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이젠 시간과의 싸움이다.
24일은 웨이버 공시 마지막 날이었다. 이제부턴 마음에 들지 않는 선수는 임의탈퇴 외엔 처분할 방법이 없다. KBO는 웨이버 신청마감 결과 삼성 아네우리 로드리게스, KIA 앤서니 르루가 웨이버 공시가 됐다고 밝혔다. 쉽게 말해서 퇴출이 된 것인데, 두 사람은 웨이버로 풀어준 팀을 제외한 모든 팀과 자유롭게 입단 계약을 할 수 있다. 물론 현실적으로 그럴 가능성은 낮다. 기량 미달로 퇴출됐기 때문이다.
올 시즌 외국인투수 중에선 기량 미달 선수가 적지 않다. 하지만, 웨이버 공시 마감일에 실제 방출이 된 외국인투수는 두 사람뿐이었다. 성적, 몸 상태 등을 볼 때 웨이버로 풀려도 할 말이 없는 외국인투수가 몇 명 더 있지만, 두 사람을 제외한 외국인투수는 일단 모두 살아남았다. 그럴 만한 이유가 있었다. 삼성과 KIA는 분명 중대한 승부수를 던진 것이다.
▲ 로드리게스-앤서니 퇴출, 초강수? 불가피한 선택!
퇴출이 된 두 외국인투수의 성적을 들여다보자. 로드리게스는 11경기서 3승 5패 평균자책점 4.40을 기록했다. 퀄리티스타트는 단 3차례였다. 피안타율은 0.233인데, 피안타 49개 중 2루타 이상의 장타가 18개였다. 3분의 1을 넘어선 것이다. 구속은 잘 나오는데 컨트롤이 좋은 편이 아니다. 이닝을 길게 끌어가는 스타일도 아니었다. 또한, 팔꿈치에 뼛조각이 발견 돼 더 이상 퓨처스리그에서 구위를 가다듬게 할 이유가 없었다.
앤서니 르루는 30경기서 3패 20세이브 평균자책점 4.50을 기록했다. 블론세이브 4차례에 피안타율은 무려 0.304다. 볼넷도 15개나 내줬다. 구위, 컨트롤 모두 들쭉날쭉했다. 아슬아슬한 곡예 피칭으로 선동열 감독의 애간장을 태우더니 결국 전반기 막판 마무리 보직을 박탈당했다. 최근 퓨처스리그에서 지난해처럼 선발로 쓰려고 준비를 시켰으나 선 감독의 결정은 “안 되겠다”였다. 선 감독은 앤서니가 함평에서 선발로 던지는 걸 직접 봤다. 3회까진 괜찮은데 이후 난타를 당하는 걸 보면서 판단을 내린 듯하다. 선 감독은 “선발 전환이 어렵다고 봤다”라고 했다.
삼성과 KIA는 대체 외국인선수에 대해서 정해놓은 게 없다. 새로운 외국인선수 영입을 확정하지 못한 상태에서 미운 오리부터 내보냈다. 어떻게 보면 초강수다. 외국인투수에 대한 비중을 무시할 수 없는 국내야구. 최악의 경우 대체 외국인선수 영입에 실패하면 외국인투수 1명만으로 남은 시즌을 버텨야 한다. 대다수 야구인이 입을 모은다. “마이너리그에서도 유독 쓸만한 투수가 안 보인다.”
하지만, 데리고 있자니 활용도가 떨어지는 두 투수를 더 이상 함께할 명분은 없다. 즉시전력감으로 써먹어야 할 투수를 부상 회복을 명목으로 기다려줄 이유가 없다. 마무리로 실패한 투수가 선발로도 안 되겠다고 판명 난 상황에서 굳이 데리고 있을 이유 역시 없다. 비록 대체 외국인선수 영입이 쉽지 않더라도 두 사람의 웨이버 공시는 불가피한 선택이었다.
▲ 이젠 시간과의 싸움, 데드라인은 8월 15일
사실 구단들은 외국인선수가 마음에 들지 않을 경우 빠르게 교체 결정을 하는 편이다. 그래야 새로운 외국인선수를 구할 시간을 최대한 벌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금은 남은 시간이 너무 촉박하다. 야구규약상 8월 15일 이후 영입한 선수는 포스트시즌서는 뛰게 할 수 없다. 8월 15일 이후 영입한 선수는 정규시즌 이후엔 뛸 방법이 없다. 남은 시간 약 3주. 삼성과 KIA는 시간과의 싸움에 돌입했다. 남은 기간 동안 어떻게든 쓸만한 외국인투수를 찾아야 한다. 빨리 데려와야 빨리 적응을 시킬 수 있다.
아무래도 마음에 썩 들지 않는 외국인투수를 그대로 안고 가기로 한 구단 대부분은 쓸만한 외국인투수 구하기가 어려운 환경을 고려했다고 봐야 한다. 반면 삼성과 KIA는 일종의 승부수를 던졌다. 삼성은 이미 관계자가 미국에 급파된 상태다. KIA도 발 빠르게 움직여야 할 입장. 새로운 외국인선수를 내달 15일 이후에 영입할 이유는 전혀 없다.
이런 상황 때문에 외국인투수들의 트레이드 가능성이 남아있다. 삼성과 KIA로선 국내선수를 제시하고 하위권 팀의 외국인투수를 전격 영입할 수도 있다는 것. 새 외국인투수를 미국 현지 시장에서 구하기가 촉박한 상황에서 예상 가능한 시나리오다. 다만, 이럴 경우 내줘야 할 국내선수 수준이 어느 정도일지에 대해선 논의가 필요하다. 여기서 구단들의 뜻이 어긋나면 트레이드 성사 가능성은 떨어진다. 올 시즌 트레이드 마감일은 31일. 이젠 시간과의 싸움이다. 외국인선수 1명으로 잔여 시즌, 혹은 포스트시즌까지 버티는 건 최후의 시나리오다.
[로드리게스(위), 앤서니(아래).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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