이어 상호관세 파고까지 덮치면서 비상사태를 맞게 됐다. 미국의 상호관세로 인해 한미자유무역협정(FTA)까지 사실상 무효가 되면서 미국과의 새로운 통상 규칙을 수립하는 동시에 전세계 주요 국가의 글로벌 보호무역주의 확산 속에서도 경쟁력을 유지해야 하는 처지에 놓이게 됐다.
상호 관세와 별개로 지난달 12일 철강·알루미늄 제품 25% 관세가 시행된 데 이어 자동차 관세 25%도 3일 0시1분부터 발효될 예정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의약품, 반도체 등에 대한 품목별 관세도 부과하겠다고 예고한 상태다. 한국의 주력 수출 품목인 반도체에 대한 품목별 관세가 확정돼 부과될 경우 자동차와 함께 한국에 적지 않은 부담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 상품들은 주력 수출시장인 미국에서 예전보다 훨씬 불리해진 상황에서 미국산 제품들과 경쟁을 벌여야 한다. 이전 정부인 조 바이든 행정부에서 칩스법에 따른 보조금 지급이 확정됐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반도체법 보조금 재협상을 언급하면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보조금 수령 확정 여부가 불분명하고 대미 전략 수정도 불가피한 상황이다.
재계에서는 관세 폭풍 영향이 광범위할 것으로 보고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4대 그룹은 보호무역주의 기조 아래 각종 보조금과 혜택 조건이 미국 내 생산과 고용 창출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만큼 발 빠르게 대응하고 있다.
삼성은 반도체, 배터리, 디스플레이 등 전략산업 전반에 걸쳐 미국·중국·유럽을 잇는 핵심 공급망 구축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최대 현안은 미국 반도체 보조금 수령 여부다. 삼성전자는 미국 텍사스주 테일러에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공장을 건설 중이고, SK하이닉스는 미국 인디애나주 웨스트라피엣에 반도체 패키징 공장을 계획한 상태로 현지 반도체 관련 기술 투자 및 연구개발 확대를 검토하고 있다. 관세를 피하기 위한 방편으로는 미국 현지 생산 확대가 꼽히지만 새 공장을 짓기에는 비용과 시간이 많이 들어 실질적 효과를 볼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다만 칩스법은 미 의회에서 초당적인 지지를 받고 있어 폐기까지는 이뤄지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도 나온다.
SK그룹도 미국 내 배터리 산업을 중심으로 공격적인 투자를 이어가고 있다. SK온은 포드와 합작해 켄터키주와 테네시주에 대규모 배터리 공장을 건설 중이며, SK하이닉스 역시 현지 반도체 관련 기술 투자 및 연구개발 확대를 검토하고 있다.
LG는 배터리, 전장, 가전 등 주요 사업군에서 미국 현지 생산거점을 빠르게 확대하고 있다. LG전자는 현재 미국 테네시 공장에서 세탁기와 건조기를 생산하고 있다. 멕시코 관세가 현실화하면 주요 가전 생산지를 미국 현지로 옮길 예정이다. LG에너지솔루션은 제너럴모터스(GM)와 합작해 오하이오에 세운 배터리 공장을 가동 중이며, 현대차와의 조지아주 합작 공장도 준공을 앞두고 있다. 구 회장이 배터리를 그룹의 핵심 성장축으로 삼겠다고 밝힌 만큼 북미 지역 투자는 더욱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현대차그룹은 조지아주 현대차그룹 메타플랜트 아메리카(HMGMA) 용지에 연 생산 20만대 규모의 자동차 공장을 증설하겠다고 밝혔다. 인접한 루이지애나주에 현대제철 공장을 지어 자동차용 강판을 미국에서 직접 생산하기로 결정했다.
트럼프 행정부의 무역장벽 강화 움직임에 대응하기 위해 민관 협력이 더욱 절실한 때다. 전날(1일)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는 삼성·SK·현대차·LG 등 4대 그룹 총수와 머리를 맞댔다. 이 자리에서 4대 그룹 총수는 미국의 관세 조치, 반도체지원법(칩스법) 및 인플레이션감축법(IRA)의 세액공제 혜택 축소 전망 등에 대응해 서둘러 정부가 협상에 나서달라고 요청하면서 정부가 세제 지원 등 적극적인 지원책을 마련해줄 것을 촉구했다. 한 권한대행은 단기적 해법으로 정부의 산업 지원책을 거론하는 한편, 장기적으로는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춘 규제 완화·개편에도 힘쓰겠다고 강조했다. 4대 그룹 총수는 한 권한대행의 발언 취지에 적극 공감하며 기업도 국익 차원에서 최대한 협조하겠다는 의지를 전했다.
황효원 기자 woniii@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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