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차우찬에게 반전드라마가 필요하다.
삼성 차우찬이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대표팀에 극적으로 승선했다. KBO는 21일 류현진, 김광현, 홍상삼을 제외하면서 서재응, 이용찬, 차우찬을 합류시켰다. 왼손 에이스들의 대체자로 합류한 차우찬은 올 시즌 26경기서 6승 7패 2홀드 평균자책점 6.02로 부진했다. 지난해에도 초반 주춤하다 막판 상승세를 타며 10승 6패를 따냈으나 올 시즌엔 끝까지 투구밸런스를 찾지 못했다. 한국시리즈에서도 좋은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다.
2006년 삼성에 입단한 차우찬은 4년간 유망주에 머무르다 2010시즌 중반부터 두각을 드러냈다. 140km후반대로 구사되는 직구와 날카로운 슬라이더의 조합만으로도 리그에 센세이션을 일으켰다. 직구의 힘과 슬라이더의 각도가 좋았다. 류현진과 김광현에 버금가는 특급 좌완으로의 성장까지 예견됐다. 그는 올 시즌 초반 변화를 시도했다. 공에 힘을 좀 더 싣기 위해 오픈스텐스에서 크로스 스텐스로 내딛는 발의 방향을 바꿨다.
독이었다. 오른손타자에게 몸쪽 승부의 날카로움을 더하고자 했으나 투구밸런스가 무너졌다. 공에 힘이 실리지 않았고 제구력도 흔들렸다. 제구력과 구위 모두 흔들리자 난타당했다. 개막전서 이병규에게 만루홈런을 맞는 등 올해 총 11개의 홈런을 맞았다. 리그 최다 피홈런 9위였다. 뒤늦게 예전의 폼으로 돌아갔지만 구겨진 자존심을 회복하진 못했다. 선발 로테이션에서도 탈락했다.
차우찬에게 2012년은 최악의 한 시즌이었다. 그는 지난 18일 1억 3000만원에 내년 연봉 계약을 맺었다. 올 시즌에 비해 4000만원 깎인 금액이었다. 2013년은 어떻게든 자존심을 찾아야 한다. 기회가 일찍 찾아왔다. 류중일 감독은 그에게 확실한 재기 무대를 제공했다. 차우찬은 내년 3월 생애 첫 태극마크를 달고 WBC에 출전한다. 사실 모든 팬의 시선이 곱다고 볼 수는 없다. 올 시즌 성적만으로는 대표팀에 뽑히긴 어려웠다.
류 감독이 그를 선택한 건 차우찬에 대한 믿음이 확고하다는 증거다. 대표팀은 차우찬에게 류현진과 김광현의 대체자, 혹은 선발과 중간을 오가는 전천후 역할을 기대하고 있다. 류 감독은 누구보다도 차우찬을 잘 안다. 직접 자신이 관리하고 챙긴다면 그가 최상의 컨디션으로 대회에 참가할 것이라고 믿는다. 또 차우찬은 이번 한국시리즈를 제외하곤 단기전서 비교적 강했다.
어떻게 보면 류 감독도 승부수를 던졌다. 리그에 마땅한 왼손 선발투수가 부족한 상황에서 자신이 운항하는 태극호에 차우찬을 과감하게 태웠다. 이제 차우찬의 철저한 준비만 남았다. 더 이상 물러설 곳이 없다. 막대한 부담을 이겨내야 하는 숙명을 떠안았다. 최근 연봉계약을 마쳤기 때문에 개인훈련에 집중할 수 있는 환경도 마련됐다. 대표팀에 승선하는 만큼 좀 더 빨리 몸을 만들어야 한다. 차우찬이 2013년 반전드라마를 쓸 수 있을까.
[동료의 환호를 받는 차우찬.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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