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광주 김진성 기자] "안정적인 셋업맨, 마무리를 갖춘 팀이 다른 팀에도 별로 없다. 끙끙댄다고 해결될 문제는 아니다."
두산은 14일 인천 SK전서 뼈아픈 역전패를 당했다. 7-0으로 앞서다 8-9로 졌다. 8-7서 9회말 2사까지 잡아놓고 마무리 윤명준이 앤드류 브라운에게 역전 끝내기 투런포를 맞았다. 윤명준의 시즌 5번째 블론세이브.
두산은 올 시즌 역전승이 많지만, 이런 식의 역전패도 잦다. 윤명준을 비롯한 필승계투조의 경험과 역량이 타 팀들에 비해 비교 열세다. 보통 장기레이스에서 이런 패배는 1패 이상의 아픔이 있다. 상황에 따라서 1패 이상의 데미지와 후유증이 있을 수 있다. 연패에 빠지면서 좋았던 파트까지 흔들리는 게 일반적이다. 하지만, 올 시즌 두산에는 그런 모습이 보이지 않는다. 불안하지만, 선두에 오른 이유.
▲필승조, 변화는 쉽지 않다
김강률이 아킬레스건 파열과 수술로 시즌 아웃된 뒤 노경은이 필승계투조에 가세했다. 그러나 노경은 역시 제구가 불안한 단점이 있다. 썩 안정적인 페이스는 아니다. 왼손 셋업맨 함덕주는 아직 경험이 부족하다. 베테랑 우완 이재우는 스태미너가 예전같지 않다는 게 김태형 감독의 평가. 윤명준에게 연결되는 과정 자체가 불안하다. 윤명준마저 기복을 보이면서 필승조의 전체적인 안정감이 떨어진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해결 방법이 마땅치 않다. 현재 두산 마운드에서 지금보다 좋은 필승계투조를 만들 수는 없다. 다른 팀들도 확실한 셋업맨과 마무리는 귀하다. 극적인 합의가 있지 않는 한 트레이드도 쉽지 않다. 결국 함덕주와 윤명준은 실전을 통해서 깨지고 얻어맞으면서 성장할 수밖에 없다.
▲김태형 감독의 인상적인 대처법
김 감독은 힘을 불어넣었다. 15일 광주 KIA전을 앞두고 만난 그는 "명준이가 아직 여유가 없다. 브라운에게 어렵게 가라고 했는데 조금 아쉬웠다"라면서도 "구위는 좋다. 시즌 초반보다 많이 올라온 상태다. 여유만 가지면 된다"라고 했다. 노경은을 두고서도 "괜찮다. 점점 좋아질 것"이라고 했다. 포수들에게도 "투수들이 약하다는 생각에 도망가는 볼배합을 하면 안 된다. 자신있게 붙어야 한다"라고 했다.
필승조에 대한 김 감독의 믿음은 초지일관이다. 계속 끌어안고, 보듬어준다.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선발진, 리그에서 손꼽히는 수준의 강력한 타력과 수비력으로 상쇄하는 것이 현실적인 대처. 김 감독은 편하게 생각하기로 했다. "다른 팀들을 봐도 셋업맨과 마무리를 안정적으로 갖춘 팀이 많지 않다. 끙끙댄다고 해결 될 문제가 아니다"라고 했다. 물론 변화도 모색한다. "이현승이 돌아온 뒤 선발을 맡길지 중간으로 보낼 것인지에 대해선 생각을 해볼 것이다"라고 했다. 시즌 초반부터 함덕주, 윤명준에 대한 구체적인 활용법은 조금씩 변화해왔다.
오히려 필승조가 얻어맞는다고 해서, 심지어 게임을 내준다고 해서 팀 분위기가 흐트러지는 걸 더욱 경계한다. 김 감독은 "타자들이 어떻게든 열심히 해주고 있다"라고 했다. 적지 않은 충격패 속에서도 후유증 없이 순항하는 비결. 실제 두산은 시즌 초반 4연패 이후 장기 연패가 없었다. 부족한 부분을 서로 메워주면서 '으?X으?X'하는 분위기를 만들어가고 있다. 실제 김 감독 부임 후 두산 덕아웃 분위기가 많이 밝아졌다는 평가가 많다.
물론 김 감독이 언제나 사람 좋게 웃거나 선수들에게 믿음만을 주는 건 아니다. 한화와의 대전 원정이었다. 경기 막판 승패가 갈린 뒤 느슨한 모습이 보였다. 김 감독은 "경기 다 끝나간다고 해서 몇몇 타자들이 평범한 외야플라이를 치고 1루 베이스까지 가지도 않고 돌아오는 모습을 봤다. 절대 용납할 수 없다. 최고참 성흔이를 불러 똑바로 하라고 했다"라고 털어놨다. 자연스럽게 팀 분위기가 잡힐 수밖에 없다.
김 감독에게 NC 김경문 감독과 흡사한 부분이 많다고 평가하는 사람이 많다. 온화해 보여도 강단이 있고 카리스마로 보이지 않게 선수들을 다잡는다. 두산은 어쩌면 장기레이스, 심지어 포스트시즌에 올라갈 경우 치명적인 약점을 안고 있지만, 김 감독은 전혀 티 내지 않는다. 그저 속으로 삭힌다. 그리고 조용히 팀 분위기를 장악하는데 집중한다. 다른 팀에 비해 충격패 후유증이 적을 수밖에 없다. 두산은 상대팀 입장에선 여전히 까다롭다.
[김태형 감독(위), 두산 선수들(아래).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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