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축구
[마이데일리 = 안경남 기자] 잉글랜드 최고의 더비다운 경기였다. 5골이 나왔고, 오심도 있었다. 그리고 리오 퍼디난드는 2펜스(약 34원)짜리 동전에 테러를 당했다. 이보다 흥미로운 더비가 있을까?
지난 9일(이하 한국시각) 영국 맨체스터에 위치한 이티하드 스타디움서 벌어진 2012-13시즌 프리미어리그 16라운드, 164번째 맨체스터 더비는 ‘레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이하 맨유)의 3-2 극적인 승리로 끝났다. ‘블루’ 맨체스터 시티(이하 맨시티)는 0-2로 뒤진 상황에서 2골을 따라잡았지만 경기 종료직전 로빈 판 페르시에게 기막힌 프리킥을 얻어맞으며 고개를 떨궜다.
90분이 짧게 느껴질 정도로 경기는 매우 다이나믹하게 진행됐다. 알렉스 퍼거슨 감독도 경기 후 “눈을 뗄 수 없는 환상적인 경기였다”고 평했다. 승자이기에 나올 수 있는 발언이었지만, 그만큼 이날의 맨체스터 더비는 재미있었다.
맨시티가 강팀으로 거듭난 이후 맨체스터 더비는 거의 매 시즌 ‘한 편의 극장’을 연출하고 있다. 2009-10시즌에는 후반 추가시간 6분에 터진 마이클 오언의 버저비터 골로 맨유가 4-3 승리를 거뒀고, 2010-11시즌에는 웨인 루니의 역대급 오버헤드킥이 나왔다. 2011-12시즌은 더 익사이팅했다. 커뮤니티실드서 맨유가 3-2로 승리하자, 리그에서 맨시티가 맨유를 6-1로 대파했다. 맨시티 팬들은 영화 섹스 앤 더 시티를 패러디한 ‘식스 앤 더 시티(Six and the city)’로 맨유 팬들을 자극했다.
한때, 잠시였지만 맨체스터 더비는 지루한 양상을 띠기도 했다. 양 팀 모두 지지 않기 위해 중원을 강화했고 모험보다 안정을 택했다. 맨유는 수비가 좋은 박지성을 투입했고, 맨시티는 야야 투레를 수비형 미드필더가 아닌 공격형 미드필더로 배치했다. 하지만 그런 경기는 많지 않았다. 더비의 성격상 골은 또 다른 골을 불렀다. 최근 했다하면 최소 5골 이상이 나오는 이유다.
‘레드’와 ‘블루’ 만큼 180도 다른 양 팀의 전술적인 차이도 재밌는 경기가 나오는 원인 중 하나다. 올 시즌 맨유는 빅경기서 점유보다 역습에 중점을 두고 있다. 지난 10월 치른 첼시전(3-2승)이 그랬고, 이번 맨시티전도 비슷했다. 반면 맨시티는 점유하는 팀이다. 이날도 맨시는 56%의 볼 점유율을 보였고 481개로 372개에 그친 맨유보다 100정도 더 많은 패스를 시도했다.
하지만 맨시티는 후반에 경기를 원점으로 돌리는데 성공했다. 카를로스 테베스의 투입이 경기를 바꿨다. 마리오 발로텔리는 자신이 무엇을 해야하는지 정확히 알지 못했다. 그로인해 세르히오 아구에로도 방황했다. 그러나 테베스가 들어오면서 아구에로가 좀 더 힘을 받기 시작했다. 맨유가 수비라인을 내린 탓도 있지만 아구에로가 맨유 박스 안으로 자주 침투하는 상황이 연출됐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야야 투레가 한 골을 따라잡았다.
맨시티의 두 번째 골은 코너킥에서 나왔다. 이는 맨유의 실수로부터 발생했다. 퍼거슨 감독은 수비 강화를 위해 발렌시아를 빼고 필 존스를 투입했다. 헌데 그것이 문제였다. 선수가 바뀌면서 세트피스 상황에서 맨 마킹을 놓치는 실수가 나왔다. 덕분에 파블로 사발레타는 아무런 방해도 받지 않은 채 슈팅을 시도할 수 있었다.
하지만 최후의 승자는 맨유가 됐다. 역전골을 넣기 위해 맨유를 몰아붙였던 맨시티는 위험지역에서 프리킥을 내줬고, 판 페르시의 왼발 킥은 옛 아스날 동료 사미르 나스리에 맞고 굴절돼 골문 안으로 빨려 들어갔다. 로베르토 만치니 감독은 “4명이 수비벽을 서야 했다. 하지만 마지막 순간 테베스가 자리를 이탈했다. 이해가 안 된다”고 했다. 작은 차이가 승부를 가른 셈이다.
맨시티를 제외한 축구 팬들에겐 무척이나 재미있는 경기였다. 영국의 프리랜서 칼럼니스트 개리 스미스는 최근 잉글랜드 최고의 더비로 ‘맨체스터 더비’를 꼽으며 “단순하게 치열한 더비를 넘어 잉글랜드 챔피언을 결정하는 경기가 되고 있다”고 했다. 레알 마드리드와 바르셀로나의 ‘엘 클라시코 더비’가 점점 지루해지는 사이, 맨체스터 더비는 세계 최고의 더비가 되고 있다.
[맨체스터 더비. 사진 = gettyimagekorea/멀티비츠, 그래픽 = 안경남 knan0422@mydaily.co.kr]
안경남 기자 knan0422@mydaily.co.kr
- ⓒ마이데일리(www.mydaily.co.kr).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
댓글
[ 300자 이내 / 현재: 0자 ]
현재 총 0개의 댓글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