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구
[마이데일리 = 수원 강진웅 기자] 누가 이겨도 V-리그의 새 역사를 쓰는 경기에서 승자는 한국전력이었다. 그러나 승패와 상관없이 한국전력과 OK저축은행 선수들은 모두 높은 집중력으로 경기를 가져가며 경기장을 찾은 팬들에게 수준 높은 경기를 보여줬다.
한국전력(이하 한전)은 23일 수원 실내체육관에서 열린 2014-2015 NH농협 V-리그 남자부 플레이오프 2차전 OK저축은행(이하 OK)와의 경기에서 풀세트 접전 끝에 세트스코어 3-2(25-22, 23-25, 23-25, 25-)로 승리했다. 이로써 플레이오프 전적은 1승 1패가 되며 챔피언결정전 진출 티켓의 주인공은 25일 안산 상록수체육관에서 열리는 3차전에서 가려지게 됐다.
이날 경기는 어느 팀이 이겨도 V-리그 역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하는 경기였다. OK가 이긴다면 창단 두 시즌 만에 첫 챔피언결정전 진출 기쁨을 맛보고, 한국전력이 승리한다면 V-리그 출범 이후 처음으로 포스트시즌 승리를 따내기 때문.
경기 전 OK 김세진 감독은 “시몬 뿐 아니라 선수 대부분이 몸이 안 좋다”라면서도 “당연히 오늘 끝내고 싶다. 하지만 쉽지는 않다”며 2차전에서 끝내고 싶다는 의지를 보였지만 어려운 경기가 될 것임을 예상했다.
플레이오프 탈락 위기에 놓인 한국전력 신영철 감독은 “지금 시점에서는 제가 선수들을 편하게 해주는 것이 낫다는 생각”이라면서 “선수들이 1차전 때 긴장을 많이 했다. 단기전이기 때문에 지금까지 해 오던 기본을 유지하라고 주문했다”며 2차전을 앞둔 심정을 전했다.
지금까지 V-리그 출범 이후 플레이오프 1차전 승리 팀이 챔프전에 진출할 확률은 90%다. OK는 이 확률에, 한전은 이 확률을 뒤집는 데 집중했다.
경기는 양 팀 선수들의 집중력을 반영하듯 매 세트 치열한 접전의 연속이었다. 이 때문인지 경기 흐름은 1차전처럼 엎치락뒤치락 하는 양상이 이어졌다.
1세트 막판까지 시소게임을 이어갔다. 여기서 한전이 흐름을 깼다. 한전은 1세트 막판 21-21에서 주포 쥬리치가 후위 공격으로 점수를 따낸 뒤 OK 송명근의 후위 공격까지 가로 막으며 23-21을 만들었다. 이후에는 다시 오픈 공격을 성공시키며 세트 포인트를 이끌어냈고 결국 한전은 25-22로 1세트를 가져갔다.
한전이 1세트를 가져간 이유는 단연 높은 집중력이었다. 패하면 끝이라는 간절함을 안고 경기에 나선 한전 선수들은 1세트 초반부터 끈질긴 수비를 펼쳤다. 상대에게 점수를 내주더라도 끝까지 공을 따라가는 강한 승부욕을 보였다. 이 같은 높은 집중력과 간절함이 좋은 수비로 연결됐고, 수비 이후 쥬리치와 전광인의 공격 득점이 폭발하며 한전이 1세트를 따냈다,
2세트는 1세트를 내준 OK의 정신력이 빛났다. 1세트 4득점으로 잠잠했던 시몬이 앞장서서 선수들을 다독였고, 직접 공격으로 점수를 쌓아가며 초반부터 OK가 치고 나갔다. 세트 중반 이후 한전의 맹추격이 이어지자 이번에도 시몬이 후위 공격으로 2득점을 따냈고, OK 선수들은 한전의 추격에도 흔들리지 않는 모습으로 2세트를 가져갔다.
3세트는 초반부터 한전이 치고 나갔다. 그러나 세트 막판 20-16까지 리드한 상황에서 OK 주포 시몬에게 잇따라 점수를 허용했고, 범실까지 겹치며 분위기를 완전히 OK에게 내줬다. 결국 한전은 3세트 기세에서 OK에 밀리며 세트를 내주고 말았다.
3세트까지 내주며 이제 정말 벼랑 끝에 몰린 한전은 4세트 높은 집중력을 다시 보여줬다. 한전은 서재덕의 퀵오픈, 쥬리치와 전광인의 오픈 공격이 잇따라 성공했다. 게다가 베테랑 센터 방신봉의 블로킹도 결정적인 순간마다 나오며 선수들의 사기를 끌어 올렸다. 결국 한전은 세트 중반 16-11까지 점수차를 벌렸고 이후 역전을 허용하지 않으며 승부를 마지막 5세트로 몰고 갔다.
5세트
올 시즌 한전은 주포 쥬리치가 시즌 중반부터 팀의 효자로 거듭나며 득점력이 높아졌고, 이와 함께 전광인과 서재덕이 든든히 뒤를 받치며 균형을 이뤘다는 평가를 받았다. 특히 전광인은 높은 점프력에서 나오는 강력한 공격, '디그 요정'으로 불릴 정도로 뛰어난 수비력까지 보여주며 좋지 않은 무릎 상태에도 불구하고 이날 팀의 승리를 이끌었다.
이와 함께 베테랑 센터 방신봉과 하경민은 젊은 선수들 위주인 팀의 중심을 잡아주는 역할을 했다. 이날도 선수들이 마지막일 수도 있다는 간절함을 안고 경기를 뛰며 팬들에게 열정적인 경기를 보여줬고, 한전의 봄 배구도 일단 플레이오프 3차전까지 다시 이어졌다.
[한국전력 선수들(첫 번째 사진), 전광인(두 번째 사진). 사진 = 마이데일리 DB]
강진웅 기자 jwoong24@mydaily.co.kr
- ⓒ마이데일리(www.mydaily.co.kr).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
댓글
[ 300자 이내 / 현재: 0자 ]
현재 총 0개의 댓글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