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광주 김진성 기자] “(홍)창기야 4월은 운 없다고 생각해라.”
LG 트윈스 외야수 홍창기(32)는 KBO리그에서 가장 선구안이 좋은 타자다. 통산 출루율이 0.428에 이른다. 2020시즌 주전으로 자리매김하면서 작년까지 5년간의 출루율이 무려 0.411, 0.456, 0.390, 0.444, 0.447이다. 심지어 네 차례의 4할대 출루율을 찍을 당시 전부 135경기 이상 나갔다.
때문에 홍창기가 안 치면 볼이란 얘기가 기정사실로 굳어졌다. 그렇게 홍창기는 LG 부동의 리드오프가 됐다. 염경엽 감독은 올 시즌을 구상하면서도 홍창기와 문성주를 1~2번 테이블세터에 놓고, 박해민과 신민재를 8~9번에 배치하려고 했다. 전통적 관점에서 박해민과 신민재가 1~2번 감이지만, 홍창기와 문성주가 눈 야구와 연결, 해결을 모두 할 수 있다는 믿음이 컸기 때문이다.
그러나 홍창기가 시즌초반 홍창기답지 않게 너무 부진하다. 24일까지 23경기서 80타수 18안타 타율 0.225 10타점 13득점 장타율 0.250 출루율 0.360. 특히 볼넷이 13개인데 삼진이 23개라면, 뭔가 오류가 있다.
염경엽 감독은 홍창기의 야구가 갑자기 무너진 건 아니라는 진단을 내렸다. 운이 너무 따르지 않는다고 했다. 25일 광주 KIA 타이거즈전을 앞두고 “매년 초반은 심한 것 같다. 창기를 보고 있으면 코너(보더라인)로 오는 공이 너무 많다. 삼진을 당하는 게 칠 수 없는 볼이다. 변화구가 하이볼로 ABS에 걸치면 어떤 누구도 공략이 쉽지 않다”라고 했다.
대표적 장면이 24일 잠실 NC 다이노스전 7회초 2사 만루서 나온 배제준의 7구 슬라이더였다. 당시 배재준은 풀카운트서 슬라이더를 바깥쪽 스트라이크 존 상단 보더라인에 꽂았다. 타자가 손이 나가기 어렵다. 그러나 ABS에 따르면 공은 스트라이크 존을 걸쳤다. 스치거나, 묻고 지나가기만 해도 스트라이크이니, 투수들에겐 이득이다.
염경엽 감독은 “배재준이 만루서 삼진 잡은 그 공은 누구도 못 치는 공이다. 창기한테 그런 공이 많이 들어오고 있다. 창기한테 ‘4월은 운 없다고 생각해라. 하던 걸 하면 충분하다’고 했다. 남아있는 게 450타석이다”라고 했다.
염경엽 감독은 타자든 투수든 자신의 루틴을 컨디션이 좋든 안 좋든 경기흐름과 상황이 어떻든 지켜나가야 결국 좋은 성적을 꾸준히 낼 수 있다고 믿는다. 일희일비할 필요도 없고, 결과를 지나치게 의식할 필요도 없다는 생각이다. 홍창기 정도의 타자는 이미 자신만의 루틴이 확실하다. 그걸로 리그 최고 출루율형 외야수 타이틀을 가져간 선수다.
염경엽 감독은 “한 타석, 한 타석 똑같이 치느냐가 중요하다. 그게 우리 팀의 방향성이다. 매 경기 똑같이 최선을 다하면 된다. 투수들과 수비수들은 공 하나, 하나에 집중하면 된다. 그렇게 똑같이 144경기를 치르는 게 우리 팀이 가고자 하는 큰 방향이다. 그걸 잘 해줘서 승률을 지키고 있고, 앞으로도 코칭스태프가 강조하면서 갈 것이다. 그런 틀이 잘 잡히면 훨씬 강해질 것이라고 생각한다”라고 했다.
홍창기가 염경엽 감독의 말을 찰떡같이 알아들었다. 이날 KIA를 상대로 6번타자로 선발 출전해 2안타 1타점으로 좋은 활약을 펼쳤다. 4월에 분위기를 바꿔놓고 5월을 맞이할 기회를 잡았다.
광주=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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