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마이데일리 = 김경민 기자]SBS 드라마 ‘시크릿 가든’으로 시작된 ‘현빈앓이’는 조조영화도 팔리게 했다.
극장가에서 조조영화는 안팔리기로 유명하다. 오전 시간대는 왠만한 영화 마니아가 아니고서는 영화 관람을 하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10일 서울 왕십리 CGV의 분위기는 달랐다. 오전 8시 30분부터 20대 후반부터 30대 중 후반까지 다양한 연령대의 여성들이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던 것이다.
이날 오전 10시 30분부터 현빈과 탕웨이가 주연한 영화 ‘만추’의 언론배급 시사회가 예정돼 있어 취재진 또한 오전부터 줄을 서 있는 터라 극장의 혼잡함은 한층 더 했다.
여느 영화가 오후 2시에 언론 시사회를 하는 반면 ‘만추’의 경우 갑작스레 개봉일을 잡게 된 터라 오전으로 시사회를 잡게 됐다. 기자 간담회가 없는 외화를 주로 하는 평일 오전 시간대에 영화관을 가게 되면 취재진 외의 극장 관람객은 보기 힘든게 당연했다.
이들 일반 관람객은 오전 9시 조조영화를 보기 위해 극장으로 입장했다. 하지만 사태는 그 후 벌어졌다.
‘만추’가 상영을 시작한 뒤 갑자기 상영관인 8관에 관객이 입장하기 시작한 것이다. 당시 현장에 있던 한 취재진은 “영화를 시작하고 30분쯤 후에도 계속 관객이 입장했다”고 상황을 전했다.
이렇게 몰려든 관객은 영화가 끝나고도 자리를 뜨지 않았다. 오히려 배급사 관계자들이 빠진 자리를 밀물 밀려들 듯 차지하고 앉기 시작했으며, 결국 기자회견이 예정된 8관이 아닌 다른 관에서 영화를 본 기자는 자리를 차지 하지 못하고 발을 굴렀다.
현빈을 보기 위한 관객들의 몸부림은 이에 그치지 않았다. 한발이라도 더 가까이에서 현빈을 보기 위해 상영관 복도를 차지 하고 앉았으며, 결국 외부로 나가려던 배급사 관계자와 영화 관계자들은 발길을 옮기지 못했다.
당초 예정된 기자회견 시간인 낮 12시 30분을 훌쩍 넘어 오후 1시를 향해서 가도 장내가 정리되지 않자 마음이 급해진 홍보사 관계자들은 장내 방송을 통해 “언론 관계자를 위해 마련된 시사회 입니다. 이러면 배우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카메라와 노트북 등을 지참하지 않으신 일반인들은 나가 주세요”라고 부탁을 해도 현빈에 빠진 관객들의 귀에는 들리지 않았다.
자리를 차지 하고 앉아 있던 한 여성팬은 “자기들이 뭔데 우리보고 나가라야?”라고 관계자들의 당부를 일체 무시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기실 팬들이 몰려드는 모습은 아이돌팬이나 한류 스타들이 오는 자리에서는 당연한 일이었다. 이날 ‘만추’ 시사회 또한 취재진을 가장한 한류 팬들을 막기 위해 해외 매체는 사전 신청을 하는 매체에 한해서 입장을 허용했다.
하지만 이날 ‘만추’ 시사회는 이 같은 극성 일본팬이 아닌 다수 한국 여성팬들로 이뤄진 것 또한 이례적인 일이다.
사실 이날 ‘만추’ 시사회는 1년에 한 두편있는 대작 영화 수준으로 시사회를 개최 했다. 규모는 4개관 1000석 규모로 이에 대해 배급사인 CJ엔터테인먼트 관계자는 “해외 영화제 진출작인 ‘마더’, ‘박쥐’, ‘해운대’ 수준으로 시사회를 개최했다”고 전했다.
특히 시사회가 열린 8관의 경우 왕십리CGV 중 가장 큰 규모로 300여명의 관객을 수용 가능하다. 하지만 이날 해당관은 복도까지 가득 메우고 개미 한마리 빠져나갈 틈을 허용하지 않았다.
팬들은 이에 그치지 않았다. 기자회견이 끝나고 현빈과 탕웨이의 인터뷰가 열리는 골드클래스 앞에서도 그의 모습을 보기 위해 50여명의 팬이 줄을 서서 하루 종일 기다릴 정도였다.
조조영화를 보고 입장한 팬들은 오후 5시까지 자리를 뜨지 않는 지독한 ‘현빈 앓이’에 허우적댄 것이다.
‘만추’를 홍보한 관계자는 모든 스케줄이 끝난 뒤 마이데일리 취재진을 만난 자리에서 “예상은 했지만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 조조영화까지 끊어서 들어오는 것은 정말 새로운 방법이다”고 하소연을 할 정도였다.
현빈을 보기 위한 여성팬들은 복합상영관의 허점을 이용해 ‘조조영화’도 팔리게 했다. 현빈 앓이는 무서웠다.
[사진 = 위로부터 현빈, 현빈을 보기위해 몰려든 팬들로 복잡한 상영관 입구]
김경민 기자 fender@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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