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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이승록 기자] 케이블채널 엠넷의 '슈퍼스타K'를 필두로 우후죽순 오디션 프로그램들이 등장하고 있다. 하지만 오디션 프로그램들을 지켜보다 보면 결국 참가자들의 꿈을 이용해 시청률 장사를 하고 있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오디션 프로그램은 그 동안 학벌, 나이, 외모 등 부차적인 장벽에 가로막혀 도전할 수 없었던 사람들에게 꿈을 실현할 기회를 주는 것처럼 보인다. 이런 마음에 참가자들이 신청서를 작성하겠지만 실상은 아직도 '꿈의 실현'과 거리가 멀어 보인다.
실제로 2년간 '슈퍼스타K'를 통해 발굴해 낸 각 시즌 별 '톱3' 6명을 살펴보면 아직 '슈퍼스타'로 부를 만한 가수는 탄생하지 않았다. 서인국, 조문근, 길학미 등 시즌1의 '톱3'는 방송 출연 등 여러 제약으로 큰 인기를 얻지 못했다. 시즌2의 허각, 존박, 장재인도 이제 막 새로운 기획사를 찾아 떠나는 중이다. 오디션 프로그램의 '우승 = 꿈의 실현'이란 공식은 다소 억지스러운 것이 사실이다.
그나마 이들은 꿈을 펼칠 기회를 잡은 정도로 보이는데, 오디션 프로그램에 출연했다가 탈락한 사람들에 비하면 상황이 훨씬 낫다.
시청자들은 이들의 감동적인 사연에 동조하게 되고, 매회 가슴 졸이며 자신이 응원하는 참가자가 탈락하지 않기를 바란다. 하지만 탈락자는 나오기 마련이다. 참가자들이 눈물 흘리며 가슴 아픈 사생활을 공개했지만 상당수는 탈락의 고배를 마신다. TV에 나와 전국민에게 노출한 사생활은 눈물의 사연으로 꾸며져 시청률 상승 수단으로 밖에 사용되지 않은 것이다.
특히 일부 참가자는 숨기고 싶은 과거가 공개되기도 한다. 실제로 MBC '위대한 탄생'에선 한 참가자가 인터넷 사기 거래의 장본인이라는 이야기가 나와 곤욕을 치러야 했다. "이미 지난 일이다"란 프로그램 관계자의 해명이 있었지만, 이 참가자가 결국 우승을 하던 중간에 탈락하던 과거의 행적이 꼬리처럼 쫓아다닐 것이 분명하다. 하루 아침에 얻게 된 '인터넷 거래 사기꾼'이란 꼬리표는 꿈을 위해 오디션 프로그램에 참가한 대가 치고는 가혹해 보인다.
이번에 MBC에선 아나운서 채용 과정을 공개하는 오디션 프로그램 '신입사원'을 준비 중이다. 프로그램 제목처럼 자신의 회사 직원을 방송을 통해 채용하겠다는 것으로 '신입사원'에 도전하려면 단단히 각오를 해야 할 듯 하다.
아무리 실력이 뛰어난 사람이라도 KBS와 SBS 등 다른 방송국은 MBC에서 탈락한 사람을 뽑는데 주저하기 마련이고, '신입사원' 참가자 역시 도중에 탈락하면 다른 곳에 입사하기 어렵다는 점이 부담스러운게 사실이다. 하지만 이런 단점에도 '대한민국 성인이라면 누구나 성별, 학력에 제한 없이'란 파격적인 조건은 아나운서 지망생들에게 솔깃할 수 밖에 없어 수많은 지원자가 예상된다.
꿈을 가지고 도전하는 사람은 진정 용기 있고 아름답지만, 왠지 방송을 통해 수백 명이 가슴 속 깊은 곳에 품었던 꿈을 고백하는 장면을 보니 불편하다. 방송을 보는 내내 이들의 소중한 꿈으로 배를 불리는 사람은 정작 다른 곳에 있는 것 아닐까 하는 생각이 강하게 든다.
'위대한 탄생'에서 한 심사위원은 참가자를 향해 "여기 나온 분들에게는 처절함이 있는데 그대에게선 처절함이 보이지 않는다"는 평가를 내렸다.
그렇다. 꿈을 이루려는 자들은 모두 처절하다. 꿈을 이룰 수 있다면 어떤 짓이라도 할 각오가 돼 있는 사람들이다. 그렇다면 과연 방송이 이들의 처절한 꿈을 평가할 자격이 되는지 의문이다. 혹시 시청률 상승을 위해 처절한 자들에게 사탕발림 하는 것이라면 이제 그만하자.
[케이블채널 엠넷 '슈퍼스타K' 우승자 서인국(첫번째 왼쪽)과 허각 - MBC '위대한 탄생' - '신입사원'(맨위부터). 사진 = 마이데일리DB - MBC 제공]
이승록 기자 roku@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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