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구/NBA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시위는 해프닝으로 일단락됐다.
21일 서울 논현동 KBL 센터 앞에서 진귀한 장면이 벌어질 뻔했다. 2015-2016시즌부터 외국인선수 출전 쿼터가 확대되는 것을 반대하는 남자 대학농구 12개팀 감독들과 코치들이 침묵시위를 벌이기로 했기 때문. 대학농구 지도자를 대표하는 장봉군 단국대 감독에 따르면 감독과 코치들은 이날 각 학교에 휴가를 냈다. 그리고 합법적인 시위를 위해 서울 강남경찰서에 집회 신고까지 했다.
그러나 KBL의 설득으로 시위는 보류됐다. 사실상 취소. KBL이 뒤늦게 그동안 대학과의 대화가 부족했다며 유감의 뜻을 표명했다. KBL과 대학은 공동 협의체를 구성, 정기적으로 대화를 하기로 했다. 대학 지도자들도 한 발 물러섰다. 올 시즌에는 외국인선수 출전 쿼터 확대를 받아들이기로 했다.
▲소통불통의 어두운 단면
대학 지도자들이 시위를 계획한 건 KBL과 대학농구의 소통이 원활하지 않다는 증거다. KBL이 성사시킨 외국인선수 출전 쿼터 확대, 193cm 신장 제한 재도입은 대학농구를 비롯한 아마농구의 현실을 외면한 처사다. 김 총재를 비롯한 KBL 수뇌부는 국제경쟁력 강화에는 크게 관심을 두지 않았다. 대학 측과 대화를 나누긴 했지만, 형식적이었다.
장봉군 감독은 "다음 시즌부터는 국내선수만 뛰는 쿼터 혹은 라운드를 만들어야 한다는 생각에는 변함이 없다. KBL과 이 문제를 계속 협의하기로 했다"라고 밝혔다. 국내선수 비중이 높아져야 대학농구를 비롯한 아마농구, 한국농구의 국제경쟁력이 높아진다. KBL이 비판을 받는 핵심적인 이유. KBL과 대학은 협의체 구성을 통해 팀당 신인드래프트 3명 선발, D리그 확대, 프로아마최강전 수익금 일부 대학농구연맹 배분 등에 대해서도 추후 논의하기로 했다.
대학 지도자들의 시위는 불발됐지만, KBL에 대학의 존재감을 알리는 데는 성공했다. 향후 논의에서 목소리를 높일 수 있게 됐다. 만약 실제로 대학 지도자들의 시위가 벌어졌다면 이미 떨어진 KBL의 이미지가 바닥까지 내려앉을 뻔했다. KBL로선 최악의 상황을 피하는 동시에 대학과 소통하는 제스쳐를 보이면서 소통불통 단체라는 오명에서 벗어날 수 있는 명분을 마련했다.
▲실질적 과제
KBL과 대학의 입장은 여전히 차이가 크다. 협의체를 구성하기로 했지만, 세부적으로 결정된 건 없다. 장 감독은 "KBL과 대학을 대표하는 2~3명이 협의체를 구성할 것으로 보인다"라고 했다. 협의체를 구성해놓고 실제로 대화를 하지 않으면 아무런 소용이 없다. 협의체가 효율적으로 운영되기 위한 구체적인 방안이 마련돼야 한다. 현 시점에서 KBL은 대학농구 및 아마농구와 상생하기 위한 마스터 플랜이 없다.
대학농구 지도자들도 반성해야 한다. KBL에 국내선수 비중 확대를 주장하려면 그만큼 질 좋은 신인들을 보내야 한다. 물론 김종규 이승현 김준일 등 최근 몇 년간 좋은 신인들을 많이 발굴했다. 하지만, 여전히 부족하다. 대학에서 좋은 기량을 지녔다고 소문난 선수도 알고 보면 기본기가 떨어지는 케이스가 상당히 많다. 프로 지도자들이 기본적인 1대1 수비력은 물론, 공을 잡았을 때의 스텝, 스크린 수비 대처법 등을 처음부터 다시 가르치는 경우가 많다. 벌크업의 중요성에 대해서 잘 모르는 선수도 여전히 많다.
학업을 병행하면서 대학 지도자들이 선수들을 지도할 시간이 짧아진 건 맞다. 그러나 핑계다. 시간이 걸릴 문제지만, 한국농구의 체질개선을 위해선 중, 고등학교는 물론 대학농구가 달라져야 한다. 별 다른 방법이 없다. 대학 지도자들이 사명감을 갖고 선수들을 지도해야 한다. 이 부분이 개선돼야 KBL의 국내선수 비중 확대에 맞물려 한국농구의 체질개선으로 이어진다.
▲왜 농구협회는 침묵할까
한 농구관계자는 이번 시위 해프닝을 보면서 "왜 농구협회는 아무런 대응도 하지 않을까"라고 했다. 이번 시위는 철저히 대학농구 지도자들이 계획했다. 순서가 잘못됐다. KBL이 외국인선수 출전 쿼터를 확대하기로 했다면 아마농구를 관장하는 대한농구협회가 먼저 KBL에 항의 혹은 대응을 해야 했다. 결국 KBL의 조치는 궁극적으로 아마농구를 위축시키는 처사이기 때문. 그러나 대한농구협회는 아무런 대응을 하지 않았다.
심지어 농구협회는 남녀 성인대표팀 운영에도 명확한 비전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아시아선수권대회가 코 앞으로 다가왔는데 아직 감독조차 정하지 않았다. 남녀 모두 후보군(남자-유재학, 유도훈, 여자-위성우, 서동철)은 나왔다. 그러나 농구협회는 남자프로농구 시즌과 아시아 남자선수권대회가 겹치는 상황에서 현직 사령탑에게 무조건적인 희생을 강요하고 있다. 당연히 전임제 시행이 옳지만, 예산 부족이란 핑계를 대며 대책을 마련하지 못하고 있다.
KBL, 대학농구연맹, 대한농구협회의 불협화음으로 한국농구의 경쟁력은 회생 불가능한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작년 아시안게임 남녀 동반 우승은 독이었다. 대학 지도자들의 시위 계획과 보류 해프닝이 한국농구의 암울한 현실을 잘 설명해준다.
[KBL 로고(위), 프로농구 경기 장면(가운데), 대한농구협회 로고(아래).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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