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프로야구의 또 다른 친구. 장마와 폭염 시즌이다.
장마철에 접어들었다. 기상청은 이달 말 혹은 내달 초부터 내달 20일까지 장마전선이 한반도에 머무를 것으로 전망했다. 26일 현재 장맛비가 소강상태인 중부지방엔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장맛비가 끝나면 국지성 폭우와 함께 폭염이 덮칠 예정이다. 환경변화에 가장 민감한 스포츠인 야구. 시즌 반환점에 다다른 가운데 9개 구단에 엄청난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 장마와 폭염, 타자·투수 누구에게 유리할까
일반적으로 장맛비 혹은 폭염이 그라운드를 덮칠 경우 습도가 높아진다. 이럴 경우 타자들의 타구 비거리가 떨어진다는 게 일반적 논리다. 실제 습도가 높으면 공기의 밀도가 높아진다. 공의 반발력이 커진다는 논리. 투수의 구속, 타자의 타구 비거리 모두 조금씩 떨어질 수 있다. 투수는 컨트롤로 승부할 수 있지만, 타자는 홈런 혹은 장타를 손해 볼 수도 있다는 말이 나온다.
지난해 국내 한 타자에게 물어보니 “장마철 혹은 기온이 아주 높으면서 습한 날씨엔 홈런이 될 타구가 자꾸 워닝트랙에서 잡힌다”라고 했다. 더워서 신경이 예민해진 상황에서 타격이 제대로 안 되니 이래저래 컨디션 유지가 어렵다고 호소했다. 오히려 장맛비가 살짝 내리면 투수가 공을 던질 때 그립이 더 잘 잡힌다는 말도 있다. 국내 한 투수는 “개인적으로 비가 조금 내리면 오히려 제구가 더 잘 된다. 손에 더 잘 감기는 느낌이다”라고 했다.
하지만, 국내 한 해설위원은 “비가 살짝 내릴 경우 투수가 유리할 수는 있다. 그러나 폭우가 쏟아지면 상식적으로 투타를 막론하고 모두 집중하기가 어렵다. 딱히 유, 불리를 따지기 어렵다”라고 했다. 이어 “폭염도 마찬가지다. 습도가 높으면 타구 비거리가 줄어드는 느낌은 있지만, 홈런타자가 습도 때문에 홈런을 못 치는 게 고작 몇 번이겠나”라고 신중한 견해를 보였다. 딱히 투타 유불리를 증명하긴 쉽지 않은 문제인 듯하다.
▲ 컨디션 조절 중요… 밥 든든히 먹자
분명한 건 장맛비와 폭염 모두 타자와 투수의 컨디션 유지를 어렵게 하는 요소라는 점. 야구는 에브리데이 스포츠. 장맛비가 내리면 불규칙적인 휴식을 취해야 한다. 폭염은 사람을 무기력하게 하면서 경기력을 떨어트리는 주범. 아무리 체력 좋고 감 좋은 선수라도 장마와 폭염에 컨디션이 떨어질 가능성은 충분하다. 누가 더 컨디션을 빨리 회복하느냐의 싸움일수도 있다.
삼성 류중일 감독은 “컨디션 조절을 잘 해야 한다. 원정경기가 비로 취소되면 곧바로 숙소로 들어가는데, 시간을 어떻게 보내느냐가 중요하다”라고 했다. 한화 김응용 감독의 지론은 간단했다. “더울수록 더 잘 먹어야 돼.” 김 감독은 평소에도 선수들의 식사를 굉장히 중시한다. 영양가 있는 음식을 충분히 섭취해야 야구할 때 힘을 쓸 수 있다는 지론. 김 감독은 “다른 게 뭐 있어. 날 더울수록 더 잘 먹어야 돼. 고기도 많이 먹고”라고 말했다.
장마와 폭염이 엄습하는 시기에 유독 타격 슬럼프를 겪는 타자를 많이 볼 수 있다. 장맛비는 경기일정마저 들쭉날쭉하게 만들어 타자들의 컨디션 유지를 어렵게 한다. 투수 역시 지나친 휴식을 취하는 경우 연투한 후유증 이상의 밸런스 난조가 찾아오기도 한다. 류 감독은 “프로니까 다들 알아서 컨디션 조절을 잘 해야 한다”라고 했다.
▲ 순위싸움 또 한번 요동친다
전통적으로 장맛비와 폭염으로 순위 판도가 휘청거린 시즌이 많았다. 장맛비와 폭염을 잘 견뎌냈던 팀은 꾸준히 성적을 내면서 원하는 목표를 이뤄냈다. 반면 이 시기에 뒤처지는 팀은 시즌 중반 이후라는 시기적 특성까지 겹쳐 순위싸움에서 반등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다. 그런 점에서 삼성이 ‘여름 라이온즈’라 불리는 건 흥미롭다.
삼성은 유독 한 여름에 강하다. 올 시즌 6월엔 7승7패2무로 보합세지만, 페이스를 회복할 경우 7~8월 치고 나갈 가능성은 충분하다. 2011년엔 6월 중순 이후 선두 자리를 꿰찼고 8월 이후 KIA와 SK, 롯데를 차례로 밀어내고 선두를 공고히 했다. 지난해 4~5월 극심한 부진에도 정규시즌 우승에 골인한 건 한 여름 강세가 결정적이었다. 선수층 자체가 두꺼워서 여러 대안을 준비할 수 있다는 게 최대강점이다.
장마 시즌이 끝날 다음달 말. 9개 구단의 순위 판도는 어떻게 변해있을까. 선두 삼성부터 5위 롯데까지 순위 간격이 촘촘하다. 선두가 뒤집힐 수도 있다. 6,7위 SK와 두산도 이 시기에 역전 4강을 노릴 수 있다. 장마철과 폭염 시즌이 지난 뒤에 어느 팀의 내공이 좀 더 센지 살펴볼 수 있을 전망이다.
[비에 젖은 그라운드.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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