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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김경민기자] 추석이면 성룡이 찾아오고 크리스마스면 ‘나홀로 집에’의 케빈이 찾아온다.
올해도 어김없이 지상파 3사를 비롯한 케이블 방송사들은 ‘특집 영화’나 ‘특집 예능’ 편성에 여념이 없다.
심지어 SBS는 정규 편성된 드라마 ‘주군의 태양’까지 특집영화인 ‘도둑들’을 방송하느라 결방한다. 이 뿐만 아니라 tvN ‘SNL코리아’는 생방송 대신 기존에 전파를 타지 못했던 미방송분을 편집해 공개한다. 생방송으로 진행되는 프로그램일수록 높은 확률로 특집 프로그램을 편성한다.
그렇다면 이런 ‘특집’이 해마다 명절 때면 편성되는 이유는 왜일까? 그 이유는 눈치 빠른 시청자라면 눈치 챘겠지만 방송사 사람 명절 연휴를 쉬어야 하기 때문이다.
명절이 되면 각 방송사들은 최소 근무 체제에 들어간다. 과거와 다르게 컴퓨터로 시,분,초를 통제할 수 있는 편성운영 체제로 인해 사전에 모든 프로그램을 입력하고 진행한다. 모든 프로그램은 방송사 송출 컴퓨터에 저장, 사전에 입력된 시간이면 자동으로 재생이 되는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최소 근무 체제를 위해 편성이 수월한 시간을 맞출 수 있는 ‘녹화’된 프로그램을 택하는데 여기에 영화만큼 제격인 프로그램이 없기 때문이다. 심지어 영화는 기본 방송 시간이 2시간에 육박하니 중간 CM을 삽입할 수도 있다.
하지만 요즘 영화들이 2시간을 넘는 경우가 많아 부득이 ‘편집’을 해야 하는 경우도 있다. 극장에서 본 것과 브라운관에서 본 영화가 다른 이유는 1시간 단위로 떨어지는 방송시간에 맞추기 위해서 원작을 훼손 시키지 않는 선에서 편집을 가하기 때문이다.
예능 또한 특집 프로그램이 넘친다. MBC ‘아이돌 육상 선수권 대회’를 비롯해 KBS 2TV ‘슈퍼맨이 돌아왔다’, SBS ‘멀티캐릭터쇼-멋진 녀석들’이 대표적이다.
겉으로는 명절 연휴 시청자를 즐겁게 하기 위한 ‘특집’ 프로그램이지만 실상은 다른데 있다. 명절 이후 해당 기방송 중인 예능프로그램을 대체할 수 있는 ‘묘목’을 찾는게 관계자들의 속내다.
실제로 올 추석 파일럿 들은 하반기 방송가 예능 판도를 짐작할 수 있는 ‘생존게임’이 될 전망이다. MBC ‘일밤’을 제외하고 지상파 3사의 예능 프로그램 시청률이 주춤거리고 있는 요즘이라 ‘추석 파일럿’ 프로그램이 깜짝 정규편성 될 수 있는 가능성 또한 높다.
반면 ‘아육대’ 같은 경우는 명절에만 특화된 MBC만의 콘텐츠다. ‘아육대’에 출연하는 아이돌들을 보면 요즘 인기가 있거나 ‘뜨는’ 이들의 지표로 적용된다.
이 같은 특집 예능의 특징은 토크쇼처럼 시의성이 없는 내년 추석에 방송되더라도 어색하지 않은 내용을 가져야 한다. 그 이유는 녹화 날짜가 추석을 한달 앞둔 시점일 수도 있기 때문에 최대한 ‘몸개그’가 동반되는 활동적인 예능인 경우가 많다.
명절이면 찾아오는 특집 영화나 예능 같은 특집 프로그램은 오롯이 방송사 임직원들의 연휴를 위한 것이다. 하지만 방송사를 나무랄 수는 없을 것이다. 방송사의 PD나 작가, 편성관계자 모두 한 집안의 가장이자 아들, 딸이기 때문이다.
또, 쓸쓸하게 명절을 보내거나 평소보다 2배 가까운 관객이 몰리는 극장가가 싫은 이들에게는 몰아서 해 주는 미드 데이는 고마운 선물인 셈이다. 특집 프로그램 만이 나쁜 것 만은 아니다.
[영화 '코리아' '마이웨이' '광해' '도둑들' 포스터(위 왼쪽부터 시계방향). 사진 = CJ, 롯데 엔터테인먼트, 쇼박스 제공]
김경민 기자 fender@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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