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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허설희 기자] 연극 '나와 할아버지', 평범한 우리 이야기가 뭉클하다.
연극 '나와 할아버지'는 멋진 멜로드라마를 쓰고 싶은, 혈기만 왕성한 공연대본작가 준희가 외할아버지가 전쟁 통에 헤어진 옛 연인을 찾아 나서는데 동행하게 되면서 자신이 상상할 수조차 없었던 외할아버지의 삶을 대면하는 이야기를 담은 작품이다.
연극 '올모스트 메인'에 이어 극단 '공연배달서비스 간다'(이하 '간다') 10주년 퍼레이드 '간다GO'의 두 번째 작품으로 선정된 연극 '나와 할아버지'는 민준호가 작, 연출을 맡아 실제로 자신과 할아버지 사이에 있었던 일을 소재로 한 연극으로 특유의 반짝이는 재치와 재기 발랄한 유머가 공연 내내 돋보인다.
'나와 할아버지'의 가장 큰 매력은 리얼리티에 있다. 민준호 연출의 실제 이야기를 그린 만큼 대사 및 상황들은 사실적이고 자연스럽다. 화려하지 않지만 과하게 꾸며지지 않은, 현실적인 생동감이 관객들에게 공감을 불러 일으킨다.
멀티 역 정선아 역시 "이 작품의 매력은 소박함과 친숙함이다. 아무리 맛있는 레스토랑에 가도 최고는 집밥이다. 집밥 같다. 전에 한 관객분이 유기농 공연 같다고 했다. 화려한 공연에 지쳐 있는 관객들에게 집밥 같은 따스함을 전하지 않았나 생각한다"고 밝혔다.
실제로 '나와 할아버지'는 누구나 겪었을 법한, 혹은 겪지 않았어도 충분히 이해하고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를 전한다. 속사포 잔소리를 쏟아 붓는 할머니, 그 잔소리에도 자신의 생각을 굽히지 않는 할아버지. 오랜 시간 함께 살아온 두 사람의 이야기가 손자를 통해 전해지면서 잔잔하게 흘러가다 느껴지는 감동의 따뜻함을 건넨다.
'나와 할아버지'는 표현 방법 역시 예사롭지 않다. 텅 비었다고 해도 무관한 무대에는 바퀴 달린 세트 하나만이 존재한다. 이는 곧 자동차가 되기도, 침대, 식당, 병원 등이 되기도 한다.
과거 이야기를 전하는 현재의 준희, 즉 작가 양경원은 다양한 역할을 통해 이야기의 이해를 돕고 멀티녀 역 정선아, 손지윤 역시 할머니부터 엄마, 식당 아줌마 등 역할을 자유자재로 넘나들며 재미를 더한다. 친숙하면서도 독특한, 참신하면서도 익숙한 웃음 코드가 공연 내내 관객들을 웃기고 울린다.
'나와 할아버지'가 호평을 얻고 있는 데에는 단연 친숙함 속에서 우리가 잊고 살았던 진정성을 전한다는 것에 있다. 작가의 설명을 듣고 단순히 할아버지와 손자의 동행을 지켜보는 것 뿐인데 어느새 그들의 이야기, 그들이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가 관객들 마음 속에 깊이 자리 잡는다.
잊고 싶지만 잊혀지지 않는 과거를 지닌 할아버지와, 잊고 싶지 않지만 숨겨야 하는 과거를 지닌 할머니. 두 사람의 애틋한 사랑과 서로간의 존중, 가족간의 사랑을 깨닫게된 손자. 이 과정이 아름답게 슬프고 그럼에도 행복하다.
네비게이션에 의지하던 손자가 할아버지를 이해하게 되면서 변화하는 모습, 또 눈물을 참으며 자신 역시 훗날 손자가 자신의 이야기를 먼저 궁금해하길 바란다고 고백하는 모습은 관객들로 하여금 큰 공감과 깨달음을 얻게 하며 눈시울을 붉히게 만든다.
'나와 할아버지'의 진정성이 고스란히 전달 되는데는 배우들의 호연도 빼놓을 수 없다. 초연에서 호평 받은 진선규와 오용, 새로 합류한 김승욱은 깊은 연기 내공으로 우리 할아버지의 진심을 전한다. 디테일한 묘사로 할아버지를 표현하는 이들은 담배 피는 쓸쓸한 뒷모습만으로도 관객들의 눈물샘을 자극한다.
정선아, 손지윤의 개성 넘치는 연기 또한 '나와 할아버지'를 이끄는 힘이다. 정선아, 손지윤은 톡톡 쏘는 속사포 대사를 자연스럽게 소화하고 멀티 역답게 각 상황에 맞는 캐릭터, 연기로 활력소 역할을 톡톡히 한다. 오의식, 홍우진, 이희준, 양경원 등의 안정된 연기도 빼놓을 수 없다.
이처럼 친숙함 속에서 강렬한 메시지를 도출해낸다는 것. '나와 할아버지'가 집밥같이 소박하면서도 묵직한 공연으로 평가 되고 있는 이유다.
한편 연극 '나와 할아버지'는 오는 4월 20일까지 서울 종로구 동숭동 대학로 아트원씨어터 3관에서 공연된다.
[연극 '나와 할아버지' 공연 이미지. 사진 = 스토리피 제공]
허설희 기자 husullll@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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