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고동현 기자] 타자도, 포수도 아니었다. 주루코치도 아니었다. 7일 대구구장에서 열린 삼성 라이온즈와 두산 베어스의 2010 마구마구 프로야구 플레이오프 1차전에는 수비에 나선 선수가 헬멧을 쓰고 있었다. 삼성 라이온즈 1루수 채태인이 주인공이다.
채태인은 8월 26일 경기에서 아찔한 경험을 했다. 그날도 대구 두산전이었다. 그는 1루수로 나서 2회초 수비에서 김동주의 파울 타구를 잡다가 뒤로 넘어졌다. 그 순간 머리를 그라운드에 부딪혔고 이후 뇌진탕 증세를 호소하며 1군 엔트리에서도 제외됐다.
때문에 이날 채태인이 수비시에도 헬멧을 쓰고 나오는 장면은 결코 어색하지 않았다. 그리고 이러한 채태인에게서 한 명이 떠올랐다. 메이저리그에서 1989년부터 2005년까지 17시즌동안 활동했던 좌투좌타 1루수 존 올러루드다. 그 역시 투수로 미국행에 올랐던 채태인과 마찬가지로 대학 시절 막바지까지 투수로도 활동한 경력이 있다.
정교한 타격과 안정된 수비가 일품이었던 올러루드의 트레이드마크는 수비 때에도 쓰는 헬멧이었다. 대학 시절 경기 도중 부상을 입은 그는 이후 병원 검진 과정에서 뇌동맥에 이상이 있다는 판정을 받으며 수술까지 받았다. 올러루드는 머리 보호와 함께 심리적 안정을 위해 메이저리그 선수생활내내 수비에서도 헬멧을 썼다.
채태인과 올러루드를 함께 떠올린 이유는 이 뿐만이 아니다. 채태인과 올러루드는 팀에서 가장 빛나는 선수는 아니다. 하지만 결코 없어서는 안 될 감초와 같은 존재다. 그들은 타격 뿐만 아니라 수준급 수비로 팀에 큰 보탬이 됐다.
그리고 채태인과 올러루드 모두 모나지 않은 성격으로 인해 동료들이 결코 싫어할 수 없는 선수였다. 여기에 채태인의 경우 덕아웃 분위기 메이커로서 벤치 분위기를 활기차게 만든다. 분위기가 많은 영향을 미치는 포스트시즌에서 채태인의 역할은 보이는 그 이상이다.
부상 이후 처음 만난 두산. 채태인은 이날 3번 타자 중책을 맡았다. 시즌 때 5번 밖에 경험하지 않은 생소한 자리였다. 1회 1사 2루에서 들어선 첫 타석에서 1루 땅볼로 물러나는 그는 3회 두 번째 타석에서는 볼넷으로 출루했다.
그 이후가 문제였다. 5번 최형우의 우중간 2루타 때 홈으로 쇄도하다 상대 포수 용덕한과 부딪혔다. 한동안 통증을 호소하던 그는 이어진 4회초 수비에는 나섰지만 5회부터 자신의 자리를 강봉규에게 넘겼다. 삼성 관계자는 "선수 보호 차원에서 교체했다"고 밝혔다.
채태인이나 삼성에게는 불행 중이었다. 머리 보호를 위해 수비에서도 헬멧을 쓴 채태인이지만 팀의 추가 득점을 위해서는 홈에서 헤드퍼스트 슬라이딩도 서슴지 않았다.
[삼성 채태인. 사진=삼성 라이온즈, 대구 곽경훈 기자 kphoto@mydaily.co.kr]
고동현 기자 kodori@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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