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마이데일리 = 곽명동 기자]리들리 스콧 감독이 만들면 SF도 이렇게 따뜻하고 유머러스할 수 있다. 일찍이 ‘에이리언’(1979)에서 우주 공간을 공포로 물들이고, ‘블레이드 러너’(1982)에서 ‘인간의 비인간성과 비인간의 인간성’을 보여주며 SF 장르를 디스토피아의 음울한 비관으로 활용했던 그는 ‘마션’에서 유토피아의 낙천적 희망으로 변주한다. 이 영화는 마치 화성에 떨어진 로빈슨 크로소가 과학 지식으로 중무장한 채 ‘캐스트 어웨이’의 척 놀랜드(톰 행크스)처럼 절망하지 않고 귀환하는 이야기처럼 보인다. 물론, 트로이 전쟁이 끝난 뒤에 10년간 고향 이타케로 돌아가기 위해 온갖 고난을 감수했던 오디세우스의 모험담으로도 읽힌다.
식물학자이자 우주비행사인 마크 와트니(맷 데이먼)는 임무 수행 도중 화성의 모래폭풍을 만나 실종된다. 다른 팀원들은 그가 죽은줄 알고 헤르메스호를 타고 지구로 돌아가지만, 마크 와트니는 기적적으로 살아나 감자를 재배하고, 산소를 만들며 생존을 이어나간다. 마크 와트니의 장례식까지 치른 나사는 그를 귀환시키기 위해 보급선 발사에 전력을 기울이고, 헤르메스호 승무원들 역시 마크 와트니를 구하기 위한 행동에 나선다.
‘마션’은 흥미로운 과학과 유쾌한 낙관이 빚어낸 인간적인, 너무나 인간적인 SF영화다. 앤디 위어의 소설을 스크린에 옮긴 이 작품은 화성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생존법을 리얼하게 담아내 ‘화성체류기’의 흥미를 높이고, 마크 와트니를 귀환시키려는 나사와 헤르메스호 동료들의 노력과 결단을 통해 휴머니티의 감동을 데운다.
배설물을 수거해 거름을 만들어 감자를 재배하고, 강력 테이프로 위기를 탈출하거나 위험을 무릅쓰고 물을 만들어내는 디테일한 생존법은 SF영화임에도 불구하고 현실성을 살려낸다. 밤을 새워가며 보급선을 만들어내고, 통신을 연결해 마크 와트니와 교신하려는 나사 직원들의 모습도 영화의 긴박감을 끌어 올린다. 동료 대원을 놓고 왔다는 죄책감 속에서 마크 와트니를 구하기 위해 위대한 결단을 내리는 루이스 대장(제시카 채스타인)과 대원들은 ‘하나를 위한 모두’의 가치를 품고 있는 이 영화의 메시지를 제대로 보여준다.
과학에 대한 확신과 생존에 대한 의지가 강하게 결합된 앤디 위어 소설의 핵심을 담아낸 각본을 비롯해 마크 와트니, 나사, 헤르메스호를 리드미컬하게 오가는 편집이 뛰어나고, 화성의 거친 대지와 우주 공간의 광활함을 거대한 스케일로 담아낸 촬영도 훌륭하다. 글로리아 게이너의 ‘아이 윌 서바이브’부터 데이빗 보위의 ‘스타맨’에 이르기까지 마크 와트니의 현실과 외로움을 표현한 70년대 음악의 선곡은 금상첨화다.
맷 데이먼은 어떠한 절망적 순간에도 희망을 잃지 않는 마크 와트니의 캐릭터를 위트와 유머를 섞어 제대로 연기해냈다. 죄책감과 책임감 사이에서 고뇌하는 제시카 채스타인의 연기도 깊은 인상을 남긴다. 마이클 페나, 숀 빈 등 조연들의 연기도 흠잡을 데가 없다.
마크 와트니는 불모의 환경 속에서 막막함을 이겨내고 하나씩 하나씩 문제를 해결해 나갔다. 그것이 생존법이다. 우리네 삶도 그렇다.
[사진 제공 = 20세기폭스]
곽명동 기자 entheos@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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