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정말 류현진은 멘탈 갑이었다.
LA 다저스 류현진은 지난해까지 한화에서 7시즌동안 98승 52패 평균자책점 2.20을 기록했다. 190경기에 등판해 1269이닝동안 1238탈삼진을 잡아냈다. 그야말로 눈부신 기록이다. 이 기간 국내 야구에서 류현진보다 좋은 성적을 올린 투수는 없었다. 류현진은 한화에서 국내 최고 에이스로 거듭났고, 코리안 몬스터로 인정받아 당당히 국내 최초로 한국프로야구 출신 메이저리거가 됐다.
류현진이 한화 에이스로 뛰던 시절. 한화는 서서히 가세가 기울었다. 입단 첫해 2006년엔 한국시리즈 준우승을 차지하는 등 당당히 우승을 노리던 다크호스였다. 그러나 2007년을 끝으로 2008년부터 지난해까지 5년 연속 포스트시즌 진출에 실패했다. 이 기간 한화는 세 차례나 최하위를 차지했다. 류현진을 데리고 있었음에도 그랬다.
▲ 불평 한 마디 없었던 외로운 에이스
한화에선 오죽하면 ‘류현진-비-비-비-비-류현진’ 순으로 선발로테이션이 돌아갔으면 좋겠다는 말이 나왔다. 최근 몇 년간 한화에 류현진은 빛이자 희망이었다. 그렇다고 해서 류현진이 순탄하게 98승을 쌓은 것도 아니었다. 타자들의 지원 미비, 수비수들의 아쉬운 실책 속 승리를 날린 경기도 허다했다. 그럼에도 류현진은 항상 최고의 성적으로 한화의 마지막 자존심을 지켜줬다. 외로운 에이스는 불평 하는 법이 없었다. 승리를 따내지 못할 경우 “모든 게 내 탓이오”였다.
류현진이 ‘멘탈 갑’이라는 말도 그래서 나온 말이다. 투수 입장에선 자신이 잘 던져도 결과가 좋지 않을 때가 있다. 한화에선 좀 더 그런 상황이 많았다. 야구는 멘탈 게임. 어지간해선 같이 무너지는 경우가 허다하다. 류현진이 진짜 에이스로 공인받을 수 있었던 건 강인한 멘탈이 뒷받침됐기 때문이다. 이는 곧 류현진이 절대 에이스로 성장할 수 있었던 자양분이기도 했다.
▲ 실책, 볼넷, 난타 돌림병
한화는 류현진이 떠난 뒤 새삼 그가 대단한 에이스였다는 걸 느끼고 있다. 14일 대전 LG전 패배로 개막 13연패. 역대 최다 불명예 기록 경신. 한화로선 연패를 끊어줄 에이스가 없다는 게 뼈 아픈 것보다도, 류현진처럼 강인한 멘탈로 팀의 중심을 잡아주는 선수가 없다는 게 더 아쉬운 요즘이다. 지금 한화는 총체적 난국이다. 투수진은 초반부터 볼넷 등 연이은 부진으로 보직이 허물어졌고, 공격의 효율성은 떨어진다. 수비 실책보다 눈에 보이지 않는 실수는 더 많았다.
류현진은 이 모든 악조건을 품고 한화에 1승을 안겨줬던 에이스다. 그러나 이제 류현진은 없다. 류현진이 없는 한화는 연일 무너졌다. 실력도 실력이지만, 류현진만한 강인한 멘탈을 갖고 있는 선수가 안 보이는 실정. 하루 잘 던졌다가도 그 다음 위기에서 무너지는 경우가 허다하다.
한화는 지난해 멤버와 올해 아주 큰 차이가 있는 건 아니다. 그런데도 전체적인 전력이 지난해보다 더 떨어진 평가를 받는 건 류현진, 박찬호, 양훈 등의 공백도 분명하지만, 기존 선수들이 서로의 실수를 만회하지 못하고 함께 무너져버리기 때문이기도 하다. 예를 들어 김혁민, 유창식 등은 지난해 충분히 가능성을 보여준 투수들이다. 그러나 투수들이 너나 할 것 없이 무너지자 함께 부진한 건 기술적인 실력 외에 팀의 연패 속 불안해진 멘탈이 작용했을 가능성이 있다.
지금 한화는 실책, 볼넷 돌림병에 걸렸다. 아무리 약해도 이 정도로 개막 이후 1승도 못한 채 무너질 팀은 아니다. 모두 부담을 느끼고 있다. 내일은 없다 식의 마운드 운용도 결과적으론 실패다. 오히려 불규칙적으로 등판하는 투수들에게 부담이 돼 더 좋지 않은 결과가 나왔다. 악순환이다.
▲ 류현진의 강인한 멘탈을 배워라
최근 한 야구 관계자는 “한화 선수들이 현진이의 강인한 멘탈을 배웠으면 좋겠다”고 했다. 류현진은 여전히 낯선 메이저리그 무대에서 3경기만에 2승을 따내는 놀라운 적응력을 과시 중이다. 반대로 한화는 늘 맞붙어오던 팀, 늘 경기를 했던 대전에서조차 좀처럼 경기력이 나아지지 않고 있다. 각 팀들의 전력과 주변환경의 변화를 감안하더라도 이건 실력 외의 무언가가 있다.
한화 선수들 개개인의 기술적인 능력이 타구단 선수들에 비해 떨어지는 건 당장 극복하기 어렵다. 하지만 멘탈 문제는 마음 먹기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연패에 대한 스트레스와 부담감은 결국 선수들 스스로 극복해야 할 문제다. 잘 안 풀릴 때도 표정하나 변하지 않고, 긍정적인 마인드로 무장하는 건 그리 어렵지 않다. 마음을 편하게 먹고, 정신을 똑바로 차려야 난국을 헤쳐나갈 수 있다.
류현진은 14일 타자친화적인 구장인 체이스필드에서 한미통산 100승 금자탑을 쌓았다. 생전 처음 가본 구장에서 씩씩하게 자신의 볼만 던졌다. 100승까지 결코 순탄한 여정이 아니었다. 한화 선수들은 에이스가 나올 땐 꼭 이기자고 마음을 굳게 먹고 나왔고, 실제 더 좋은 공격 응집력을 선보이기도 했다. 그런 마인드를 류현진이 없는 현실에서도 보여줘야 한다. 선발로 2승을 따낸 류현진보다 승률이 더 낮은 한화. 그의 강인한 멘탈이 새삼 대단했다는 걸 느끼고 있다.
[류현진(위), 한화 벤치(가운데), 한화 경기장면(아래).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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