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김하진 기자] 두 야구팀의 팬들이 뿔났다. 한 쪽은 감독을 떠나보낸 구단에 대한 분노때문이었고 다른 한 쪽은 현재 있는 감독에 대한 불만이 이유였다.
18일 인천 문학구장은 그 어느 때보다 어수선했다. 경기 전 오후 2시경 SK가 김성근 감독의 경질을 발표했기 때문이다. 경기 도중에는 이물질 투척과 관중 난입이 이어졌고 경기 후에는 이만수 감독 대행을 향한 욕설을 퍼붓는 팬도 있었다.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경기장 조명이 꺼지자 관중들은 1루측 파울라인 익사이팅존의 낮은 그물을 넘어 그라운드에 난입했다. 한 두 명이 난입하기 시작하자 관중들은 줄지어 쏟아져 나왔고 마운드로 몰려가 SK 유니폼을 불태웠다. 마운드에는 불길이 일었고 20여 분이 지나서 소방서에 출동한 이후에야 팬들의 행동이 진정됐다.
같은 시각, 잠실 야구장에서도 팬들의 집단 행동이 펼쳐졌다. 이날 LG는 두산에 3-5로 패하며 4위 롯데와는 3.5경기나 벌어졌다. 가을야구를 학수고대했던 LG팬들은 이런 성적을 내고 있는 팀에 대한 분노가 치솟았다. 지난 14일 한차례 중앙 출입구에 모여 박종훈 감독과의 면담을 요구했던 팬들은 이날 다시 구단 버스를 둘러싼 후 박 감독을 기다렸다.
결국 박종훈 감독은 팬들 앞에 나섰고 확성기까지 들고 나와 "팀이 여러분들을 실망시켜 드리지 않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고 앞으로 더 열심히 할 것이다. 조금만 기다려 달라"고 전했다.
주장 박용택도 팬들과의 면담을 가졌다. 박용택은 "팬들이 얼마나 LG를 사랑하고 얼마나 많은 실망과 고통을 느끼고 있는지 알게 됐다"며 "선수들도 부담스러운 것은 사실이다. 우리가 이기고 지는 것을 마음대로 할 수는 없지만 올시즌 끝날 때까지, 시즌 마지막 경기, 마지막 이닝까지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보여주겠다"고 전했다.
두 팀 팬들이 모인 이유는 달랐다. 하지만 팬들의 집단 행동은 팀에 대한 애정에서 나온 것이라는 사실은 같았다. 600만 관중을 목표로 하고 있는 프로야구가 이같은 팬들의 집단행동에 대해 어떻게 대처할 수 있을지 앞으로의 행보에 귀추가 주목된다.
[문학구장에서 유니폼을 태우는 팬들(위)-잠실구장에서 버스를 둘러싼 팬들. 사진 = 곽경훈 기자 kphoto@mydaily.co.kr, 유진형 기자 zolong@Mydaily.co.kr
김하진 기자 hajin07@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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