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구/NBA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우리은행이 명실상부한 리딩구단이 됐다.
춘천 우리은행의 여자프로농구 통합우승. 그녀들은 센세이션한 시즌을 보냈다. 지난 네 시즌 연속 최하위. 올 시즌에도 꼴찌만 면하면 다행인 줄 알았는데 예상을 뒤엎고 개막전 승리를 시작으로 승승장구하더니, 5개월간 레이스 맨 앞에서 달리다 정규시즌, 챔피언결정전 통합 우승에 성공했다. 지난 2006년 겨울리그 이후 7년만의 경사였다.
우리은행 통합우승 원동력으로 위성우 감독의 지도력, 젊은 선수들의 잠재력 폭발, WNBA 최고용병 티나 톰슨의 존재 등이 꼽힌다. FA로 풀리는 선수도 없어 다음 시즌에도 고스란히 우승 전력을 유지할 전망. 여자프로농구는 차기 시즌 외국인선수 제도가 2명 보유 1명 출전으로 바뀐다는 변수가 있지만 우리은행은 2013-2014시즌에도 우승 1순위다.
▲ 신한 왕조도 시작은 미약했다
우리은행이 4년 연속 최하위를 차지하는 동안 여자농구는 신한은행 천하였다. 신한은행은 2007년 겨울리그를 시작으로 2011-2012시즌까지 통합 7연패를 차지했다. 국내 프로스포츠에서 좀처럼 보기 힘든 대기록. 최윤아, 강영숙, 김단비, 이연화, 김연주 등 젊고 가능성 있는 선수들이 임달식 감독의 지도로 국내 최고 선수로 성장하면서 초호화군단으로 탈바꿈했다. 여기에 국내 최장신 하은주가 마침표를 찍었다.
신한은행도 결코 처음부터 왕조 소리를 들은 게 아니다. 전주원, 정선민, 진미정 등이 든든하게 뒷받침을 하면서 젊은 선수 성장의 토대가 됐다. 그런 점에서 우리은행도 앞으로 맞이할 숱한 고비를 잘 넘긴다면 충분히 왕조 구축도 가능하다. 오히려 우리은행은 박혜진, 이승아, 양지희, 배혜윤 등 젊은 선수들 성장의 버팀목 역할을 해준 베테랑이 없었다. 임영희 역시 우승경험이 없는, 아직은 설익은 베테랑이었다.
▲ 티나 톰슨 재계약 가능성 떨어지는 현실
신한 왕조 구축의 마침표는 하은주가 찍었다. 후반에만 출전해도 효과는 컸다. 그러나 올 시즌 외국인선수 제도가 5년만에 재도입되면서 하은주 효과는 상당 부분 상쇄됐다. 우리은행은 올 시즌 여자농구 최고의 외국인선수 티나 톰슨이 전력의 마침표를 찍었다. 오히려 티나에 대한 의존도는 신한은행이 하은주에게 기대했던 것 보다 더 높았다.
이는 외국인선수 제도 현실상 당연한 현실. 삼성생명도 애당초 엠버 해리스 없인 챔피언결정전 진출이 쉽지 않았다. 누가 제도를 잘 활용하느냐가 중요하다. 그런 점에서 우리은행이 내년 시즌 티나를 다시 잡지 못할 경우 왕조구축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지 관심이다. 우리은행과 티나가 내년 시즌 함께할 가능성은 낮다.
WKBL 규정상 각 구단은 올 시즌에 뛰었던 외국인선수와 다음 시즌에 재계약을 체결할 권리가 없다. KBL과는 다른 부분. 다음시즌에도 함께 뛰고 싶다면 해당 선수가 외국인선수 드래프트에 참가해야 하고, 해당 구단이 드래프트에서 그 선수를 뽑아야 한다. 그러나 티나의 경우 드래프트에 참가를 한다고 해도 올 시즌 하위권에 머물렀던 팀들이 먼저 뽑아갈 가능성이 크다. 디펜딩 챔피언이 된 우리은행은 다음 시즌 외국인선수 드래프트 1라운드 후순위로 밀린다. 사실 티나가 다음시즌 드래프트에 참가할 것인지도 미지수다.
▲ 다음시즌, 도전자들 결코 만만치 않다
우리은행은 기본적으로 다음 시즌에 티나와 함께하지 못한다는 가정 속에서 통합 2연패를 노려야 한다. 다른 외국인선수와 조직력을 매끄럽게 맞춰서 또 다시 우승에 성공한다면 그 자체로 더욱 의미가 클 것이다. 다만 올 시즌에 드러났듯 외국인선수제도의 막강한 영향력을 감안할 때 또 다른 괴물 외국인선수가 어느 팀에 입단해서 리그 지각변동을 이끌 것인지는 아무도 알 수 없다.
디펜딩 챔피언의 숙명이 늘 그렇듯, 우리은행도 다음 시즌 도전자들의 거센 추격을 온 몸으로 떠안아야 한다. 통합 8연패에 실패한 신한은행은 다음시즌 우승후보로 손색 없고, 전통의 강호 KDB생명도 안세환 감독 영입으로 전력을 재정비할 것이다. 서동철 감독을 영입한 KB, 올 시즌 준우승팀 삼성생명 역시 마찬가지다. 조동기 감독 2년차를 맞이하는 하나외환도 다음 시즌에는 만만치 않을 전망이다.
프로스포츠의 진리. 정상은 오르는 것보다 지키는 게 더 힘들다. 이제 우리은행은 농구여왕 타이틀을 지켜야 한다. 신한은행은 무려 6번이나 지켜내며 왕조를 구축했다는 소리를 들었다. 과연 우리은행은 어떨까. 올 시즌 우승이 우리왕조 구축의 첫 걸음으로 기록될 수 있을까.
[우리은행 선수들. 사진 = WKBL 제공]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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