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
[마이데일리 = 김종국 기자]태국에서 전지 훈련중인 대구FC가 2014시즌 선수단 등번호를 확정지었다. 2014시즌 등번호 컨셉은 ‘믿음과 신뢰’였다.
대구FC는 2012년부터 등번호 배정과 관련하여 ‘컨셉’에 맞는 다양한 이야기를 만들어 내고 있다. 지난 2012년 당시 창단 10주년을 기념해 구단 역사상 최초로 ‘12번’을 12번째 선수 대구FC 서포터즈 ‘그라지예’에게 헌정한 대구는 2013년에는 기존선수 전원이 사용하던 등번호를 그대로 ‘계승’하여 전년도의 돌풍을 이어가고자 했다.
2014년 시즌 대구FC 등번호 배정의 컨셉은 ‘믿음과 신뢰’였다. 지난 1월 취임한 최덕주 감독은 ‘근성' ‘빠른 팀정비’ ‘신뢰 구축’ ‘유소년 시스템 확대’ ‘최선’ 등 4개의 키워드를 제시했다. 이 중 ‘신뢰구축’이 이번 등번호 배정으로 이어졌다.
최덕주 감독은 등번호 배정과 관련하여 전권을 선수들에게 위임했다. 선수들에 대한 강한 믿음과 신뢰가 있었기 때문이다. 또한 선수들이 직접 희망하는 번호를 달고 경기에 뛰면서 이에 동반되는 ‘책임감’을 함께 느끼길 바라는 마음도 있었다.
이러한 영향 때문일까? 올해는 유독 다양한 사연의 주인공들이 대거 탄생했다.
▲ 대구 유스출신 신창무-정대교 “선배들의 맹활약 이어갈게요!”
대구FC U-18팀(현풍고) 출신으로 이번에 프로에 입단한 신창무와 정대교는 각각 11번과 33번을 선택했다. 11번은 2010년 대구에 입단해 4년간 주전으로 맹활약한 황일수(제주)가 달았던 번호이고, 33번은 2010년 대구에 입단한 송제헌(상주)이 2011년에서 2012년까지 달았던 번호다.
이 두선수가 각각 11번과 33번을 선택한 배경은 유스시절 황일수와 송제헌의 플레이를 보며 프로선수를 준비했기 때문이다. 두 선수에게는 황일수와 송제헌이 프로선수가 되게끔 도움을 준 ‘멘토’인 셈이다.
실제 선호하는 플레이도 두 선수를 닮았다. 신창무는 첫 소집 때부터 꾸준히 좋은 기량을 보였으며 전지훈련 첫 연습경기에서도 신인 중 유일하게 선발 출전해 득점 장면에 관여하는 등 최덕주 감독의 기대에 부응했다. 특히 ‘신메시’라 불릴 만큼 빠른 드리블 돌파를 선보여 그동안 황일수가 달았던 11번을 이어받기에 적합한 선수라 불리고 있다.
정대교 역시 과거 33번을 달았던 선배 송제헌과 유사한 플레이 스타일을 펼친다. 정대교는 “3학년(2010년)때 당시 대구 공격수였던 송제헌선수의 플레이를 보면서 많은걸 배웠다. 송제헌 선수처럼 대구에서 많은 골을 넣고 활약해 팬들에게 인정받는 선수가 되고 싶어서 33번을 선택했다”고 말했다.
▲ 황순민, 2008년 이근호 이후 6년 만에 국내선수 ‘10번’ 주인공
지난시즌 맹활약하며 떠오르는 스타로 자리매김한 ‘황순민’은 2008년 이근호(상주) 이후 6년 만에 국내선수로는 처음으로 10번을 달게 됐다.
그동안 대구의 10번은 전통적으로 외국인선수들의 몫이었다. 그러나 대부분 기대치에 못 미쳤다. 국내선수는 그동안 2003년 홍순학, 2005년 김근철, 2007년 장남석, 2008년 이근호가 10번을 달았다. 이중 10번을 달고 유일하게 성공한 케이스는 이근호 뿐이다. 다른 선수들은 모두 10번을 단 그해 슬럼프나 부상 등의 이유로 부진하거나 백업멤버에 머물렀다.
이러한 징크스는 지난해 아사모아까지 이어졌다. 하지만 황순민이 이를 깨기 위해 과감하게 도전장을 던졌다.
황순민은 “개인적으로 징크스나 저주를 의식하진 않는다. 만약 그런게 있다면 실력으로 깨겠다”며 대구FC의 ‘10번 징크스’에 개의치 않는 모습을 보였다. 이어 “축구팀에서 10번이란 번호는 단순한 번호 이상의 ‘상징’이다. 아직 내 실력으로는 10번을 달만큼 훌륭한 선수는 아니라고 본다. 하지만 이제는 프로 3년차가 된 만큼 더 책임감을 느끼고 헌신하겠다는 마음으로 10번을 신청했다"는 배경을 밝혔다.
황순민 이외에도 이색적인 이유로 등번호를 선택한 선수가 있다. 미드필더 인준연이다. 2012년 시즌 대구에 입단했다가 지난 시즌 충추로 임대갔던 인준연은 특이하게도 77번을 선택했다.
인준연은 "항상 행복하고 좋은 일 가득한 시즌이 되었으면 해서 행운의 7이 두 개 있는 77번을 선택했다“고 말했다.
그 밖에도 수비수 허재원, 조영훈은 각각 8번과 13번을 선택하며,‘해당번호들은 미드필더나 공격수가 달아야 된다’는 고정관념을 파괴했다.
▲ 창단멤버 박종진, 올해도 '24번'
번호 이동 없이 기존의 번호를 그대로 고수한 선수도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박종진이다. 프로데뷔 당시 막내였던 박종진은 이제 팀 내 최고참이 되었다.
‘원년멤버’ 박종진은 올해도 어김없이 창단 때부터 줄곧 지켜온 자신의 등번호 24번을 선택했다. 박종진이 24번을 놓친 건 상무에서 군복무 중이던 2008-2009년이 유일하다. 이 기간 동안은 박정식이 박종진의 24번을 물려받아 주전 수비수로 맹활약했었다.
박종진 이외에도 이지남(17번), 안상현(20번) 등은 기존의 등번호를 그대로 입고 2014시즌 경기장을 누빈다.
▲ 감독의 권유로 ‘9번’ 달게 된 김대열
등번호를 선수들에게 전권 위임함에 따라 대부분의 선수들이 본인 선택으로 등번호를 달게 되었지만 김대열은 유일하게 코칭스태프의 권유로 ‘9번’을 선택했다.
김대열은 전지훈련을 떠나기전 국내에서 가진 체력측정에서 기존선수 중 셔틀런 테스트 1위를 기록했으며, 태국에서도 첫 연습경기에서 지칠 줄 모르는 체력과 넓은 활동량으로 중원을 장악하며 앞으로의 활약을 기대케 했다.
김대열은 “부담감이 없다면 거짓말이다. 하지만, 이제 팀을 이끌어가는 중고참이 된 만큼 더 큰 책임감을 느낀다. 믿음에 부응하는 선수가 되겠다”는 각오를 밝혔다.
▲ 2014시즌 대구FC 등번호 배정
1번 이양종, 2번 금교진, 3번 박성용, 4번 지병주, 5번 김태진, 6번 노행석, 7번 조형익, 8번 허재원, 9번 김대열, 10번 황순민, 11번 신창무, 12번 그라지예, 13번 조영훈, 14번 김귀현, 16번 김동진, 17번 이지남, 18번 이동명, 19번 장백규, 20번 안상현, 21번 조현우, 22번 이준희, 23번 남세인, 24번 박종진, 26번 윤영승, 27번 김흥일, 28번 임근영, 30번 한승엽, 31번 박민선, 33번 정대교, 77번 인준연
[황순민. 사진 = 대구FC 제공]
김종국 기자 calcio@mydaily.co.kr
- ⓒ마이데일리(www.mydaily.co.kr).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
댓글
[ 300자 이내 / 현재: 0자 ]
현재 총 0개의 댓글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