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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허설희 기자] 극단 차이무 연극 '슬픈 연극'이 8년 만에 다시 돌아왔다.
연극 '슬픈 연극'은 죽음을 앞두고 가족들에 대한 걱정이 앞서는 남편과 이를 옆에서 지켜보며 작은 희망에 기대려고 하는 아내의 어느 저녁, 그 풍경을 담담하고 잔잔한 어조로 풀어내는 작품. 지난 8년의 공백만큼 삶과 죽음, 부부의 우애를 더욱 깊고 진솔한 시선과 목소리로 관객들 앞에 선보인다.
'슬픈 연극'은 지난 2004년 배우 김중기, 이지현이 죽음을 목전에 둔 남편 장만호와 희망의 끈을 놓지 않는 지고지순한 아내 심숙자를 연기하며 더 없이 애틋한 연기로 관객들의 심금을 울린 바 있다.
이후 2005년 차이무 창단 10주년 기념 공연의 일환으로 진행된 재연을 거쳐 2006년 공연에는 박원상, 문소리가 배우로 참여, 공연 전 회차 매진이라는 큰 화제를 불러 일으키며 극단 차이무의 대표 공연으로 자리매김했다.
직접 '슬픈 연극'의 대본을 쓰고 연출을 맡은 극단 차이무의 민복기 대표는 "슬픔이라는 것이 단순히 슬퍼 보이기 때문에 슬픈 것이 아니라 지속되어 온 삶을 연속하고자 하는 안간힘 때문에 슬픈 것"이라며 "이 작품에서는 아주 오랫동안 지속되어 온 부부의 습관적인 삶이 어느 한 사람의 상실을 앞두고 있기에 관객들로 하여금 슬픔을 자아낼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슬픈 연극'은 극단 차이무 특유의 유머감각을 잃지 않으면서도 중간중간 눈물을 훔치게 만들어 감성을 촉촉히 적시는 따뜻한 이야기로 관객들과 조우한다. 이별을 앞두고 있지만 여느 일상과 다름없이 때로는 퉁명스럽게, 때로는 장난스럽게 풀어놓는 부부의 이야기를 보며 관객들은 바로 옆자리에 있는 사람들, 그리고 그들과 함께 살아가는 일상에 대한 소중함을 다시 한 번 일깨우게 된다.
2인극이면서도 두 인물의 대화(dialogue)보다는 각각의 독백(monologue)이 주를 이루는 트윈-모놀로그(twin-monologue) 형식의 공연. 두 명의 배우가 마치 관객과 대화하듯 진행되는 모놀로그 형식의 독특한 구성은 인물의 감정을 섬세하게 담는 것과 동시에 두 인물이 함께했던 과거로의 회상을 이야기하듯 유려하게 풀어내 연극적 효과를 더욱 높인다.
극 중 두 인물은 극도로 정제된 감정을 독백으로 표현하며 절제된 연기를 펼친다. 이는 관객이 연출가가 보내는 메시지를 더 강렬하게 직접적으로 느낄 수 있도록 만든 특별한 극적 장치. 과장된 연기에 익숙해져 있는 관객들은 주인공들의 절제된 연기가 오히려 독특하게 와닿는다.
이런 독특한 내러티브에 관해 민복기 연출은 "관객이 제목 때문에 '슬프겠다', '많이 울겠다'라는 상상을 하고 온다. 하지만 슬픔에도 여러 가지가 있듯, 서로 모든 것을 알지만 평소 생활을 하면서 아픈 것을 감추는 과정을 관객들에게 보여주는 것이 이 연극의 '슬픈' 포인트다. 배우들이 최대한 감정을 감추고 드러내지 못하게 연기를 주문한다"고 말했다.
'슬픈 연극'의 2014년 공연은 3쌍의 각기 다른 색깔을 가진 대표 연기파 배우 6인의 완벽한 앙상블을 보여줄 예정이다. 특히 한 역할에 여러 배우가 출연할 경우 공연 기간에 비해 각각의 배우가 호흡을 맞추기 힘들지만 '슬픈 연극'은 배우들의 역할에 대한 몰입을 위해 각 캐스팅 별로 2~3주의 기간 동안 한 명의 배우가 집중적으로 출연, 극의 완성도를 더욱 높여 배우들의 명품 연기를 가감 없이 보여줄 전망이다.
TV와 영화, 연극 무대에서 종횡무진 활약하는 강신일이 죽음을 예감하며 아내와의 이별을 준비하는 남편 장만호 역을 맡고, 남기애가 죽음을 눈앞에 둔 남편을 위해 희망의 끈을 놓지 않는 지고지순한 아내 심숙자 역을 맡아 첫 페어로 출연한다.
또한 김학선이 강신일의 뒤를 이어 장만호 역을 맡는다. 김학선의 상대역인 심숙자 역으로는 실제 아내인 김정영이 출연해 더욱 생생하고 진솔한 무대를 꾸민다. 마지막으로 2004년 연극 '슬픈 연극' 초연 당시 함께 호흡을 맞춘 김중기와 이지현이 10년만에 재회하여 흘러간 세월만큼 더욱 깊어진 연륜으로 다시 한번 관객들 앞에 선다.
오는 9월 3일부터 11월 2일까지 서울 종로구 동숭동 대학로 아트원씨어터 3관에서 공연된다.
[연극 '슬픈 연극' 포스터, 남기애 강신일(첫번째 사진 왼쪽부터), 김중기 강신일 김학선 김정영 남기애 이지현(두번째 사진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 사진 = 이다엔터테인먼트 제공]
허설희 기자 husullll@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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