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넥센이 점점 진화하고 있다.
넥센으로선 고비였다. 지난 주말 두산과의 원정 3연전서 1승2패로 밀린 상황. 그리고 이어진 이번 주중 삼성과의 홈 3연전. 여기서 밀릴 경우 하락세도 예상됐다. 하지만, 넥센은 이제 약팀이 아니다. 올 시즌 3연패 이상 장기연패가 단 한번도 없다. 투타사이클이 꺾인 상황에서 만난 삼성. 2승1무로 압도하며 삼성과의 격차를 2게임으로 벌렸다. 좀 더 승수를 쌓는다면 안정적인 선두유지도 가능해 보인다.
넥센 야구가 강한 이유. 더 이상 설명하지 않아도 될 것 같다. 삼성전 5연승이 모든 걸 말해준다. 마운드 짜임새에선 삼성에 근소하게 뒤지지만, 화력에선 오히려 삼성을 앞서는 형국. 수비, 작전야구도 전혀 밀리지 않는다. 정교한 수비시프트, 발 야구를 묶은 도루자, 상대 투수의 허점을 파고드는 도루. 왜 그들이 선두를 달리고 있는지를 스스로 입증했다.
▲ 현대 톱니바퀴 야구, 넥센 아직은 못 미친다
넥센은 2008년 현대 선수단을 주축으로 재창단을 한 팀이다. 창단 초창기엔 현대 유니폼을 입었던 선수가 많았다. 이후 세대교체가 이뤄지면서 현재 옛 현대 멤버는 송지만, 이택근, 유한준, 이보근, 송신영, 김성태 정도가 남아있다. 염경엽 감독과 김동수 배터리코치 등 코칭스태프와 프런트엔 현대 시절 영광의 맛을 본 사람들이 더 많이 있다.
현대는 무서운 팀이었다. 1998년, 2000년, 2003년, 2004년 연이어 한국야구를 들었다 놓았다. 투타 힘 자체가 강했을 뿐 아니라 김재박 전 감독 특유의 시스템 야구가 깊게 뿌리 박혀 있었다. 전력 자체가 절정에 이르렀던 2003년~2004년엔 김 전 감독이 따로 사인을 내지 않아도 선수들이 알아서 경기를 풀어갔다. 언제 희생번트를 대야 하고 언제 히트앤드런을 시도해야 하는지 알고 움직였다. 톱니바퀴였다. 야구를 알고 한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 당시 멤버 중 상당수가 은퇴 후 능력을 인정받아 9개 구단에 흩어져 코칭스태프로 활동 중이다.
아무래도 넥센은 현대 전성기 시절에 비하면 전력이 처진다. 그래도 지난해를 기점으로 염경엽 감독이 부임한 올 시즌 빠른 속도로 전력이 탄탄해지고 있다. 좀 더 경험이 쌓인다면 과거 현대가 보여줬던 아우라를 재현할지도 모를 일이다. 무엇보다도 현재 넥센은 현대 전성기 야구를 경험했고, 차근차근 팀을 만들어가고 있는 염 감독이 이끌고 있다.
▲ 현대시절, 삼성엔 지면 안 된다는 분위기였다
염 감독은 6일 목동 삼성전을 앞두고 한 가지 일화를 소개했다. “현대 시절 삼성과 경기를 하면 계열사 간부 20명이 경기장을 찾았다. 삼성은 무조건 이겨야 하는 팀이었다. 이기면 그룹에서 격려금도 줬다. 그룹이 어려워지기 전까진 계속 그랬었다”라고 회상했다. 재계라이벌 삼성만은 반드시 잡아야 한다는 마음가짐이 대단했다. 염 감독은 “세뇌가 됐다”라고 했다.
현대는 전성기 시절 삼성에 강했다. 왕자의 난으로 그룹 가세가 기울고 전력이 떨어지기 시작한 2005년엔 9승8패1무, 2006년엔 10승8패, 심지어 마지막 시즌이었던 2007년에도 11승7패로 앞섰다. 특히 2005년과 2006년은 삼성이 통합 2연패를 했던 시점이라 더 눈에 띈다. 객관적인 전력이 밀렸음에도 삼성전만큼은 끈질기게 승부했다는 게 기록에서 드러난다.
▲ 넥센에 현대 DNA가 이식된다면
과거 현대엔 빈틈없이 강한 전력에 삼성전을 임하는 마인드에서 대변되는 근성이 있었다. 지금 넥센의 전력이 몰라보게 탄탄해졌어도 쉽게 현대 아성을 넘보기 어려운 이유이기도 하다. 프로야구 33년 역사를 통틀어 가장 강한 팀 중 하나로 평가를 받는 현대. 절대 하루 아침에 만들어진 팀이 아니다. 넥센도 그들이 가장 높게 성장할 수 있는 단계가 전성기 시절 현대라고 보면 된다.
넥센이 현대 전성기 시절의 DNA를 장착하려면 뭐가 필요할까. 염 감독은 한 가지 예를 들었다. “작전은 한번에 바로 성공해야 한다. 한 타자에게 작전이 몇 차례 바뀌면 상대에 들통날 가능성이 크다. 그러면 성공확률도 떨어진다”라고 했다. 아직 넥센이 톱니바퀴 같은 작전수행능력, 조직력을 갖추지 못했다는 의미다. 넥센은 실제 삼성과 비겼던 5일 경기서도 몇 차례 작전이 성공했다면 충분히 승리할 수 있었다. 작전야구, 현대의 가장 큰 강점이었다.
올 시즌 넥센의 행보를 지켜보는 건 매우 흥미롭다. 전혀 상위권에 오를 것이라 예상하지 못했던 팀이 개막 2달이 지나고 여름승부 초입에 들어선 현 시점에서도 선두를 굳게 지키고 있으니 말이다. 넥센은 분명 강해졌다. 앞으로 더 강해질 여지도 충분히 있다. 언제가 될진 모르지만, 넥센에 현대 DNA가 이식된다면 어떻게 될까. 프로야구 지형도가 확 바뀔지도 모른다.
[넥센 선수들. 사진 = 목동 송일섭 기자 andlyu@mydaily.co.kr]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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