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구/NBA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요즘은 포워드들이 경기를 풀죠.”
삼성 이상민 감독이 현역 시절 왜 한국농구를 대표하는 슈퍼스타였을까. 정통 포인트가드라는 상징성이 있었기 때문이다. 이 감독은 한국농구가 흔히 말하는 강동희-이상민-김승현-김태술로 이어지는 포인트가드 계보(혹은 6년 주기설) 주인공 중 1명.
그러나 이 계보는 김태술(KCC) 이후 끊겼다. 김승현이 은퇴한 상황. 김태술 정도를 제외하고는 한국농구에 정통 포인트가드가 거의 보이지 않는다. 올 시즌에는 김태술도 주춤하다. 여자농구 역시 전주원이 은퇴한 뒤 최윤아(신한은행) 정도를 제외하곤 정통 포인트가드가 거의 없다. 지금 KBL과 WKBL 포인트가드들은 대부분 2번 슈팅가드에 가까운 플레이를 펼친다. NBA의 듀얼가드들과는 약간의 차이가 있다.
▲트렌드가 바뀌었다
이상민 감독은 “트렌드가 바뀌었다”라고 했다. 현재 KBL, WKBL에서 원 가드 시스템만을 고집하는 팀은 단 1팀도 없다. 대부분 팀이 투 가드 시스템을 사용한다. 전술에 따라 가드 1명을 활용하기도 하지만, 점점 가드 2명을 동시에 활용하는 시간이 길어지고 있다. 때문에 1~2번 구분이 사실상 무의미해졌다. 1번도 2번 슈팅가드 역할을 하고, 2번도 2번과 3번 스몰포워드 역할을 동시에 소화한다. 오리온스 추일승 감독은 “현대농구는 포지션 파괴가 진행된 지 오래다”라고 했다.
가드도 마찬가지다. 흔히 말하는 ‘듀얼가드’가 넘쳐난다. NBA만 봐도 최근 골든스테이트의 상승세를 이끄는 스테판 커리를 비롯해 카이리 어빙(클리블랜드), 데릭 로즈(시카고), 러셀 웨스트브룩(오클라호마시티) 등이 개성 강하면서도 효율성이 높은 듀얼가드들. 국내를 대표하는 포인트가드 양동근(모비스) 김선형(SK) 등도 마찬가지.
다만, 요즘 NBA 정상급 1번들이 1번과 2번을 완벽하게 동시 수행하고 있다면, 국내 1번들은 사실상 1번보다는 2번 역할에 치우친 모습. 양동근과 김선형은 물론이고, 여자농구를 대표하는 포인트가드 이경은(KDB생명), 박혜진(우리은행)도 마찬가지다. 이 감독은 “요즘은 가드가 아니라 포워드가 경기를 푸는 경우가 많다”라고 했다. NBA 혹은 농구월드컵만 봐도 전략적으로 포워드들이 패턴을 이끄는 경우가 있다.
▲정통 PG 없는 현주소
그런데 NBA와는 달리 국내엔 정통 포인트가드가 없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2번 슈팅가드, 혹은 상황에 따라 포워드들이 볼배급을 담당하는 경우가 많다. 이 감독은 “국내에 갑자기 정통 포인트가드가 사라진 것 같다. 태술이도 이적 후 확실히 잘 풀리지 않는 것 같더라”고 했다. 이 감독이 이끄는 삼성 역시 “박재현을 정통 포인트가드로 키우고 싶은데 쉽지는 않다”라고 했다. 삼성 역시 최하위에 머무른 이유 중 하나가 가드진 불안이다.
정통 포인트가드는 타고 나는 부분이 많다. 전형적인 1번에게 필요한 시야, 패스센스, 경기운영 모두 경험도 중요하지만, 타고난 재능도 있어야 한다. 현재 아마농구만 봐도 과거 이 감독과 같은 천부적인 정통 포인트가드 자질을 지닌 선수가 거의 없다. KGC 이동남 감독대행은 “김기윤을 뽑은 건 정통 포인트가드로 키우기 위해서다. 대학농구에도 기윤이 같은 스타일은 없다”라고 했다.
정통 1번 자원이 있다면, 지도자들은 당연히 그의 능력을 극대화시키는 전술을 쓴다. 그러나 현재 국내엔 그런 자질을 지닌 선수가 없다. 때문에 투 가드 시스템, 혹은 포워드에게 볼 배급을 시키는 전술을 쓰고 있다. 이 감독은 “현대농구에서도 정통 포인트가드가 필요한 부분이 분명히 있다”라고 했다.
그렇다고 해서 강동희, 이상민, 김승현이 전성기 시절 득점력이 떨어졌던 것도 아니었다. 지금 트렌드에선 듀얼가드로 활약해도 될 정도의 공격력도 갖고 있었다. 이 감독은 “과거엔 그렇게(정통 1번 역할에 충실한 농구) 농구를 배웠다. 나도, 동희 형도 공격력을 갖고 있었다”라고 했다. 하지만, 현재 한국농구 포인트가드는 경기운영능력, 시야 등 정통 포인트가드로서 자질과 테크닉이 조금씩 떨어지는 케이스가 대부분이다. 2번 슈팅가드 역할에 가까운 1번을 소화하고 있는 가드들도 정작 슈팅력에서 세밀한 문제가 있는 경우가 많다. 선수, 지도자 모두 노력해야 할 부분. 세계 정상급 듀얼가드와는 역량에서 차이가 분명히 있다.
결국 과거에 비해 한국농구 가드들의 자질이 하향 평준화됐다고 보면 된다. 당연히 한국농구 전체적인 수준 하락과도 연관이 있다. 이 감독은 “가드들이 리딩하는 재미도 들여야 한다. 너무 화려한 것만 찾으려고 한다”라고 했다. 정통포인트가드 부재. 트렌드이기도 하지만, 한국농구의 경쟁력 차원에선 아쉬운 부분도 분명히 있다.
[이상민 감독,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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