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구/NBA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모비스가 웃었다.
70.6%의 우승 확률을 갖고 있는 챔피언결정 1차전 승리. 그 의미는 컸다. 기선 제압 그 이상이었다. LG는 홈에서 1차전을 내줬다. 심리적인 타격이 컸다. 모비스는 확실히 LG 공략의 실마리를 잡은 듯하다. 유재학 감독은 1차전 직후 챔피언결정전 미디어데이에 이어 또다시 “4승2패로 끝내고 싶다”라고 말했다.
‘만수’의 머릿속에 계산이 끝난 것일까. 승부는 그리 간단하지 않다. 7전4선승제의 챔피언결정전은 단기전이면서도 장기전의 성격을 갖고 있다. 모비스는 1차전서 웃었지만, 잘 풀리지 않은 부분도 있었다. LG 역시 1차전을 내줬지만, 반격의 여지는 충분히 있다. 일단 1차전서 드러난 실질적 득실관계를 따져볼 필요가 있다.
▲ 벤슨+함지훈 각성효과
1차전을 지배한 키워드. 역시 로드 벤슨과 함지훈의 각성효과다. 벤슨과 함지훈이 골밑을 장악했다. 벤슨은 15점 13리바운드, 함지훈은 18점 6어시스트. 두 사람의 효율성이 극대화되면서 LG의 골밑을 장악했다. 리바운드 개수부터 36-27. 그러면서 LG 외곽의 위력까지 떨어뜨렸다. 결국 LG는 데이본 제퍼슨에게 의존하는 플레이가 나왔다. 모비스는 LG보다 외곽 화력이 떨어진다. 골밑부터 묶으면서 원하는대로 경기를 풀었다. 유 감독은 일찌감치 “제퍼슨 혼자 다득점하는 건 위력이 떨어진다”라고 단언했다. 그만큼 공격이 편중된다는 의미. 수비가 수월해진다는 의미다.
모비스로선 벤슨이 많이 걱정됐다. 그는 올 시즌 내내 기복이 심한 플레이를 펼쳤다. 심판 콜에 민감하게 반응하다 자멸하는 경기가 많았다. 벤슨은 SK와의 4강 플레이오프서도 좋지 않았다. 모비스는 벤슨의 부진 속에 SK를 힘겹게 잡았다. 그러나 벤슨은 챔피언결정 1차전서 고도의 응집력을 발휘했다. 특히 4쿼터 활약이 내실 만점이었다. 경기종료 1분여전 결정적인 공격리바운드에 이어 김종규, 제퍼슨의 공격을 잇따라 블록으로 봉쇄했다. 단기전서 흐름을 가져올 수 있는 결정적인 플레이였다.
함지훈의 분전도 돋보였다. 함지훈은 미디어데이서 “10점 이하로 막겠다”라는 후배 김종규의 말에 자극을 받았다. 함지훈은 정규시즌서도 김종규와의 맞대결서 사실상 앞섰다. 함지훈은 힘이 좋고 스텝을 놓는 요령이 뛰어나다. 자리 싸움에서 밀리지 않는다. 반면 김종규는 상대적으로 투박하다. 1차전서 그런 특성이 그대로 드러났다. 함지훈은 김종규를 9점으로 묶었고 본인은 2배의 득점을 올렸다. 또 하나. 함지훈은 국내에서 피딩 능력이 가장 좋은 빅맨이다. 모비스는 함지훈의 어시스트 능력을 활용해 컷인과 외곽득점에 성공했다. 1차전서 함지훈의 6어시스트는 양팀 최다였다. LG는 함지훈의 패스워크에 전혀 대비하지 못했다. 벤슨과 함지훈의 각성효과는 대단했다.
▲ 제퍼슨의 다득점
모비스는 LG 골밑을 장악했다. 완벽에 가까운 경기력을 선보였다. 그런데 모비스는 단 3점차로 승리했다. 내용에 비해 스코어 차이는 크지 않았다. 결국 제퍼슨이다. 유 감독은 “결정타를 날릴 수 있다”는 이유로 제퍼슨을 경계했다. 1차전서도 제퍼슨을 시종일관 강하게 막진 않았으나 승부처에서 트랩 등 변칙적인 수비를 시도했다. 그러나 제퍼슨의 파울유도 능력과 마무리 능력이 워낙 좋다. 어지간한 변칙마크엔 꿈쩍하지 않는다. 제퍼슨은 이날도 27점을 넣었다. 2점슛 17개 중 10개를 넣었다. 여전히 효율적인 활약. 리바운드도 9개를 걷어내며 제 몫을 했다.
모비스로선 1차전서 승리했으나 제퍼슨의 다득점을 막아야 한다는 결론이 나왔다. 이제까지는 제퍼슨에게 줄 점수를 주고 다른 선수들을 철저하게 막았다. 특히 LG 외곽을 경계했다. 하지만, 때로는 변화를 줄 필요도 있다. 다른 선수들에게 외곽포를 맞더라도 승부처에서 제퍼슨을 강하게 막는 수비도 필요하다.
현재 LG 공격은 제퍼슨에게 의존하는 경향이 너무나도 강하다. LG의 함정. 제퍼슨의 클러치 능력은 확실히 LG의 힘이다. 그러나 제퍼슨이 공을 갖고 있는 시간이 많다는 게 문제다. 상대적으로 다른 선수들은 서서 기다리는 수밖에 없다. LG로선 제퍼슨이 모비스 수비에 막혀버릴 경우 그대로 공격력이 뚝 떨어질 위험성이 있다. 김시래, 김종규가 적극적으로 공격에 나서야 한다. 하지만 1차전서 모비스는 함지훈이 김종규를 꽁꽁 묶었고, 양동근 역시 김시래를 꽁꽁 묶었다. 모비스 수비 자체가 제퍼슨에게 공을 몰아주는 시스템이다.
▲ 2차전 대응책은
LG가 3일 2차전을 앞두고 해야 할 일이 많다. 공격에선 제퍼슨 외에 다른 선수들의 움직임을 살려야 한다. 리바운드 집중력과 벤슨, 함지훈에 대한 수비 역시 체크 포인트. 모비스 특유의 강력한 가드진 압박에 대처하는 방법도 찾아야 한다. LG는 김시래를 비롯해 유병훈 박래훈 등 가드 요원이 많지만, 경험이 부족하다는 약점이 있다. 김진 감독이 역할을 명확하게 분담해줘야 한다. 1차전서 LG 젊은 선수들은 확실히 경직됐다.
모비스는 적지서 먼저 1승을 챙기면서 확실히 여유가 생겼다. 그러나 위에서 지적했듯이 제퍼슨의 득점을 낮추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을 찾아야 할 필요는 있다. 단기전은 흐름과 분위기에 민감하다. 에이스의 신바람이 태풍이 될 경우 겉 잡을 수 없어진다. 제퍼슨은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 30점 이상 몰아칠 수 있는 해결사다. 함지훈과 벤슨의 응집력 유지 역시 필수다.
2차전은 챔피언결정전이 장기전으로 가느냐, 단기전으로 끝나느냐가 걸린 승부다. 모비스가 적지서 2차전까지 잡을 경우 흐름은 완전히 모비스로 넘어가게 된다. 그러나 LG가 2차전을 잡을 경우 다시 흐름은 팽팽해진다. 장기전으로 접어들 가능성이 농후해진다. 어떻게 보면 1차전보다 2차전이 시리즈 전체 흐름에 더욱 민감하게 작용할 수도 있다.
[벤슨(위), 함지훈(가운데), 제퍼슨(아래). 사진 = KBL 제공]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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