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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장영준 기자] 느린 말투 만큼이나 느긋한 성격을 지닌 개그맨 이병진. 몸개그, 말개그로 대중에게 웃음을 선사하는 개그맨들은 많지만, 말투로 웃음을 유발하는 개그맨은 아마도 그가 유일할 것이다. 데뷔 후 방송 경력만 무려 25년을 자랑하는 그는 개그 뿐 아니라 이미 다양한 영역에서 자신의 능력을 발휘하고 있다. 사진작가 교수 제작자 의류업 연기자 등 그는 자신의 관심 영역 안에 있다고 판단되면 일단 부딪히고 본다. 그런 그의 도전정신이 그를 지탱해 준 원동력이었다.
그런 그가 다시 새로운 분야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굳이 새로운 분야라고 할 것까지는 없지만, 이병진 스스로에게는 또 하나의 새로운 도전이었다. 관객과 고민을 함께 나누는 토크콘서트 '고민it수다'로 돌아온 이병진. 공연을 한 달여 앞두고 인터뷰를 위해 만난 그는 "수년 전 머리 속 계획에 불과했던 일이 이제 현실이 됐다"며 환한 미소를 지어보였다.
"제가 그동안 방송을 2, 3년 정도 쉬었어요. 그동안 다른 일들에 집중하며 지냈어요. 저도 오랫동안 방송을 해왔지만, 정말 방송은 크게 변하지는 않은 것 같아요. 그래서 한동안 무료하다는 생각도 들었죠. 방송에 재미를 못 느끼면서 출연 횟수가 줄었고, 조금씩 연기자로 돌아서고 싶은 마음이 생기더라고요. 또 학교에서 아이들을 가르치면서 연기자로의 전환 필요성을 느끼기도 했죠. 그 과정에서 새 소속사로 옮겼어요. 그리고 계속 무대에 서면서 내가 하고 싶은 걸 만들어 보자는 생각에 이 공연을 생각하게 된 거죠."
이병진이 기획한 토크콘서트 '고민it수다'는 영화감독 장항준, 팝칼럼니스트 김태훈이 함께 관객들의 고민 해결사로 활약한다. 무엇보다 '고민it수다'는 말하고 듣는 것이 전부인 기존의 토크콘서트와 달리 무대와 객석이 서로 얘기를 나누는 쌍방향 콘서트를 지향한다. 이병진은 최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객석의 고민은 출연진들이 들어주고, 출연진들의 고민은 객석이 풀어주는 공연이 될 것이다"라고 공연의 성격을 알기 쉽게 설명했다.
"MBC '나는 가수다'가 처음 기획됐을 당시, 가장 먼저 캐스팅된 가수가 이소라였어요. 그런데 이소라가 출연 조건으로 저를 출연시켜달라고 했다고 하더라고요. 원래 친한 사이라 저도 별다른 생각 않고 제의를 받아들였죠. 그리고 '나가수' 이후에도 (이)소라가 KBS조이 '이소라의 프러포즈2'를 진행할 때도 저에게 코너를 하나 주더라고요. 거절을 안 했죠. 또 이소라가 했던 라디오 방송도 늘 같이 했었어요. '프러포즈2'에서는 관객들이 써준 고민을 칠판을 들고 와서 상담해주는 코너였는데, 그때 반응이 좋았어요. 그것 때문에 오신다는 분도 있었고. 라디오에서도 고민을 나누는 코너였죠. 그렇게 다른 사람 얘기를 들어주다가 '이거 되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사실 일반인들의 고민을 들어주는 콘셉트는 이미 KBS 2TV '안녕하세요'가 시작해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컬투(정찬우 김태균) 신동엽 이영자가 MC로 나서는 이 프로그램은 출연자들의 고민을 들어주고 함께 공감하는 방식으로 시청자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고민이라는 것이 어떤 시원한 해결책을 제시해주는 것보다는 단순히 들어주기만 해도 어느 정도 해소될 수 있다는 점에서 '안녕하세요'가 사랑받을 수 있었다. 이번에 '고민it수다'를 기획한 이병진 역시 "저도 '안녕하세요'를 보고 '원래 내가 생각하고 있던 건데...'라고 고민하다가, 공연으로 만들어봐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고 말했다.
"'안녕하세요'는 출연자들만 고민을 얘기하잖아요? 그런데 저는 그들 뿐 아니라, 방청석에 앉아 있는 방청객들의 생각도 궁금했어요. 그래서 객석에 앉아 있는 사람들도 말을 할 수 있는 쌍방향 콘서트가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고민 끝에 이 공연을 만들게 된 거죠. 현장에서 직접 고민을 풀어주고, 또 연예인 게스트들도 출연해 그들의 고민도 들어볼 예정입니다. 그래서 이왕이면 고민이 많은 관객들이 와주셨으면 좋겠어요. 말 주변이 없다면 과감하게 교체할 겁니다.(웃음) 제 스타일이 원래 격식을 차리고 이러기 보다는 사람 냄새 나는 걸 좋아해요. 그래서 우리 공연에도 '착한 콘서트'라는 부제가 붙었죠."
이병진은 이를 위해 정식 공연 전 몇 차례 예행연습을 거칠 예정이다. 함께 MC로 나서는 장항준 김태훈과의 호흡을 위해서도 필요한 일이었지만, 미리 자신이 기획한 공연의 반응을 알아보고자 하는 의도도 있다. 기업체는 물론 대학 등 여러 단체를 돌아다니며 그들만의 고민을 들어본다는 계획이다. 벌써 몇몇 기업에 제안서도 보냈다. 이병진은 "몇일 공연하고 끝낼 생각은 없다. 각 지방을 돌아다니며 얘기를 하고 싶다"고 앞으로의 바람을 드러냈다.
이병진이 다양한 직업을 갖게 된 계기는 아이 때문이었다. 2012년 딸을 출산한 이병진은 문득 연예인에게 방송이 전부가 아니라는 생각이 강하게 뇌리를 스쳤다. 다른 연예인들이 늘 고민하듯 그 역시 방송만 하다가는 노후 준비를 할 수 없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간혹 부업을 하는 스타들도 있었지만, 방송과 병행하다보니 눈에 띄는 성공을 거둔 이들은 보기 힘든 게 현실이다. 그래서 이병진은 직접 콘텐츠를 만들고 제작을 해야한다는 결심을 하기에 이르렀다.
"평소 대학에서 강의하면서 시나리오를 직접 써서 매 학기 공연을 해요. 지금 당장 제가 할 건 아니지만 회사, 공연, 프로그램, 뮤지컬, 영화 등 다양한 생각들을 하죠. 그게 취미이기도 하고요. 생각을 하면 어떻게든 끝을 봐요. 텍스트로 만들어 놓든, 자료를 모아 놓든 정리를 해서 갖고 있죠. 그렇게 갖고 있으면 가끔 보여줄만한 사람들을 만날 때가 있는데, 그럴 때 큰 자산이 되죠. 결혼하고 아이를 낳고 나서 제작자 마인드가 더 커졌어요."
이병진은 개그맨이었지만, 직접 포털사이트에 연락해 직업을 '방송인'으로 바꿨다. 스스로 어떤 틀에 갖혀 있는 불편함을 싫어해서다. MBC '무한도전' tvN 'SNL코리아' 등 인기 예능프로그램을 그만 둔 것도 같은 맥락이다. 다양한 직업을 가진 그였지만, 여전히 욕심은 대단했다.
"저는 제가 할 수 있는 능력이 많았으면 좋겠어요. 아직 배우고 싶은 것도 많고. 좀 더 제 아내를 놀라게 해주고 싶어요. 아내는 누구보다 절 잘 아는 사람이잖아요? 처음에 제가 책을 쓰는 걸 보고 아내가 놀랐어요. 하지만 두 권 세 권 내다보니 이젠 놀라지도 않더라고요.(웃음) 그런 아내에게 아직 보여주지 않은 저만의 능력을 보여주는 게 재밌어요."
[개그맨 이병진. 사진 = (주)아리인터웍스 제공]
장영준 digout@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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