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기다림. 장기레이스에선 매우 중요하다.
정규시즌은 단기전이 아니다. 올 시즌부터는 144경기 체제. 눈 앞의 1경기에 무리하게 모든 걸 쏟아 부을 수 없다. 부진하거나 부상 중인 선수들을 효과적으로 관리해야 장기레이스에 효율적으로 대처할 수 있다.
그런 점에서 넥센 염경엽 감독의 대처는 인상적이다. 그는 감독 1~2년 차에도, 올 시즌에도 한결같다. 잘 기다린다. 그냥 '나중에 잘해주겠지'라며 막연히 좋아지길 기다리는 건 아니다. 해당 선수에게 확실한 메시지를 주고, 훗날의 도약을 위한 일종의 장, 단기적인 로드맵을 제시한다. 그런 과정을 거쳐 서서히 팀을 강하게 만드는 게 포인트.
▲시즌 중 휴가
염 감독은 8일 잠실 두산전을 앞두고 "스나이더에게 3~4일 정도 휴가를 줬다"라고 했다. 특별히 아픈 게 아닌데 경기에 뛰지 않게 하겠다는 것. 그는 지난해 LG 소속으로 포스트시즌서 맹활약했다. 교정된 렌즈를 끼고 쾌조의 타격감을 뽐냈다. 염 감독은 각종 데이터와 순간적인 임기응변능력이 집약되는 포스트시즌서 스나이더가 좋은 모습을 보여준 걸 높게 평가했다. 결국 계약을 맺었다. 스나이더는 스프링캠프 연습경기서도 쾌조의 타격감을 뽐냈다.
그러나 본 무대에선 좀처럼 감각이 살아 올라오지 않는다. 초반 7경기서 25타수 4안타 타율 0.160 4타점 3득점. 아직 홈런은 신고하지 못했다. 결국 염 감독은 8일부터 10일~11일 정도까지 3~4경기 정도 스나이더를 기용하지 않기로 했다. 좋지 않은 타격밸런스로 경기에 출전해봤자 팀이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판단. 넥센에는 외야수, 지명타자를 할 수 있는 선수가 수두룩하다. 당장 스나이더가 몇 경기 나서지 않는다고 해서 전력상 엄청난 손실은 없다.
휴가의 핵심은 자율. 염 감독은 "스나이더에게 하고 싶은대로 하라고 했다. 쉬고 싶으면 쉬고, 연습이 더 필요할 것 같으면 연습을 하라고 했다"라고 털어놨다. 고도의 밀당. 모든 외국인타자는 경기 출전에 민감하다. 그러나 염 감독은 경기에 빼면서 자율을 줬고, 자연스럽게 자존심까지 세워줬다. 부진을 더 이상 두고 보지 않겠다는 주위환기의 의미도 있다. 스나이더로선 적절한 긴장 속에서 재충전을 하게 됐다. 염 감독은 과거에도 부진한 몇몇 타자에게 이 방법을 사용, 효과를 거뒀다. 대표적인 타자가 유한준. 2013년 이 과정을 거쳐 2014년 타율 0.316 20홈런 91타점으로 생애 최고 활약을 선보였다.
▲6월을 기다린다
염 감독의 특별한 기다림은 8일 트레이드로 영입한 우완투수 양훈에게도 적용된다. 양훈은 9일 넥센에 전격 합류한다. 넥센의 두꺼운 야수 경쟁을 뚫어내지 못한 이성열과 허도환을 보내고 받아온 자원. 한화는 즉시전력감을 얻은 반면, 넥센은 장기적인 차원에서 양훈을 풀타임 선발투수로 만들 계획. 염 감독은 "양훈을 빠르면 6월부터 선발투수로 활용할 것이다"라고 했다.
양훈은 현재 경기에 나설 몸 상태가 아니다. 염 감독도 그걸 알고 데려왔다. 그렇다고 해도 시즌에 돌입한 상황에서 크게 아프지도 않은 양훈을 당장 1군에서 쓰지 않는 것도 쉽지 않은 일. 염 감독은 당장 1~2경기 이득보다는 멀리 내다본다. 그는 "양훈은 가능성이 있다. 군대도 다녀왔고 나이와 경력으로 볼 때 잠재력을 터트릴 때가 됐다"라고 확신했다.
염 감독은 일단 양훈의 몸 상태를 철저하게 체크할 계획이다. 그 결과를 토대로 트레이닝 파트에서 양훈의 세부적인 훈련 스케줄을 완성한다. 2군에서 그에 따라 기술훈련을 이끈다. 흥미로운 건 염 감독이 양훈을 1군에 데리고 다니겠다는 것. 그는 "1군에 데리고 다니면서 서서히 만들어나갈 계획"이라고 했다.
인상적인 대목이다. 염 감독은 과거 조상우를 비롯해, 올 시즌에도 몇몇 어린 투수들을 1군에 데리고 다닌다. 경기출전은 1군이 아닌 퓨처스에서 규칙적으로 하되, 평상시에는 1군에서 동료 및 상대의 경기력을 체크하게 한다. 어차피 1~2년 2군에서 풀타임 경험을 쌓아야 할 선수가 아니라면, 1군에서 동료들과 적들이 어떻게 야구를 하는지 미리 충분히 익히라는 의도. 양훈도 5월까진 이런 절차를 밟을 가능성이 있다. 그때까지 양훈이 1군 선발투수로 나설 수 있도록 기술적, 정신적 준비를 마치게 하겠다는 게 염 감독 계획. 선수의 가능성을 실전으로 끌어내고, 미리 연구하게 하며, 동기부여를 극대화시키기 위한 염 감독의 특별한 기다림이다.
[스나이더(위), 양훈(아래).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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