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강산 기자] "페드로 마르티네스를 워낙 좋아해서 따라하려고 한다. 그는 키가 작지만 마운드 위에서 타자를 압도하는 강심장을 갖고 있다."
한화 이글스 외국인 투수 에스밀 로저스. 그에 대해 무슨 말이 필요할까. 모두 그를 작품이라고 부른다. 2경기에서 완투승과 완봉승을 차례로 따냈고, 18이닝 동안 단 한 점만 내줬다. 데뷔 후 2경기 연속 완투승은 KBO리그 사상 첫 기록. 여태껏 이런 외국인 선수는 없었다.
12일 수원 케이티 위즈파크에서 취재진과 만난 로저스의 표정은 무척 편안해 보였다. 그는 "2경기 연속 완투 기록은 생각하지 않았다"며 "한국에서 뛸 기회가 찾아와서 감사할 뿐이다. 나는 휴가를 즐기러 온 게 아니다. 피로함을 느끼지 않는다. 내 임무를 다하는 게 중요하다. 한국의 응원 문화도 정말 즐겁다"고 말했다.
어떤 투수에게 영향을 받았느냐고 물었다. 돌아온 답변은 "페드로 마르티네스"였다. 마르티네스는 로저스의 고향인 도미니카공화국 출신. LA 다저스와 몬트리올 엑스포스, 보스턴 레드삭스, 뉴욕 메츠, 필라델피아 필리스를 거치며 빅리그 18시즌 통산 219승(100패) 평균자책점 2.93을 올린 대투수. 1993년부터 2000년, 2002년부터 2005년까지 12차례나 두자릿수 승리를 따냈고, 1999년(23승)과 2002년(20승) 2차례 20승 이상 기록했고, 총 8차례 올스타에 선정됐다.
마르티네스는 최고 구속 90마일대 후반 강속구와 서클체인지업, 커브, 슬라이더를 앞세워 리그 최정상급 우완투수로 군림했다. 통산 탈삼진이 무려 3,154개. 1999년(313개)과 2000년(284개), 2002년(239개) 3차례 탈삼진 타이틀을 거머쥐었다. 통산 WHIP(이닝당 출루허용률)는 1.05로 매우 안정적이었다. 지금 로저스의 피칭 메뉴도 최고 구속 155km에 이르는 강속구와 슬라이더, 커브, 체인지업이다. 차이가 있다면 체인지업 구사 빈도.
로저스와 마르티네스의 인연은 도미니카 윈터리그로 거슬러 올라간다. 로저스는 당시를 회상하며 "마르티네스는 내가 도미니카 윈터리그에서 뛸 때 자주 놀러 왔다. 내게 많은 것을 알려줬고, 정신적으로도 도움을 받았다"고 말했다.
아울러 "마르티네스에게 많은 구종을 배웠다"며 "마르티네스 처럼 되려고 노력하고, 또 따라하려 했다. 마르티네스의 전성기 투구 영상을 보면서 영향을 받은 부분도 있다"고 말했다. 이어 "마르티네스는 키가 작은 편이지만 마운드 위에서 타자를 압도하는 강심장을 갖고 있다. 나도 그렇게 되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다"고 말했다.
허구연 MBC 해설위원도 로저스의 투구를 극찬했다. 그는 "팔 스윙과 숨김 동작이 좋고, 바깥쪽 꽉 찬 패스트볼을 잘 던진다. 커터와 슬라이더도 수준급이다"며 "타고투저 시대에 높게 형성된 공은 타자에게 얻어맞기 마련인데, 낮게 던질 줄 아는 투수"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큰 이변이 없으면 매 경기 3점 이내로 막아줄 수 있는 투수"라고 평가했다.
'팀 퍼스트' 정신이 몸에 배어 있다. 많은 이들이 로저스의 적응력에 높은 점수를 준다. 야수들이 호수비를 선보일 때면 일일이 박수를 보내며 격려한다. 더그아웃에서도 응원단장 노릇을 한다. 한화의 한 젊은 선수는 "지금까지 이런 외국인 선수는 없었다. 분위기 메이커 역할을 하고 있다"고 말했고, 한 관계자는 "분위기는 확실하게 만들어주고 있다"고 말했다. 로저스는 "항상 포수가 리드하는 대로 던질 것이다"며 "나는 매일 싸울 것이고, 팀 승리를 위해 던질 것"이라며 책임감을 보였다.
에피소드 하나. 오는 14일은 로저스의 생일이다. 1985년생인 그는 기자에게 "내가 한국 나이로 몇 살이냐"고 물었다. "서른 하나"라고 답하자 "아니다. 미국식으로 나는 스물 아홉이다. 금요일(14일)에 서른이 된다. 난 아직 젊다"며 웃어 보였다. 천진난만한 미소는 마운드 위에서 보여준 모습과 사뭇 달랐다.
[한화 이글스 에스밀 로저스, 보스턴 레드삭스 시절 페드로 마르티네스. 사진 = 마이데일리 DB, 강산 기자, AFPBBNEWS]
강산 기자 posterboy@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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