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다승왕이요? 그건 제 목표가 아닙니다.”
삼성 좌완 에이스 장원삼은 8월 14일 포항 한화전서 개인 커리어 최다인 14승째를 따낸 이후 3경기 연속 승수를 쌓지 못했다. 그 사이 팀 동료 미치 탈보트. 쉐인 유먼(롯데), 브랜든 나이트(넥센)가 13승으로 장원삼의 다승왕 도전에 위협을 가하고 있는 형국이다. 어떻게 보면 올 시즌 최고의 위기이지만, 8일 대구 두산전서 9이닝동안 127구를 던지면서 6피안타 11탈삼진 2실점으로 올 시즌 최고의 피칭을 했다. 15승을 놓친 게 옥에 티였다.
▲ 다승왕? 의식 안 한다, 목표는 15승
장원삼은 올 시즌 타선의 득점지원이 좋다. 8월 14일 포항 한화전서 14승을 따낼 때만 하더라도 타선이 평균 4.8점을 지원해줬다. 그러나 최근 3경기서 2패를 기록하면서 2.7점을 지원받는 데 그쳤다. 이렇듯 승수는 자신의 힘만으로 되는 게 아니다. 그래서인지 그는 9일 대구 두산전이 취소된 뒤 다승왕 경쟁을 두고 “뒤에서 세 명이 따라오고 있는데 의식하지 않는다. 그건 내 목표가 아니다. 올 시즌이 시작하기 전부터 내 목표는 15승이었다”라고 털어놨다.
장원삼은 앞으로 3~4경기 정도 추가로 등판할 것으로 보인다. 15승 이상 달성도 가능해 보인다. 참고로 삼성 좌완 15승은 1982년 이선희, 권영호, 1984년, 1985년 김일융, 1986년 성준, 1998년 스캇 베이커 이후 14년째 주인공이 나타나지 않았다. 좌완 가뭄에 시달린 삼성은 2009년 12월 31일에 장원삼을 영입하면서 좌완 에이스 부재의 한을 풀었다. 개인적으로도 현대, 히어로즈 시절이던 2006년과 2008년 12승을 따낸 뒤 2010년 삼성으로 이적한 뒤 13승을 따냈다. 그가 올 시즌 15승을 따낸다면 팀과 개인 모두에게 의미가 클 것이다.
▲ 주변의 평가절하? 솔직히 신경 쓰인다
주변에선 이런 그를 평가절하하는 경향도 있다. 평균자책점이 3.84로 18위에 불과한데다 이닝소화도 129이닝으로 14위에 불과하다는 것이 이유다. 위에서 언급한 것처럼 올 시즌 전반적으로 타자들의 도움도 많이 받았다. 하지만, 8일 대구 두산전서 타선의 단 2점 지원 속에 2008년 이후 4년만에 9이닝 투구를 했다. 투구수도 127구로 8월 21일 대구 롯데전 130구 다음으로 많았다. 그에 대한 주위의 편견을 불식하는 한 판이었다.
장원삼은 “솔직히 의식이 된다. 등판하면 평균자책점을 낮추려고 하고 많은 이닝을 던지려고 한다. 롯데전서도 많이 던졌는데 만루홈런을 맞아서 아쉬웠다. 그래서 어젠 동료들이 계속 던지라고 하더라. 승리는 놓쳤지만 경기 중반부터 투구 밸런스가 살아난 것 같다”라고 했다.
사실 장원삼은 7월 중순까지 승승장구하다 8월 2승 3패 평균자책점 6.00으로 부진했다. 득점지원을 많이 받던 그였지만, 득점지원도 줄었고, 스스로도 투구 밸런스가 흔들렸다. “체력적으로 힘들었다”고 했다. 사실 8일 대구 두산전서도 초반엔 볼넷과 홈런을 내주며 썩 매끄러운 피칭이 아니었지만, 중반 이후 힘을 냈다. “5회 이후 땀이 나면서 투구 밸런스가 잡혔다. 아무래도 날씨가 좀 시원해지니까 힘이 나는 것 같다”라고 했다.
▲ 체인지업 장착, 더 이상 투피쳐 아니다
최규순 심판원은 장원삼을 두고 “요령있는 투구를 한다”라고 평가했다. 그 정도로 장원삼의 경기운영능력은 농익었다. 여기엔 비결이 있다. “작년 후반기부터 체인지업을 던지고 있다”라고 했다. 숙소에서 우연히 공을 갖고 놀다가 체인지업 그립이 잡혔는데, “이거 던져보면 되겠다”싶어서 실전에서 던져보니까 효과가 만점이었다고 회상했다. “7~80%의 힘으로 슬슬 던지니까 타자들이 잘 속았다. 직구, 슬라이더만 던지다가 체인지업을 던지니까 타자들을 상대하는 게 한결 수월해졌다”라고 웃었다.
8일 대구 두산전 9이닝 피칭 때 가장 인상깊은 건 경기 후반 10타자 연속 범타 처리였다. 그 중 4명을 루킹 삼진으로 처리했는데, 삼진을 잡은 공은 다름아닌 직구였다. 올 시즌 체인지업의 비율을 높인 장원삼을 이젠 타자들이 의식하기 시작했다는 증거다. 직구와 슬라이더만 던지다 체인지업까지 계산하기 시작했고, 체인지업 타이밍이다 싶을 때 제구가 잘 된 직구가 들어오니 타자들이 서서 당한 것이다. 투구 매뉴얼의 다양화가 가져온 결과다. “오른손 타자 상대하는 게 한결 수월해졌다”라고 고백했다.
▲ 제구력은 어느 정도 타고나는 것
장원삼은 “볼넷을 내주는 걸 싫어한다. 어제 이원석에게 홈런을 맞은 것도 볼카운트가 2B로 몰리니까 가운데로 던져서 맞춰 잡으려다 홈런을 맞은 것이다. 그게 차라리 낫다”라고 했다. 볼넷을 내주면 대량실점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에 차라리 주자 없는 상황에서 안타나 홈런을 맞는 게 낫다고 보는 것이다.
투수판 활용을 잘 하는 것도 비결이다. 장원삼은 3루쪽 투수판을 밟고 던진다. 이럴 경우 우타자 입장에선 대각선으로 들어오는 몸쪽 스트라이크가 더욱 깊숙해 보일 수밖에 없다. 장원삼은 “확실히 3루쪽을 밟고 던지니까 스트라이크 존이 잘 보인다”라고 했다. 이어 그는 “제구력은 어느 정도는 타고 나는 것 같다”고 했다. 빠른 볼 대신 제구력이라는 재능을 타고난 것이라고 봐도 된다.
빠른 볼은 없지만, 체인지업을 장착하면서 투구 매뉴얼이 다양해졌고, 자로 잰듯한 제구력을 바탕으로 농익은 경기운영능력을 과시한다. 주변의 평가절하 시선도 있지만, 그는 올 시즌 15승 투수가 될 자격이 충분하다. 자신의 목표와 팀의 영광스러운 기록에 다가서고 있는 장원삼은 2012년을 데뷔 후 최고의 해로 만들어가고 있다.
[장원삼.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 ⓒ마이데일리(www.mydaily.co.kr).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
댓글
[ 300자 이내 / 현재: 0자 ]
현재 총 0개의 댓글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