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연예
눈이 펑펑 내린 추운 주말. 이른 아침부터 후배에게 전화가 왔다.
"형! 공 안차요?"
"방학이잖아…. 왜? 몸이 근질근질하냐?"
"그럼요. 일요일엔 항상 축구장에서 선배들과 동료들보는 재미로 살았는데…."
후후후~ 예쁘다! 처음에는 그렇게 뺀질대던 후배가 이제는 방학이 싫다며 빨리 축구단 방학이 끝났으면 좋겠다고 한다. 축구단 총무인 나에게 흐뭇한 미소를 선물하는 기특한 후배.
탤런트 생활을 하면서 취미로 시작한 연예인 축구단 '프렌즈'가 어느덧 창단 15주년을 맞았다. 선우재덕, 이한위 선배를 필두로 차태현, 박정철, 정태우, 배도환, 임호, 김보성 등 많은 탤런트 동료들과 지금은 고인이 된 박용하까지….
개성 강한 동료들이 운동장에 모여 축구를 하며 같이 땀을 흘리고, 샤워하고, 식사를 한다. 또 회원 간 경조사에는 꼭 참석해 진심으로 축하해주고 고통을 함께 나눈다.
월드컵이나 국가대항전이 열리는 날에는 또 어떤가. 같이 모여 뜨겁게 응원하다보면 어느새 가족이 된 것 같은 기분을 느낀다. 이것이 축구가 주는 묘한 매력이 아닐까?
난 축구가 좋다. 난 동료들이 좋다. 축구는 모두를 하나되게 만든다.
물론 정해진 시간에 모두가 모이는 것은 힘들다. 새벽 촬영을 마치고 오는 축구단 단장 임호, 늦게 일어나서 허겁지겁 뛰어오는 (배)도환형, 또 약속시간에 늦을까봐 새벽녘에 미리 도착해 차에서 잠을 자고있는 후배들까지. 바쁜 스케줄과 불규칙한 생활을 하는 우리들을 한 자리에 모이게 하는 것이 바로 축구다.
그리고 축구장에 모이면 모두 축구 전문가가 된다. 박지성 선수의 연봉과 수당이 정확히 얼마라느니, 국가대표는 포백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느니, 지난 남아공월드컵이 왜 남아공에서 개최됐냐하면 '공이 남아돌아서 남아공에서 개최됐다'는 싱거운 농담까지. 아무튼 '프렌즈'는 축구 실력보다 농담 실력이 더 뛰어난 것 같다. 후후.
또 축구는 많은 이웃을 만나게 해줬다. 몸이 불편한 장애우들과 같이 손을 잡고, 노인복지관을 방문해 말동무도 해드린다. 걷기대회에 참가해 많은 사람들과 운동을 하며 대화를 나누기도 한다. 초청 경기를 가진 다른 조기 축구팀과의 인연도 무시할 수 없다.
언젠간 축구선수 박지성과 이름이 같은 지체장애를 갖고있는 박지성의 어머니가 내 팬카페에 "(박)지성이가 연예인 축구단과 함께 축구를 한 후 무척 즐거워했어요. 이후 지성이의 생활도 한결 좋아졌네요"라며 감사 인사를 남겨 주셨을 때 느낀 보람은 잊을 수 없다. 앞으로도 더 많은 이웃들과 함께 시간을 보내야겠다고 스스로 다짐한 계기가 됐을 정도다.
2011년! 오랜만에 찾아온 폭설과 추위로 드라마 촬영과 축구 경기를 이어가기가 힘들지만 밝은 조명기기와 초록색의 운동장을 생각하면 마음만은 벌써 뜨거워진다.
[사진 = 연예인 축구단 '프렌즈']
한상숙 기자 sky@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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