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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S 월화 드라마 아테나:전쟁의여신] 주먹구구식 대본과 연출, 황당
ⓒ SBS <아테나: 전쟁의여신>
첩보액션 블록버스터를 표방하는 SBS 월화 드라마 <아테나:전쟁의여신>(이하 아테나)은 수출하는 것을 목표로 200억 원에 달하는 막대한 제작비를 쏟아부으며 첫 방영부터 화제를 모았습니다. 특히 극 중에 무인전투기, K-11 소총 등 최첨단 무기들이 등장해 오랜만에 우리나라에 제대로 된 첩보물이 나왔다는 기대도 갖게 했습니다.
하지만, 최근 <아테나>를 본 시청자들은 적잖이 실망했을 법합니다. 특히 밀리터리 마니아라면 그 실망감은 더욱 컸을 것입니다. 극 중에 '현존하는 최첨단 무기'를 등장시켰지만, 그에 걸맞지 않은 대본과 연출로 그 의미를 반감시켰기 때문입니다. 지난 14, 15일 방영분이 그랬습니다.
<아테나>는 미 공군의 최첨단 무기 중 하나인'GBU-28' 폭탄(벙커버스터)를 등장시켜 긴장감을 높였지만, 폭탄과 미사일을 구별 못하는 황당 대본과 연출로 인해 결국 시청자들의 빈축을 사고 말았습니다. 이는 <아테나> 제작진의 얕은 무기 지식을 그대로 드러내는 하나의 단면인 것 같아 씁쓸합니다.
항공기 투하용 레이저 폭탄인 'GBU-28'이 미사일?
<아테나>14, 15일 방송에서는 신형 원자로 개발 계획을 방해하려는 아테나와 이를 막으려는 대한민국 NTS 간의 숨 막히는 추격전이 펼쳐집니다. 그리고 계획을 연이어 실패한 아테나는, 분풀이를 하려는 듯 급기야 대한민국 원자력 발전소 테러를 준비하기에 이릅니다.
하지만 일반 미사일로 다중 방호벽으로 되어있는 원자력 발전소에 피해를 입히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는 사실을 알게된 아테나, 비장의 무기를 반입해 공격 준비를 준비합니다. 그 비장의 카드는 바로 'GBU-28'(Guided Bomb Unit 28)였지요. 아테나는 이 무기를, 미사일 발사대에 옮겨 원자력 발전소를 향해 발사하려고 합니다.
극 중에서 GBU-28이 등장하자, NTS 관계자들의 얼굴에 긴장감이 역력합니다. 한 NTS 요원은 "이 무기를 막으려면 발사 장소를 찾아야 합니다"는 말까지 곁들입니다. 한마디로 아테나나 NTS 모두, 'GBU-28'을 미사일로 생각하는 것이었습니다.
그런데 왜일까요? 극의 긴박한 상황에서 필자는 얼굴이 화끈거렸습니다. 비단 저뿐만이 아니라, 이 무기의 정체를 아는 시청자들은 아마 같은 반응을 보였을 것입니다. 왜냐하면, 드라마에서 그토록 중요한 역할을 차지하는 'GBU-28'은 미사일이 아닌, 폭탄이기 때문입니다.
'GBU-28'은 흔히 벙커버스터로 널리 알려진 벙커 파괴용 폭탄입니다. F-15 등의 전폭기에 장착해 사용하는, 보통 4만 피트 상공에서 떨어뜨려 그 낙하 속도로 파괴력을 얻는 '항공기 투하용 레이저 유도폭탄'인 것입니다. 미사일과 폭탄도 구분 못하는 <아테나> 제작진의 무지에 낯 뜨거워지는 이유입니다.
<아테나>의 어설픈 연출, 해외 마니아들 보기 부끄럽습니다
ⓒ SBS <아테나: 전쟁의여신>
그렇기에 처음 <아테나>에 이 폭탄이 등장했을 때만 해도, 이를 사용하기 위해 아테나 테러범들이 전투 비행단을 급습, F-15K 전투기라도 탈취할 줄 알았습니다. 물론, 소수의 인원으로 공군 전투 비행단을 급습하는 게 말이 안 되는 설정이었지만, 극 중 'GBU-28' 폭탄을 사용하기 위해선 거의 유일한 방법이었습니다.
하지만 <아테나> 제작진은 이 폭탄을, 미사일처럼 사용하는 황당 연출을 했습니다. 게다가 2톤이 넘는 투하용 폭탄을 크레인도 없이 사람의 힘으로 단 몇 십분 만에 미사일 발사대에 설치, 땅에 제대로 고정되지도 않은 빈약한 발사대에서 그 무거운 폭탄이 10Km 정도를 날아간다는 극 중 상황에선 당혹스럽기까지 했습니다.
이런 비과학적인 설정은 판타지의 영역이 아닌가 하는 생각까지 들었습니다. 사실 <아테나>의 황당 설정은 이번 한 번이 아닙니다. 극 중반에 무인전투기를 소총으로 맞혀 추락시키는 장면과 극 초반, 저격수가 검은 옷에 자신의 모습을 고스란히 드러내고 저격 자세를 취하는 모습 등은 밀리터리 마니아는 물론, 일반 시청자까지 웃게 만들었습니다.
드라마에 막대한 제작비를 들이고 최첨단 무기들까지 등장시켰으면, 이를 살릴 수 있는 개연성 있는 연출이 뒷받침돼야 하지 않을까요? 해외 수출까지 염두해 둔 상황에서 '폭탄'을 '미사일'로 변신시키는 주먹구구식 연출은 보는 시청자들의 마음을 안타깝게 합니다. 제대로 된 첩보 액션물을 만들기 위해 군사자문전문가까지 두는 미국 등지의 해외 드라마를 생각할 때 얼굴이 화끈거리는 일입니다.
<아테나>가 후에 수출이 된다면, 해외 밀리터리 마니아들이 세계 최초 'GBU-28' 미사일(?) 장면을 보며 폭소할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괜히 부끄러운 마음이 드는 것은 비단 저 뿐일까요? 막대한 제작비와 화려한 액션도 중요하지만, '폭탄'과 '미사일'을 구분할 줄 아는 기본 역량이 대한민국 드라마에 필요해 보입니다.
곽진성 (jinsung007)
문태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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