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
[마이데일리 = 안경남 기자] 5월 5일 어린이날, 수원의 정대세가 인천의 이천수를 이겼다. 정대세는 후반 35분 보스나가 프리킥을 차는 순간 상대 페널티박스 안으로 침투했다. 그리고 자신에게 날아오는 볼을 받아 인천의 골망을 흔들었다. 인천의 오프사이드 라인은 순식간에 무너졌고 주장 김남일은 고개를 떨궜다.
정대세는 경기 후 인터뷰서 “행운이 따랐다”고 말했다. 하지만 행운도 준비된 자에게 찾아오기 마련이다. 늘 문전을 향해 뛰는 정대세의 집념이 수원에 행운의 승리를 선사했다.
전술포인트① - 베스트11
서정원 감독은 정대세와 함께 스테보를 전방에 내세웠다. 수원 라커룸에서 서정원 감독은 전술판에 정대세를 원톱에 배치한 4-2-3-1 포메이션을 그려 놨다. 수비시에는 스테보가 후방으로 내려와 상대 미드필더를 괴롭혔고 공격시에는 전방으로 올라가 투톱 형태를 띠었다. 홍순학이 부상으로 빠진 오른쪽 풀백은 젊은 수비수 신세계가 맡았다. 우려와 달리 신세계는 대선배 이천수를 상대로 안정된 경기력을 선보였다. 서정원 감독은 “(신세계에게) 아무런 지시도 내리지 않았다. 어린 선수에게 많은 주문은 오히려 독이 될 수 있다”며 역할을 제한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김봉길 감독은 베스트11에 변화를 주지 않았다. 디오고가 원톱에 섰고 2선에 이천수, 이석현, 한교원이 포진했다. 나머지 포지션도 이전 경기와 같았다.
전술포인트② - 압박과 템포
이날 인천과 수원은 경기 내내 강한 압박과 빠른 템포를 선보였다. 1골 밖에 나오지 않았지만 경기가 지루하지 않았던 이유다. 수원은 정대세(또는 스테보)가 상대 센터백과 함께 수비형 미드필더로 나온 김남일을 지속적으로 견제했다. 이 때문에 인천은 볼을 전개하는데 어려움을 겪었다. 수원에선 스테보가 위협적인 찬스를 만들었다. 그는 피지컬을 앞세워 인천 수비를 흔들었고, 전반 중반 두 차례 득점 기회를 잡았지만 인천 권정혁 골키퍼의 선방에 막혔다. 인천도 찬스는 있었다. 한교원이 수원 오프사이드 라인을 깨고 슈팅을 날렸지만 이 역시 정성룡 골키퍼의 손끝에 걸렸다.
전술포인트③ - 김남일
인천에선 김남일이 3번째 센터백처럼 움직였다. 수원이 볼을 잡았을 때 김남일은 센터백 위치까지 내려와 안재준 또는 이윤표와 함께 수원 투톱을 수비했다. 인천이 수비시에 4-1-4-1처럼 보인 이유다. 덕분에 인천은 생각보다 안정적으로 정대세와 스테보를 막아냈다. 한 두 차례 실수도 있었지만 큰 문제가 되진 않았다. 반대로 수원에선 곽희주가 터프한 수비로 디오고의 맥을 끊었다. 인천의 롱패스는 대부분 디오고 머리로 향했다. 하지만 곽희주가 매번 같이 헤딩을 시도하며 인천이 세컨볼을 잡지 못하게 했다. 이처럼 수원은 후방에서 늘 2대1의 상황을 유지했다. 그로인해 오장은과 박현범은 측면 수비수를 도와줄 수 있었다. 인천에선 이석현이 몇 차례 재치 있는 드리블을 선보였지만 빈 공간으로 이동하는 움직임이 부족했다.
전술포인트④ - 인천의 변화
인천은 후반에 교체를 통해 승부수를 던졌다. 구본상, 한교원이 빠지고 좀 더 공격적인 문상윤, 찌아고가 연속해서 투입됐다. 이후 인천은 4-2-3-1에서 4-1-4-1로 포메이션을 완전히 바꿨다. 이석현, 문상윤이 중앙에 같이 섰고 김남일이 좀 더 후방으로 내려왔다. 그 때문에 인천 수비는 상황에 따라 스리백처럼 보이기도 했다. 찌아고가 왼쪽에 서면서 이천수는 자연스럽게 오른쪽으로 이동했다. 김봉길 감독은 “이천수는 어느 위치든 가능하다”고 말했지만, 적어도 이날은 왼쪽이 오른쪽보다 더 나았다. 찌아고는 수비라인이 낮은 수원에겐 크게 위협적이지 못했다. 설상가상 수원이 선제골을 넣으면서 찌아고가 뛸 공간은 더 줄어들었다.
전술포인트⑤ - 정대세
팽팽했던 균형은 후반 35분 깨졌다. 보스나가 먼 거리서 프리킥을 찼고 이것이 빗맞으며 문전에 있던 정대세에게 향했다. 정대세는 이것을 받아 침착하게 득점으로 연결시켰다. 행운의 골이라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이것은 인천의 변화가 수원에게 준 선물에 더 가까웠다. 4-1-4-1 전환 이후 김남일은 앞서 언급했듯이 센터백 지역으로 더 자주 내려왔다. 이는 세트피스 상황에서도 마찬가지였다. 보스나가 볼을 차는 순간 두 명의 인천 센터백은 정대세보다 앞선 위치에 있었지만 김남일은 쇄도하는 스테보를 따라가다 정대세에게 온사이드를 허용했다. 그리고 정대세는 이 행운을 놓치지 않았다.
[전술 그래픽 = 안경남 knan0422@mydaily.co.kr]
안경남 기자 knan0422@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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