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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한국 체조는 인천 아시안게임서 영광과 좌절을 동시에 맛봤다.
한국체조가 아시안게임서 거둔 성적은 금메달 1개, 은메달 3개, 동메달 4개. 손연재가 리듬체조 개인종합에서 한국 리듬체조 역사상 처음으로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손연재와 김윤희, 이다애, 이나경이 출전한 리듬체조 팀 경기서도 은메달을 따냈다. 리듬체조는 에이스 손연재의 맹활약으로 인천 아시안게임서 영광을 맛봤다.
그러나 기계체조는 울상을 지었다. 14개의 금메달 중 단 1개도 가져오지 못했다. 1982년 뉴델리 대회 이후 32년만의 노골드 충격. ‘도마의 신’ 양학선이 햄스트링 부상을 극복하지 못하고 은메달 획득에 그쳤다. 아시안게임 2연패 실패. 양학선이 시니어 데뷔 이후 국제대회 도마서 금메달을 따지 못한 건 사상 처음이었다. 기계체조는 남자 단체전서 은메달을 따냈고, 이상욱이 개인종합 동메달을 목에 걸었다. 또, 박민수가 남자 안마에서 동메달을 획득했다. 그리고 윤나래가 여자 개인종합과 마루에서 동메달을 추가했다.
▲ 에이스 손연재와 양학선의 명암
한국 체조는 손연재와 양학선이라는 두 절대 에이스를 보유했다. 이들의 희비는 엇갈렸다. 손연재는 퍼펙트 그 자체였다. 리듬체조 개인종합 결선서 곤봉 18.100점, 리본 18.083점, 후프 18.216점, 볼 17.300점으로 합계 71.699점으로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볼에서 실수만 없었다면 네 종목 모두 18점대를 찍었을 수도 있었다. 세 종목서 18점대를 찍었다는 것도 대단한 일.
손연재는 지난해 가을부터 올 시즌 준비를 했다. 어머니 윤현숙씨의 뒷바라지 속에 러시아 노보고르스크 훈련센터에서 구슬땀을 흘렸다. 바뀐 채점 규정 속에서 경쟁력을 키우기 위해 프로그램 난도를 높였다. 체력과 파워도 업그레이드 했다. 최대장점 표현력은 여전했다. 객관적 테크닉이 몰라보게 좋아진 손연재는 올 시즌 리스본 월드컵 4관왕, 세계선수권 4위 등으로 아시안게임 모의고사를 훌륭하게 마쳤다. 박태환, 양학선 등 한국을 대표하는 간판스타들이 줄줄이 좌절할 때 손연재는 아시안게임 시상대 맨 위에 우뚝 섰다. 손연재는 이제 아시아가 좁다. 그녀가 노리는 무대는 2년 뒤 리우올림픽이다.
반면 양학선은 부상에 발목이 잡혔다. 양학선은 본래 이곳 저곳 부상이 심했다. 여기에 대회 직전 연습 도중 오른쪽 햄스트링을 다쳤다. 도약과 점프가 매우 중요한 도마 선수에게 치명타. 양학선이 준비했던 ‘양학선2’(도마를 앞으로 짚은 뒤 세바퀴 반을 비트는 기술)는 컨디션이 완벽한 상태에서도 수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완벽하게 연기할 수 있다. 그러나 양학선의 몸은 양2를 구사할 수 있는 상태가 아니었다.
결국 양학선은 1차시기서 양학선1을 시도했으나 두 바퀴 반을 돌면서 여홍철2를 구사한 셈이 됐다. 착지도 크게 흔들리면서 페널티를 받았다. 15.000점. 2차시기에선 금메달을 위해 양학선2라는 승부수를 던졌다. 하지만, 몸이 옳게 돌지 못하면서 로페즈에 그쳤다. 15.400점을 받았으나 금메달에는 미치지 못했다. 결과적으로 링 등 다른 종목에 무리하게 출전한 것도 몸 상태 악화를 부채질했다. 양학선은 세계선수권대회를 위해 출국했다. 하지만, 지금 몸 상태로는 좋은 성적을 기대하기가 어렵다.
▲ 에이스에게만 의존하면 안 된다
한국체조가 인천 아시안게임서 얻은 교훈은 명확하다. 에이스에게만 의존하면 안 된다. 세계적 체조 강호들은 말할 것도 없고, 아시아 체조 강국 중국만 봐도 각 세부종목에 수 많은 간판들이 있다. 손연재와 양학선이 언제까지나 한국체조를 대표할 수 없다. 더 많은 유망주들이 성장할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져야 한다.
기계체조의 경우 기대하지 않았던 윤나래(대구체조)가 동메달 2개를 따낸 건 수확이다. 그동안 여자 기계체조는 남자에 비해 더욱 암울했다. 윤나래는 이번 아시안게임서 국제무대 경험을 쌓는 동시에 좋은 경험을 했다. 여자 기계체조의 메달은 2002년 부산 대회 이후 12년만. 개인종합 동메달을 따낸 이상욱도 철봉 4위를 차지하며 가능성을 보였다. 재심 요청이 받아들여지지 않으면서 메달을 놓친 장면은 아쉬움으로 남았다. 리듬체조 역시 이다애와 이나경을 집중적으로 육성해야 한다는 과제를 안았다.
한국체조는 아직 올림픽에서 단 1개의 금메달만 땄다. 그 주인공이 2년 전 런던에서 영광을 일군 양학선. 손연재도 아직 올림픽 금메달의 꿈을 이루진 못했다. 그만큼 기초종목 체조의 전체적 경쟁력은 많이 떨어진다. 한국체조가 인천 아시안게임을 계기로 미래에 대해 많은 고민을 해야 할 것 같다.
[손연재(위), 양학선(가운데), 윤나래(아래).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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