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강산 기자] "리그 흥행에 큰 폐를 끼치진 않은 것 같다."
조범현 kt wiz 감독은 창단 첫 시즌을 돌아보며 이같이 말했다. 맞는 말이다. 올 시즌 kt는 52승 1무 91패, 최하위(10위)로 시즌을 마쳤다. 최하위는 달갑지 않다. 하지만 시즌 초반 100패, 110패 우려는 보기 좋게 불식시켰다. 무엇보다 1군 팀들과 충분히 해볼 만하다는 가능성을 발견했다. 1군 무대 연착륙은 성공적이다.
사실 시즌 초반 kt의 경기력은 낙제점에 가까웠다. 4월까지 25경기 성적이 3승 22패(승률 0.120)에 그쳤다. 5월 27경기에서도 7승 20패로 신통치 않았다. 특히 4월까지 3승 22패로 부진하자 부정적 평가가 줄을 이었다.
당시 kt는 팀 타율(0.217)과 홈런(10개), 득점(64점), 타점(59개), 출루율(0.305) 모두 리그 최하위였다. 마운드는 더 심각했다. 팀 승리가 3승뿐이니 다승은 생각할 필요가 없었다. 팀 평균자책점(5.96)과 피안타율(0.301), 퀄리티스타트(5회), 최다 피홈런(33개), 최다 볼넷(137개), WHIP(이닝당 출루허용률, 1.83) 모두 리그 최하위. 외국인 투수 3명을 보유한 혜택을 전혀 못 살렸다.
의견이 분분했다. 당시 산술적으로 kt가 144경기를 치르면 18승으로 시즌을 마친다는 계산이 나왔다. 당시 한 야구인은 "kt의 성적에 따라 5강 팀이 결정될 것이다. 지금 kt를 상대로는 2승 1패를 해도 실패했다는 분위기"라고 했다. 그게 현실이었다. 인색한 투자에 대한 비난이 줄을 이었다.
해답은 트레이드였다. 최상의 결과로 이어졌다. 먼저 투수 이준형을 LG에 내주고 내야수 박용근과 포수 윤요섭을 데려왔다. 윤요섭은 지금 kt의 백업 포수 자원으로 1군을 지키고 있다. 이후 박세웅과 안중열, 이성민, 조현우를 롯데에 내주고, 하준호와 장성우, 윤여운, 최대성, 이창진을 데려왔다.
당시 트레이드를 두고 말이 많았다. kt의 상징과도 같던 박세웅을 너무 쉽게 보냈다는 비난에 시달렸다. kt 한 관계자도 "당시 정말 앞이 캄캄했다. 트레이드 명단에서 박세웅의 이름을 보고 깜짝 놀랐다"고 회상했다. 그런데 이 트레이드가 신의 한 수였다.
하준호와 장성우는 지금 kt에 없어선 안 될 자원. 장성우는 중심타자이자 주전 포수다. 포수 용덕한을 NC에 내주고 데려온 오정복과 홍성용도 1군 주전으로 자리 잡았다. 조 감독도 "역시 포인트는 트레이드였다"며 "시즌 중반 트레이드가 전환점이 됐다. 적극적으로 움직인 게 변화를 가져온 결정적 계기였다"고 돌아봤다.
외국인 타자 앤디 마르테(115경기 타율 0.348 20홈런 89타점), 댄 블랙(54경기 0.333 12홈런 32타점)은 '마블 듀오'를 결성했다. kt 타선의 상징적 존재다. 김상현(134경기 0.280 27홈런 88타점), 박경수(137경기 0.284 22홈런 73타점)도 20홈런 대열에 동참했다. 특히 FA로 합류한 박경수와 박기혁(126경기 0.280 1홈런 30타점)의 활약을 빼놓고 올 시즌 kt를 설명할 수 없다. 이대형(140경기 0.302 37타점 44도루)은 2년 연속 3할 타율을 달성했다. 타선에 나름대로 짜임새가 생겼다.
계투진도 탄탄했다. 시즌을 치르면서 더 단단해졌다. 조무근(42경기 8승 5패 4세이브 평균자책점 1.88)과 김재윤(42경기 1승 2패 6홀드 4.23)은 모두 신인이다. 불의의 부상으로 시즌 아웃된 장시환(47경기 7승 5패 12세이브 3.98)은 투혼의 상징이었다. 최원재(36경기 2승 1패 3홀드 3.82), 홍성용(42경기 4패 10홀드 3.86)도 잘 버텨줬다.
그러나 선발진이 아쉬웠다. 크리스 옥스프링(31경기 12승 10패 4.48)이 에이스 노릇을 잘해줬지만 토종 선발진 육성이 숙제로 남았다. 정대현(30경기 5승 11패 5.19), 엄상백(28경기 5승 6패 6.66)이 가능성을 보여준 게 위안. 정성곤(20경기 2승 6패 8.53)은 경험을 더 쌓아야 한다. 윤근영(17경기 1승 4패 2홀드 5.63)도 기회를 제대로 못 살렸다.
조 감독의 용병술이 돋보인 대목이 있다. 시즌 초반 김사율(21경기 8.06) 마무리 카드가 어긋나면서 마운드 전체가 흔들렸다. 시범경기에서는 김사율이 동점을 허용하고, 김기표가 불을 끄러 나왔다가 결정타를 얻어맞기도 했다. 그런데 이는 오히려 조무근, 김재윤 등 전혀 기대치 않았던 영건들이 믿을맨으로 거듭난 계기가 됐다. 조무근은 프리미어 12 1차 엔트리에도 이름을 올렸다. 영건들이 나타나지 않았다면 시즌 100패도 이상할 게 없었다.
조 감독은 올 시즌을 돌아보며 "만족할 여유가 없다. 아직 개선해야 할 부분이 많다"며 "선수층이 너무 얇았다. 우리 선수 중 다른 팀에 가면 주전이 몇이나 되느냐"고 했다. 그러면서도 "한동안 상승세를 타면서 만족스러운 시기도 있었다. 특히 어린 선수들의 성장에 만족한다. 특별한 사고 없이 전반적으로 잘해줬다. 코치진과 선수들 간의 유대관계가 한층 깊어진 시즌"이라고 했다.
흥행에도 성공했다는 평가다. 올 시즌 kt의 홈경기 총 관중 수는 64만 5,465명. 종전 신생팀 단일시즌 최다 관중 기록(2013년 NC 다이노스, 52만 8,739명)을 일찌감치 갈아치웠다. 메르스 여파를 이겨냈다는 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KBO 측도 "KBO리그 역대 최다 관중 신기록 달성에 있어 막내 구단 kt의 약진이 눈에 띄었다"고 했다.
1군 연착륙과 흥행은 잡았다. 1군 진입 2년째인 내년 시즌 더 높은 곳을 바라보는 kt다. 선발진이 한층 탄탄해지면 포스트시즌 도전도 가능하다는 게 중론이다. 조 감독은 "FA를 통해 필요한 자원을 보강하고, 내년 시즌 전력을 구축할 것"이라는 청사진을 그렸다.
[MVP] 조무근이 있어 kt 선전 있었다
무슨 말이 필요한가. 올 시즌 조무근 없는 kt는 상상할 수 없었다. KBO리그 데뷔 첫해 43경기에서 8승 5패 4세이브 2홀드 평균자책점 1.88의 성적을 남겼다. 피안타율(0.213), WHIP(이닝당 출루허용, 1.20)도 훌륭했다. 무엇보다 71⅔이닝 동안 83개의 삼진을 솎아낸 점이 돋보인다. 직구 최고 구속이 148km까지 올랐고, 높은 타점을 활용한 종슬라이더의 낙폭은 기막혔다. 정명원 kt 투수코치는 "투구 밸런스와 힘을 싣는 동작이 좋아졌다"고 평했다.
성균관대 시절에도 조무근은 '체격 좋은 유망주'에 불과했다. 198cm 116kg의 좋은 체격을 지녔지만 위력적인 투수는 아니었다. 조 감독조차 "성균관대 시절 가끔 봤는데 스트라이크를 못 던졌다"면서도 "지금은 확실한 무기가 있다"고 칭찬했다. 올 시즌 활약을 발판삼아 내년 시즌 kt의 확실한 뒷문지기로 거듭날 수 있을지 한 번 지켜볼 일이다.
[kt wiz 선수들. 사진 = 마이데일리 DB]
강산 기자 posterboy@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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