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구/NBA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농구대통령은 언제 어떻게 농구계에 돌아올까.
허재 감독은 올 시즌을 끝으로 KCC와의 3년 계약이 끝난다. 최근 농구계에선 허 감독의 거취를 놓고 이런 저런 소문이 많이 돌았다. ‘그래도 함께 갈 것’이란 말부터, ‘언젠간 용퇴할 것’이라는 전망이 엇갈렸다. 허 감독의 선택은 자진사퇴. 성적에 대한 책임을 지고 시즌 도중 스스로 물러났다. KCC는 10일 현재 11승34패, 9위. 플레이오프 진출은 물 건너갔다.
KCC는 지난 3시즌 내내 성적이 좋지 않았다. 12-13시즌 최하위(13승41패), 13-14시즌 7위(20승34패)에 그쳤다. 올 시즌까지 3년 연속 플레이오프행 좌절 위기. KCC 관계자는 9일 전화통화서 “감독님이 많이 힘들어하셨다. 오늘 사퇴 의사를 밝혔고, 구단도 수용했다. 감독님이 오전에 선수들을 불러놓고 작별 인사를 했다”라고 털어놨다. 이어 “이미 구단과 어느 정도 뜻이 맞았던 것 같다”라고도 했다.
▲3년 연속 부진, 변명의 여지가 없었다
허 감독은 2005-2006시즌 지휘봉을 잡았다. 이상민-조성원-추승균 트리오를 데리고 4강 플레이오프까지 진출했다. 또 전태풍과 하승진, 강병현이 가세한 이후에는 챔피언결정전 우승 2회, 챔피언결정전 준우승 1회를 달성했다. 12-13시즌 직전 재계약을 맺기 전 7시즌 성적은 대체로 좋았다. 또 최근 2~3시즌에도 젊은 선수들 조련에 확실히 좋은 감각을 보여줬다. 다만, 몇몇 농구관계자는 “전력이 약해진 뒤, 최근 2~3시즌 동안은 결정적 승부처서 상대를 제압할 확실한 역량을 보여줬는지에 대해서는 의문점을 남긴 것도 사실”이라고 했다.
12-13시즌, 13-14시즌 부진은 어쩔 수 없는 부분이 있었다. 12-13시즌을 앞두고 추승균이 은퇴했다. 전태풍도 오리온스로 떠났다. 결국 구단과 허 감독은 리빌딩을 결심했다. 하승진과 강병현마저 군 복무를 시켰다. 허 감독은 젊은 선수들 육성에 집중했다. 박경상 장민국 노승준 김민구 정민수 등 가능성 있는 자원들을 많이 성장, 배출했다.
허 감독과 KCC는 올 시즌이 성적을 낼 수 있는 적기라고 봤다. 지난 시즌 막판 강병현이 돌아왔다. 올 시즌엔 공익근무를 마친 하승진이 돌아왔다. 김민구도 더 크게 성장할 것으로 봤다. 그리고 KGC인삼공사와 트레이드를 통해 강병현과 장민국을 내주고 리그 최고 포인트가드 김태술을 받아오는 강수를 뒀다. 우승을 위해서였다.
완벽히 꼬였다. 김민구는 대표팀에서 불의의 교통사고로 기약 없는 재활 중이다. 김태술은 그동안 좋지 않았던 몸 상태의 부작용이 한꺼번에 드러났다. 대표팀 참가 여파로 비 시즌 체계적인 몸 만들기를 하지 못했다. 하승진은 시즌 중반 이후 불운이 겹친 부상이 연이어 찾아왔다. 특유의 트랜지션 약점도 여전했다. 스코어러 타일러 윌커슨이 건재했으나 국내선수들과의 조화가 돋보이지 않았다. 디숀 심스도 예전만 못했다. 결국 3년 연속 하위권. 천하의 농구대통령 허 감독이라고 해도 더 이상 버틸 수가 없었다.
그런데 KCC 고위 수뇌부는 지난 2~3년간 팀 성적 부진 속에서도 허 감독에게 절대적인 믿음을 드러냈다. 허 감독도 최형길 단장을 비롯해 구단 수뇌부와 끈끈한 관계를 맺어왔다. 때문에 허 감독이 KCC과의 인연을 쉽게 정리하지는 않을 것이란 게 중론이었다. 하지만, 허 감독은 고심 끝에 책임을 지기로 했고, 구단 수뇌부도 허 감독을 붙잡을 수 없었다. 프로에서 3년 연속 부진은 결국 감독에게 면죄부가 주어질 수 없다는 걸 허 감독 스스로 강하게 느꼈기 때문이다.
▲농구인 허재의 앞날은
허 감독은 농구계에 입문한 뒤 처음으로 야인 생활을 시작했다. 그런데 주변 상황이 묘하다. 당장 올 시즌 종료와 동시에 몇몇 사령탑의 계약기간이 종료된다. 모비스 유재학 감독, SK 문경은 감독, KT 전창진 감독의 계약이 끝난다. KGC 이동남 감독대행도 재신임을 받아야 한다. (오리온스 추일승 감독은 12-13시즌 후 2+1 재계약을 맺었다. 올 시즌 8위 이하로 떨어지지 않는 한 15-16시즌까지 지휘봉을 잡는다.) 허 감독이 올 시즌 직후 이 팀들 중 한 팀의 지휘봉을 잡을 경우 공백 없이 지도자 생활을 이어갈 수 있다.
일단 유 감독과 문 감독의 재계약 가능성은 상당히 높다는 게 농구관계자들 관측. 모비스와 SK로선 두 사령탑과 헤어질 이유가 없다. 전 감독과 이 감독대행의 경우 다소 유동적이다. 특히 최근 입원까지 했던 전 감독의 거취는 점치기 어렵다. 이 감독대행의 경우 대행이라는 신분 자체가 불확실성이 크다. 결국 올 시즌이 끝난 뒤 감독시장 흐름은 복잡하게 전개될 것으로 보인다. 이 과정에서 허 감독 신분에도 변동이 올 것인지는 두고 봐야 한다. 다만, 당장 허 감독이 타 구단으로 갈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게 중론.
변수는 KCC다. 농구관계자들에 따르면 KCC는 이변이 없는 한 추승균 감독대행을 정식 감독에 앉힐 가능성이 크다. 그 시기에 맞춰 구단 안팎을 자연스럽게 정비할 수 있다. KCC는 여전히 허 감독에 대한 신뢰도가 높다. 허 감독이 타 구단 감독으로 가지 않는 한 구단 수뇌부로 다시 품을 가능성도 여전히 있다. 물론 구체적으로는 아무 것도 정해진 게 없다. 당분간 허 감독은 휴식이 필요해 보인다. KCC도 구단을 정비할 시간이 필요하다. 구단 입장에서도 허 감독의 사퇴는 충격적이었고, 전격적이었다.
[허재 감독.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 ⓒ마이데일리(www.mydaily.co.kr).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
댓글
[ 300자 이내 / 현재: 0자 ]
현재 총 0개의 댓글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