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KIA 타격장인이 좌익수라니…
KIA 타이거즈 타격장인 최형우(42)는 늘 좌익수 수비를 할 수 있다고 얘기한다. 실제 매해 스프링캠프에서 수비훈련을 충실히 소화해왔다. 그러나 전임감독부터 사실상 최형우를 붙박이 지명타자로 써왔다. 나성범이 지난 2년간 다리를 다쳐 관리가 필요했다. 최형우가 간혹 좌익수를 맡았지만, 비중은 낮았다. 작년에도 15경기에만 좌익수로 선발 출전했다. 나이가 나이인지라, 관리가 필요한 건 사실이다.
그런 최형우가 13일 광주 SSG 랜더스전서 오랜만에 좌익수 글러브를 꼈다. 최형우가 좌익수 수비를 한 건 작년 9월5일 광주 한화 이글스전 이후 처음이었다. 퓨처스리그에서 타격감이 좋은 오선우를 추천받아 1군에 올렸고, 분위기 반전을 위해 쓸 필요성이 있었다. 오선우는 1루와 외야 모두 가능한데, 1루는 패트릭 위즈덤의 자리다.
결국 최형우가 좌익수를 맡으면서 오선우가 지명타자로 선발 출전할 수 있었다. 오선우는 이날 5회말에 결승 중월 투런포를 터트리면서 이범호 감독의 초이스는 적중했다. 오선우는 당분간 기회를 얻을 듯하다.
KIA는 이날 14안타 5볼넷으로 11득점하며 2연패를 끊었다. 오랜만에 타선이 활발하게 움직였다. 김도영과 김선빈이 여전히 없고, 돌아온 박찬호와 최원준은 침체이고, 한준수는 아예 타격부진으로 2군에 내려갔다. 근래 위즈덤도 주춤하다 멀티포로 회생했다. 그동안 최형우와 나성범, 변우혁이 분전했지만, 작년과 같은 생산력과 폭발력이 나올 수 없었다.
그래서 2군에서 타격감이 좋은 오선우를 1군에 올려 잘 활용했다. KIA는 당분간 오선우와 함께 현재 생산력이 가장 좋은 변우혁을 최대한 잘 활용해야 한다. 그런데 이들의 포지션을 감안할 때 중복되는 부분이 많다.
둘 다 1루수인데, 1루에 위즈덤이 있다. 변우혁의 경우 김도영이 이번주나 다음주에 돌아오면 아예 뛸 자리가 없다. 그래서 미국에서 외야를 봤던 경험이 있는 위즈덤이 외야로 나갈 가능성까지 대두했다. 이런 상황서 오선우와 변우혁을 활용하려면 최형우가 지명타자만 맡을 수 없다는 결론에 이른다.
때로는 최형우가 좌익수 수비를 하면서 오선우, 변우혁과 지명타자 롤도 나눠 맡을 수 있어야 할 듯하다. 이들이 공존하면 현재 주축 외야수들 중 타격감이 좀처럼 안 올라오는 최원준의 활용도가 떨어질 것으로 보인다.
이게 현실화될 경우, 기존의 틀이 상당히 바뀌는 걸 의미한다. 이미 최형우가 좌익수로 나간 순간 이범호 감독은 변화를 두려워하지 않았다고 봐야 한다. 비상사태라고 볼 수 있지만, 지금은 타격 페이스가 안 좋은 개개인을 기다릴 여유가 없다. 이범호 감독은 줄곧 시즌 초반 행보가 중요하다고 했는데, 지금까지의 결과만 보면 실패에 가깝다.
김도영과 김선빈이 돌아와도 KIA 타선의 정상화가 언제 이뤄질 것인지는 알 수 없다. 승률을 높이고, 순위를 올릴 때까진 변화를 두려워하면 안 된다. 최형우의 체력안배가 또 다른 화두가 되겠지만, 일단 타격감 좋은 선수들을 잘 활용할 필요가 있다. 여러모로 13일 최형우의 좌익수 출전, 11득점 완승은 상당히 의미 있었다.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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