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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장영준 기자] KBS 2TV 수목드라마 '조선 총잡이'에서 박윤강(이준기)의 절친한 친구이자 좌포청 포교 한정훈 역으로 열연한 배우 이동휘. 실제로 이준기보다 3살이 어린 동생이지만, 그는 이준기의 실제 친구라고 느껴질만큼 자연스러운 호흡으로 눈길을 끌었다. 게다가 자칫 무거워질 수 있었던 드라마에 코믹 감초 연기로 활력을 불어넣으며 웃음의 한 축을 담당해 시청자들로부터 호평을 받기도 했다.
'조선 총잡이'를 통해 본격적으로 대중에 얼굴을 알린 그이지만, 이미 영화에서 먼저 조금씩 두각을 드러내고 있었다. 특히 개봉 후 청소년 관람불가 영화임에도 300만 관객을 돌파하며 흥행에 성공한 '타짜-신의 손'에서 최승현의 고향 선배 역으로 등장한 이동휘는 장동건 김민희 주연의 영화 '우는 남자'에서도 단역으로 출연한 바 있다. 그러나 '우는 남자' 출연과 관련해 이동휘는 "그냥 가벼운 마음으로 촬영장에 갔다가 찍은 것 뿐이다. 정식 출연이라고 하기는 좀 그렇다"며 손사레를 쳤다.
드라마에서 보여준 코믹 연기만큼이나 이동휘는 실제 인터뷰 중에도 특유의 유쾌한 매력으로 웃음을 선사했다. 힘없이 풀려 있는 눈빛에 "혹시 많이 피곤한 것이냐?"고 묻자, "원래 이런 표정이다. 그런 말을 정말 많이 듣는다. 하지만 잘 고쳐지지 않는다"고 답했다. 또 그는 "'조선 총잡이'에서 총을 쏜 적이 없는 것 같다?"는 지적에 대해서도 "한 번도 없다. 땅에 떨어진 총을 주워 건네 준 것이 전부다"라고 말할 뿐이었다.
이동휘가 본격적으로 '조선 총잡이'에서 맹활약을 펼친 것은 극중 시간이 흘러 문일도(최철호)와 함께 호흡을 맞추면서 부터이다. 시종일관 진지함 뿐인 문일도 역의 최철호와는 반대로 한정훈 역의 이동휘는 작은 틈도 놓치지 않고 중얼거리는 모습으로 깨알 재미를 선사했다. 이동휘는 자신이 그렇게 자연스럽게 코믹 연기를 할 수 있었던 비결과 관련해 "최철호 선배님이 정말 균형을 잘 잡아주신 덕분"이라고 엄지를 치켜세웠다.
"처음에는 최철호 선배님도 저와 같이 코믹으로 같이 가야 하나 고민 하셨었어요. 그런데 선배님이 욕심을 안 부리신 거죠. 몇 번 그런 (코믹) 시도가 있긴 했었는데, 감독님이 과감하게 정리해 주셨죠. 최철호 선배님이 저에게 진짜 아이디어도 많이 내주셨어요. 재치있게 나온 장면들이 대부분 최 선배님 아이디어예요. 나중에 알게 된 사실인데, 최 선배님과 제 아버지 고향이 같더라고요."
이동휘가 '조선 총잡이'에서 보여준 연기들은 얼핏 애드리브에 가까워보이만 사실 그는 대본 그대로 연기를 했을 뿐이다. 바꿔 말하면, 그만큼 이동휘를 염두에 둔 작가의 필력이 한 몫 했다는 말이다. 이동휘도 "대본에는 내가 감히 손도 못댔다. 그저 나는 대본을 읽기만 했을 뿐인데, 그게 재밌게 보여진 것 같다"고 인정하면서, "혼자 중얼거리는 장면은 딴 소리를 많이 하는 아주머니들을 보고 연구를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조선 총잡이'는 사실 이동휘에게는 첫 드라마였다. 그래서 출연 전에는 살짝 걱정이 앞서기도 했지만, 함께 연기한 동료 선후배 연기자들 덕분에 더욱 수월하게 현장 분위기에 적응할 수 있었다. 그는 "이준기는 제 입장에서는 정말 대인이다. 작품을 이끌어가는 모습이 존경스러웠다"며 "남상미 전혜빈 누나는 저에게 계속 격려의 말을 해줬다. 사실 선배님들에게 혼날까봐 걱정했었는데, 동료 배우들의 격려가 따뜻하게 다가왔다"고 회상했다.
'타짜' '조선 총잡이' 등 인기 영화와 드라마에 출연하며 조금씩 자신만의 필모그라피를 쌓아가고 있는 그이지만, 사실 이동휘는 그 전까지는 자신이 배우로 성공할 수 있을지 자신이 없었다. 이동휘는 "사실 그 전까지는 대중이나 다른 사람들에게 저의 모습을 보여주는 데 대한 양심의 가책이 있었다. 지금 이 수준에서 어떤 역할을 맡았을 때 그 분들에게 보여드릴 뭔가 신선하고 선물같은 게 없었다. 그래서 빨리 데뷔하기 보다는 대중에게 뭘 줄 수 있을까를 고민했고, 한참 담금질만 하던 시절이 있었다"고 털어놨다.
학창시절 만화가를 꿈꾸며 그림을 그리다 그림 속 표정을 따라하면서 자연스레 연기자를 꿈꾸게 됐다는 이동휘에게 "배우가 된 지금 언제 연기를 하게 된 사실이 가장 행복하냐?"고 묻자 "아버지 어머니가 행복해하실 때"라는 답변이 돌아왔다.
"사실 부모님은 제가 연기하는 걸 굉장히 많이 반대하셨어요. 심지어는 저도 다른 선배님들처럼 40대가 되어서까지 배우를 계속 해야겠다는 생각을 못했었어요. 저는 가족의 건강이 인생의 모토고, 가족의 행복이 신앙이나 마찬가지인데, 저 때문에 마음 아파하고 괴로워하는 가족의 모습을 볼 수는 없었거든요. 그래서 30대 초반까지만 해보자고 생각하고 매일 프로필을 영화사에 돌리고 다녔던 것 같아요. (부모님을) 빨리 행복하게 해드리고 싶었는데, 이런 식으로 행복하게 해드릴 줄은 몰랐네요."
이동휘는 앞으로 기회가 된다면 남성적인 작품에 출연하고 싶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그 이유를 묻자, 생각지 못한 대답이 돌아왔다. 그는 "여배우 공포증이 있다. 선생님들은 편한데, 아직까지 남자들과 연기하는 게 편하다"며 "예쁜 선배님들이나 동료를 보면 정말 다들 연예인 같다. 그래서 몰입이 안되고 '정말 예쁘다'는 생각만 든다"고 솔직한 모습을 보였다. 그러면서 "차차 고쳐나가겠다"고 스스로 반성까지 하는 엉뚱한 매력을 드러냈다. "격정멜로는 40대에 하겠다"고 말하는 이동휘가 조만간 진한 애정신이 돋보이는 멜로 영화를 통해 '여배우 공포증'을 극복하기를 기대해 본다.
[배우 이동휘. 사진 = 송일섭 기자 andlyu@mydaily.co.kr]
장영준 digout@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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