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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이은지 기자] 배우 이종석의 2013년을 돌아보면 그야말로 쉼 없이 달렸다. 영화 '관상'과 '노브레싱'이 개봉했고, SBS 드라마 '너의 목소리가 들려'에 출연했다. 뿐만 아니라 2012년부터 이어진 '학교 2013'에도 출연했다. 비단 지난해만의 이야기는 아니다. 2012년으로 거슬러 올라가면 영화 '알투비: 리턴투베이스'와 '코리아'에 연달아 출연했다. 숨 고를 틈도 없었다.
꾸준히 작품에 출연했지만 이종석에게는 '벼락스타'의 이미지가 있다. 억울할만한 타이틀이었다. 누나들을 사로잡는 애교와 미소로 이종석을 평가하기엔 그의 필모그래피가 심상치 않다.
지난해에 이어 이종석의 필모그래피에 새로운 작품이 추가됐다. 지금까지의 이미지 전혀 어울리지 않았던 전설의 카사노바다. 영화 '피끓는 청춘'에서 이종석은 1982년 충청도 일대를 장악한 전설의 카사노바 중길 역으로 변신을 시도했다.
쉬운 도전은 아니었다. 이종석은 "연기를 할 때는 항상 겁이 난다"고 말했다. 그는 '피끓는 청춘' 속 중길에 대해 "안 해봤던 캐릭터다. 영화를 다 찍고 나서도 걱정이 됐다. 나에 대해 아는 사람들이 느낄 이질감과 반감이 떠올랐다. 매신 진장을 하면서 촬영에 임했고, 하다 보니 편해지더라"라고 말했다.
"'너목들'의 절 기억하는 사람이 많잖아요. 여운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에게는 놀랄만한 일이죠. 좀 더 망가지지고, 좀 더 찌질하게 보이기 위해 노력하고 고민했어요. 물론 반대하는 사람도 있었죠. 안전하게 갈 수 있는 길이 있는데, 왜 어려운 길을 택하냐며…."
이종석이 '피끓는 청춘'을 선택한 것은 누구나 예상했듯이 변신이고, 캐릭터의 매력이었다. 이전과 다른 캐릭터에 끌렸고, 주변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결심했다. 처음엔 불편했지만, 점차 편해졌고, 그러다보니 재미까지 느꼈다.
"우리 영화가 재밌는 것은 배우들의 새로운 시도에요. 저 뿐만 아니라 박보영 씨, 김영광 씨, 이세영 씨까지 해본 적 없는 역할이에요. 재밌었어요. 중길이 마음에 들었던 것은 이전과 다르다는 점이었어요. 80년대의 배경과 충청도 사투리, 시골, 농촌 이야기 등이 변화를 줄 수 있다고 생각했어요."
인터뷰는 영화가 개봉되기 전 진행됐다. 아직 많은 사람들의 평가를 받아보기 전인 상황에서 걱정이 많은 듯 했다. 철저하게 망가진 자신의 모습을 바라보는 사람들, 또 팬들의 반응이 궁금하다고 했다.
"팬들의 반응은 잘 모르겠어요. 어린 친구들의 마음이 금방 변할 수도 있긴 하지만, 제가 욕심을 내서 선택한 거니까 팬들도 좋아해주지 않을까요? 망가진 제 모습을 봤을 때 '망가졌지만 귀엽게 나왔네'라는 생각을 하기도 했어요. 하하."
이종석은 '피끓는 청춘'에서 분명히 성장했다. '너목들'을 촬영했던 당시 처음 느껴보는 감정에 당황하기도 했다. 그는 "'너목들' 감독님께 '느껴본 적 없는 감정이고 상상도 되지 않는다'고 말한 적이 있다. 박수하의 감정 변화가 너무 어려웠다"고 말했다.
사실 '너목들' 종영 후 '관상'이 개봉됐지만, 촬영 순서는 반대였다. '관상'을 모두 찍은 뒤 '너목들' 촬영에 들어갔다. 이종석의 표현에 따르면 '관상'은 "땀을 한바가지 흘리면서 본 작품"이다. '관상'을 본 뒤 부끄러움을 느꼈고, 영화에 흠집을 냈다는 자책까지 들었다고.
"'너목들' 이후에 '관상'을 찍었다면 더 잘하지 않았을까요? '관상'이 900만이 넘는 관객이 들었는데 저에 대한 이야기가 없었어요. 그만큼 제가 보이지 않았다는 거죠. 너무나도 잘 알고 있어요. 주변의 반응으로 느낄 수 있으니까요."
그렇게 이종석은 성장 통을 겪어야했다. 남들이 보기엔 '자신감이 없다'고 말할 수도 있지만 이종석의 생각은 반대였다. 자신감이 있기에 자신을 냉정하게 평가할 수 있었다. 한 작품이 끝날 때마다 자신의 단점을 평가하고 고쳐나간다는 생각으로 한걸음씩 나아가고 있다.
이종석은 절친인 김우빈과 마찬가지로 모델출신 배우다. 하지만 모델이 꿈은 아니었다. 어린 시절부터 배우가 되고 싶었고, 아버지 몰래 연기학원을 다니기도 했다. 이종석이 밝힌 모델이 된 이유는 "배우가 되고 싶어서"였다.
"금방이라도 배우가 될 것 같았어요. 하하. 연기를 시켜주겠다고 해서 모델을 시작했어요. 그런데 그 소속사에서는 도저히 연기를 할 수 없다는 것을 알았고 회사를 옮겼죠. 그렇기 시간이 많이 지났어요. 연달아서 작품을 하는 이유 중 하나가 과거 쉬었을 때가 떠올라서죠. 그래서 능력도 안 되면서 두 작품 이상씩을 쥐고 있었어요."
마지막으로 이종석은 현재 자신을 "피끓는 청춘"이라고 표현했다. 그래서 미래를 보고 나아간다. 계속해서 시도를 하고 도전을 하는 것이 현재, 그리고 미래의 이종석이다. 쉬고 싶은 생각이 들기도 하지만, 뜨거운 피는 이종석을 움직이게 하고 있다.
"현재도 풀리지 않는 숙제가 있어요. 스펙트럼을 넓히는 것이 맞는지, 아니면 제가 잘 하는 것을 하는 게 맞는지 고민을 하고 있어요. 아니다 싶으면 제가 못하는 부분을 고집할 이유가 없잖아요. 아직은 더 많이 고민해야 될 부분이겠죠?"
[배우 이종석. 사진 = 곽경훈 기자 kphoto@mydaily.co.kr]
이은지 기자 ghdpssk@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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