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이승록 기자] 프로야구 준PO와 PO가 모두 5차전까지 가는 접전을 펼치며 새로운 역사를 써내려 가고 있다. 훗날 최고의 가을잔치로 기억될 만한 이번 포스트시즌이지만 매 경기에 앞서 시구 장면을 바라보면 아쉬움이 생긴다.
12일 열린 플레이오프 4차전까지 총 9경기가 펼쳐졌고, 이들 경기서 시구와 시타의 영광은 총 11명에게 돌아갔다. 하지만 11명 중 준PO 3차전의 프로골퍼 양용은과 PO 1차전의 배우 김강우를 제외하면 모두 여자 연예인 일색이며 배우 최송현 외에는 여자 아이돌 들이다.
준PO 1차전서는 미쓰에이의 민과 지아가 시구와 시타에 나섰으며 PO 4차전에서는 미쓰에이의 수지가 시구자로 나섰다. 씨스타의 보라와 효린은 PO 2차전의 시구-시타를 맡았고 브라운아이드걸스의 나르샤는 준PO 2차전, 배우 최송현은 준PO 4차전, 가수 아이유는 준PO 5차전 시구에 나섰으며 배우 아라는 PO 3차전의 시구자였다.
관중들을 위한 팬서비스 차원에서 이뤄지는 시구이긴 하지만 2010년 한국 프로야구 최고의 팀을 가리는 포스트 시즌이란 의미에 비추었을 때 여자 아이돌 시구자에게선 어떠한 연관성도 찾을 수 없다.
여자 아이돌이 시구자로 나서는 건 홍보 효과를 노리는 면이 크다. 새 앨범이 나왔거나 새 작품을 선보이기 앞서 연예인들이 홍보를 위해 야구장을 찾는 것이다. 수 많은 관중들과 황금시간대 TV 앞에 앉아 있는 시청자들을 향해 짧은 순간 강렬한 효과를 낼 수 있는 수단으로 시구가 이용되고 있다.
또한 배우 홍수아를 기점으로 시작된 '개념 시구' 행렬에 동참하려 야구 유니폼과 운동화를 갖추고 마운드에 오르고 있다. 홍수아가 예쁜 모습으로 던지는 시구보다 얼굴을 찡그려서도 최선을 다하는 시구로 야구 팬들에게 '홍드로'라는 별명을 얻으며 이미지 개선에 큰 도움을 얻은 것을 답습하는 것이다.
물론 평소 이들이 야구에 대한 관심을 보여왔다면 이러한 속셈쯤이야 모른 척 눈감아 줄 수있다. 하지만 평소 야구장서 전혀 모습을 찾아볼 수 없던 이들이 포스트시즌 마운드에 오르는 건 그야말로 '갑자기 툭 튀어나온 것'이다.
굳이 연예인을 내세우고 싶다면 차라리 KBS '천하무적 야구단'의 백지영, 이하늘, 김창렬 등이 더 의미 있을 것이다. 이들이 야구 발전과 흥행을 위해 노력한 것은 전국민이 알고 있다.
역사적인 순간에 조금 더 의미를 부여한다면 한국 야구의 '레전드'들을 초청하는 것이 해답일 수 있다. 한국 야구를 주름 잡았던 그들이 지금 어디서 무엇을 하고 있으며 그들이 속해 있던 구단과 팬들에게 정당한 대우를 받고 있을까?
프로야구 원년 MVP '불사조' 박철순과 '무쇠팔' 최동원까지 야구팬들은 '레전드'의 강속구를 얼굴이나마 다시 보고 싶어 한다. 일본 프로야구 최다 안타 기록을 보유한 야구 원로 장훈 역시 팬들에겐 그리움의 대상이다.
더욱이 10년간 식물인간으로 살다 세상을 떠난 故 임수혁 선수의 아내가 마운드에 시구자로 오른다면 얼마난 눈물겹고 감동적일까.
또 양준혁과 구대성도 최근 많은 격려와 아쉬움 속에 현역 은퇴를 선언했지만 이들도 역사 속에 묻혀 둘 필요는 없다. 내년이든 그 다음해가 됐든 언제든지 역사적인 경기에 시구자로 세워 팬들의 박수도 받고 후배들의 존경도 받는 영원한 '레전드'로 대우해 줘야 한다.
20년 정도 지난 훗날, 그 때의 야구팬이 2010년 포스트 시즌을 돌아 봤을 때 시구자로 반짝 별이었던 그룹의 '아이돌'을 떠올릴까, 아니면 야구 레전드를 떠올릴까. 분명 후자일테고, 이들은 또 숨 막히는 포스트 시즌과 더 어울릴 것이다.
[씨스타 보라-아라-미쓰에이 수지(위 왼쪽부터), 나르샤-아이유-미쓰에이 민(아래 왼쪽부터). 사진 = 마이데일리DB]
이승록 기자 roku@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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