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연예
[마이데일리 = 이승록 기자] 시트콤 '엄마가 뭐길래'(이하 '엄마가')와 예능프로그램 '공감토크쇼 놀러와'(이하 '놀러와')를 폐지하기로 한 MBC의 결정이 무섭다.
방송사가 경쟁력 떨어지는 프로그램을 폐지하는 건 자주 있는 일이지만, '엄마가', '놀러와' 모두 일방적인 폐지 결정과 통보였단 게 문제였다. 출연진과 제작진은 폐지 사실을 모른 채 녹화를 가졌고 뒤늦게 폐지를 통보 받았다. 시청자들의 폐지 요구가 있던 문제적 프로그램도 아니었다. 폐지 이유는 낮은 시청률이었다.
'엄마가', '놀러와'의 폐지는 전례를 남기게 됐다. 이게 MBC의 결정이 공포스러운 이유다. 이들이 남긴 전례가 시청자에게 기존에 없던 극도의 불안감을 주고 있기 때문이다.
시청자들은 '엄마가'의 경우를 보며, 극 장르도 시청률이 나쁘면 이야기를 매듭짓지 못하더라도 폐지될 수 있단 걸 알게 됐다. 극은 기본적으로 발단부터 절정을 거쳐 결말까지 하나의 흐름을 지닌 커다란 이야기로 구성돼 있다. 그렇지만 MBC는 '엄마가'가 현재 얼마나 이야기를 전개했는지 중요하지 않았다. 시청률이 낮은 게 중요했고, 그래서 폐지를 결정했다.
'엄마가'는 자신의 이야기를 절반도 들려주지 못하고 중간에 그만두게 된 셈이다. '엄마가'가 매회 다른 에피소드로 구성된 시트콤인 것을 감안하더라도 이야기 도중에 끊어버린 건 상당히 이례적이고, 충격적인 일이다. 다른 극 장르도 결코 중도 폐지의 위협에서 벗어날 수 없다는 메시지와 같다.
2004년부터 8년 넘게 방송된 '놀러와'는 MBC의 대표 토크쇼였다. 진행자 개그맨 유재석과 배우 김원희는 오랜 세월 호흡을 맞추며 한국 예능사의 손꼽는 남녀 2인 MC로 자리잡았고, 다양한 코너를 거치며 '놀러와'는 자신만의 색깔이 뚜렷한 토크쇼로 발전했다. 특히 '국민MC'로 불리는 유재석의 존재감만으로도 시청자들로부터 높은 신뢰를 받았다.
그러나 MBC는 '놀러와'를 최근의 저조한 시청률을 이유로 폐지하기로 결정했다. 이는 MBC가 시청률을 프로그램의 상징성과 시청자의 신뢰도보다 더 중요한 가치로 생각했다고 해석할 수 있다.
MBC가 자신들의 대표 프로그램 중 하나인 '놀러와'까지 폐지하는 상황이라면, MBC의 예능프로그램들 중 그 어떤 프로그램도 안심할 수 없게 된다. '놀러와' 폐지는 그 프로그램의 내용이나 사회적으로 끼치는 영향이 어떠하든 시청률이 낮다면 '놀러와'와 마찬가지로 폐지될 수 있단 걸 말해주기 때문이다.
특히 MBC의 폐지 남발은 시청자마저 시청률 때문에 불안하도록 만들었다. '내가 재미있고, 감동 받은 프로그램이라도 시청률이 높지 않으면 언제 폐지될지 모른다'란 불안감을 MBC가 시청자에게 심어준 것이다. 사실 시청률이 높고 낮음의 문제는 방송국과 제작진이 신경 쓸 문제인데, 이제 시청자까지 시청률에 민감하게 반응하며 폐지 걱정을 할 수 밖에 없게 됐다.
시작한 지 2개월 밖에 안된 시트콤 '엄마가'를 폐지하고, 시작한 지 8년이 넘은 '놀러와'까지 폐지한다는 건 MBC가 모든 프로그램을 폐지 가능 범주에 포함하고 있단 뜻일 것이다. 그래서 시청자는 불안하고 무서운 것이다. 또 어떤 프로그램이 폐지될 지 모른다는 불안감과 공포.
MBC가 프로그램들을 폐지시킨 과정에서 알 수 있듯 결국 MBC의 최우선 가치는 시청률이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MBC의 폐지 결정은 시청률의 주체인 시청자를 오히려 불안감에 몰아 넣었다. 시청자들이 자신들에게 불안감을 준 MBC, 또 신뢰가 무너진 MBC에 과연 높은 시청률을 보답할 이유가 있을지 의문이다.
[MBC '공감토크쇼 놀러와' MC 유재석(위 왼쪽)과 김원희-MBC '엄마가 뭐길래' 포스터. 사진 = MBC 제공]
이승록 기자 roku@mydaily.co.kr
- ⓒ마이데일리(www.mydaily.co.kr).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
댓글
[ 300자 이내 / 현재: 0자 ]
현재 총 0개의 댓글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