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연예
[마이데일리 = 이지영 기자] 시청자들은 왜 예능 PD가 만든 드라마에 열광하는가?
예능 프로그램과 드라마는 엄연히 다른 장르다. 각 방송사에 예능국과 드라마국이 따로 있고, 예능 PD와 드라마 PD가 명확히 구분되듯 예능과 드라마는 접점이 없다.
하지만 tvN 예능국에는 드라마를 만드는 예능 PD가 따로 존재한다. 그 속에서 탄생한 것이 '응답하라 1997(이하 응칠)', '응답하라 1994(이하 응사)', '막돼먹은 영애씨(이하 막영애)', '식샤를 합시다(이하 식샤)' 등이다.
공교롭게도 '응답하라'와 '막영애'는 시즌제가 될 정도로 시청자들에게 큰 인기를 얻었다. 드라마를 정통으로 배운 사람이 아닌 예능 PD들이 만든 드라마인데 말이다. 무엇이 시청자들을 이 드라마에 열광하게 만들었을까?
예능은 기본적으로 드라마보다 트렌드에 민감하다. 예능은 프로그램의 포맷이 자리 잡고 나면 그 이후부터는 시청자들과의 소통을 중요시한다. 시청자들이 어떤 방향을 원하는지가 프로그램 미래의 성패를 좌지우지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예능 PD들은 시청자들의 반응을 민감하게 받아들이고, 그 문제에 빠르게 대응할 줄 아는 능력이 있다.
드라마 역시 트렌드에 민감하다. 대중의 반응에 따라 인물 간의 관계가 바뀌기도 하는 것이 현 드라마의 추세다. 이런 대중들의 기호에 맞춰 재빠르게 대응하는 것이 예능 PD가 가진 강점이다 보니 시청자들의 기호에 맞는 드라마가 탄생하는 것이다.
두 번째, 대본은 가상이지만 이야기는 현실이다. 예능은 기본적으로 사람을 바탕으로 한다. 예능에도 대본은 존재하지만 드라마처럼 모든 대사가 주어지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드라마보다 더 인간적인 모습이 많이 드러난다. 그래서 예능 PD가 만든 드라마에는 사람 냄새나는 '현실밀착형' 이야기가 많다.
'막영애'의 노처녀 영애씨를 시작으로 '응칠'의 빠순이 성시원, '응사'의 하숙집딸 성나정, '식샤'의 돌싱녀 이수경의 이야기는 대체로 우리네 이야기와 별반 다를 바가 없다. 잘생긴 연하남이나 나만 바라보는 훈남친구와의 로맨스라는 판타지는 존재하지만 이를 제외한 에피소드는 지극히 사실적이다.
무엇보다 예능 PD가 여타 다른 드라마 PD들보다 강점을 보이는 것은 편집이다. 예능은 1분 1초가 전쟁이다. 조금만 재미가 없어도 시청자들은 가차 없이 채널을 돌린다. 그렇기 때문에 지루할 틈 없이 프로그램 만드는 방법을 누구보다 가장 잘 터득하고 있는 사람이 바로 예능 PD다. 결국 그는 드라마에서도 시청자들의 눈을 뗄 수 없게 만드는 방법을 교묘하게 이용한다.
이를 위해 예능 PD들은 신의 한수인 효과음과 자막을 교묘히 삽입한다. '막영애'에서는 영애의 감정표현과 상황을 나타낸 자막을 넣었다. '오후 6시 10분, 퇴근시간 경과! 사장 방에 알람시계 놔드려야겠어요', '걸레와 직장생활의 공통점? 더러워도 참는다', '굿닥터는 있어도 굿상사는 없다' 등 그냥 지나치는 장면도 이처럼 허투로 쓰는 법이 없다.
'식샤'와 '응칠', '응사' 에서는 다양한 효과음으로 시청자를 집중시킨다. 민망한 상황에 들리는 "음매"같은 염소소리나, 충격을 받았을 때 나는 깡통소리 등은 캐릭터들의 감정을 극대화시킨다. 다른 드라마에서는 받아들이기 힘든 설정이지만 '식샤', '응사'에서는 적절한 타이밍에 맞춰주니 인물의 표정이나 상황과 절묘하게 맞아떨어진다.
물론 예능PD가 만든 드라마는 정통 드라마와 여러 면에서 차이를 보인다. 그러나 대중들은 이를 '낯섬'이 아닌 '독특함'으로 받아들였고, 이것에 열광했다. '막돼먹은 영애씨'와 '응답하라'의 성공이 방증하듯 예능PD가 만든 드라마는 이제 하나의 트렌드로 자리잡았다.
['응답하라 1994', '식샤를 합시다' 스틸사진, '막돼먹은 영애씨12' 방송화면. 사진 = CJ E&M 제공]
이지영 기자 jyoung@mydaily.co.kr
- ⓒ마이데일리(www.mydaily.co.kr).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
댓글
[ 300자 이내 / 현재: 0자 ]
현재 총 0개의 댓글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