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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1~2일 전부터 밸런스가 좋아지면서 타격감도 올라왔다."
두산 닉 에반스는 전형적인 홈런타자가 아니다. 2루타 위주의 중거리 타자이면서, 승부처에서 타점 생산으로 팀 공헌을 높이는 스타일이다. 모든 외국인타자와 마찬가지로 에반스 역시 4월 1일 정규시즌 개막에 맞춰 페이스를 끌어올리고 있다.
스프링캠프 연습경기서는 낙제점이었다. 7경기에 선발 출전, 21타수 4안타 1홈런 3타점 1득점에 그쳤다. 삼진만 10개를 당했다. OPS는 0.524. 장타력도, 타점 생산 능력도 기대 이하였다. 시범경기 초반 4경기서도 13타수 4안타, 삼진 3개였다. 스프링캠프 연습경기보다는 나아졌지만, 만족스러운 수준은 아니었다.
김태형 감독은 미야자키 연습경기 당시 에반스에게 약간의 아쉬움을 드러내기도 했지만, 이후 별 다른 말을 하지는 않았다. 에반스의 심리적인 동요를 막고, 꾸준히 지켜보면서 최적의 쓰임새를 찾고 싶었기 때문이다. 결국 에반스는 올 시즌 역대 두산의 외국인타자 잔혹사를 끊어줘야 한다.
▲타격감 회복
좋은 신호가 찾아왔다. 에반스는 13일 창원 NC전서 4타수 3안타 3타점 1득점으로 맹활약했다. NC 크리스 스튜어트를 상대로 연이어 찬스에서 결정타를 날렸다. 1회에는 초구 노림수가 좋았다. 직전 민병헌 타석이 9구까지 가는 접전이었고, 잘 지켜본 에반스는 1타점 선제 우중간 적시타를 날렸다. 3회와 5회에도 1타점 중전적시타를 날렸다.
의도적으로 간결한 스윙을 하는 모습이 있었다. 타격감을 끌어올리기 위해 장타 욕심을 내려놓고, KBO리그 투수들의 특성을 파악하는 동시에 팀 공헌을 높이기 위한 작업. 보통 타격감이 떨어진 타자는 어떤 순간적인 계기에 따라 극적으로 감각을 찾는다. 에반스가 타격감을 찾았는지는 이번주 시범경기 행보를 지켜보면 된다.
이 감각을 4월 1일까지 이어갈 수 있을까. 유지 및 보수가 필요하다. 에반스의 자세는 좋다. 그는 "1~2일 전부터 밸런스가 좋아지면서 타격감도 올라왔다. 그러면서 타석에서 집중한 것이 최근 좋은 결과로 나타난 것 같다"라고 했다. 일단 기술적인 부분보다는 심리적인 회복이 우선이었다. 에반스는 "누구라도 새로운 리그와 팀에서 좋은 모습을 보여주고 싶어하는 것은 당연하다. 나 역시 그러지 못해 심리적으로 힘든 부분이 있었지만, 코치들과 동료 선수가 많은 격려와 조언을 해줬고, 그것이 많은 도움이 됐다. 기술적인 부분보다는 편안하게 타석에 임하라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고, 덕분에 마음을 차분하게 유지할 수 있었다"라고 했다. 에반스는 철저히 정규시즌 개막에 맞춰 타격 페이스를 조절하려고 한다. 그는 "4월 1일 개막전에 모든 포커스를 맞추고 있기 때문에, 지금의 좋은 리듬을 계속 유지할 수 있도록 집중하겠다"라고 했다.
▲에반스와 두산타선
에반스는 올 시즌 1루수 혹은 지명타자로 뛴다. 시범경기서는 1경기를 빼놓고 모두 1루수로 뛰었다. 김태형 감독은 올 시즌 에반스가 1루 수비를 하면서 타격감을 조율하길 원한다. 오재일 등 1루수 경쟁자들도 만만찮지만, 에반스가 1루를 맡으면 김 감독이 선택할 수 있는 지명타자 카드가 많다. 이들 중에선 수비력이 다소 떨어지는 타자들도 있다. 일단 에반스의 1루 수비에 큰 문제는 드러나지는 않았다.
에반스는 시범경기서 꾸준히 4번타자로 뛰었다. 김현수가 빠져나간 뒤, 두산에 확실한 4번 타자감은 보이지 않는다. 엄밀히 볼 때 에반스도 전형적인 4번 타자라고 할 수 없다. 그러나 외야가 광활한 홈 잠실구장 특성상 중거리 타자인 에반스가 4번을 맡는 건 나쁘지 않다. 에반스가 4번에서 제 몫을 해낸다면 두산 타선은 김현수 공백을 최소화하면서 기존 정수빈 허경민 민병헌 양의지 오재원 김재호 등과 시너지효과를 일으킬 수 있다. 조수행, 서예일 등 좋은 신인들이 가세하면서 주전과 백업의 긴장감도 높아진 상황. 두산타선의 짜임새 폭발 시점이 다가온 상황이다.
결국 에반스가 KBO리그에 확실히 적응해야 한다는 절대적인 조건이 있다. 현 시점에서 타격감을 조율하는 것도 궁극적인 목적은 KBO리그 적응. 그런 점에서 에반스가 NC전서 터닝포인트를 찍었다면, 그의 KBO리그 적응과 두산 타선의 완성도 좀 더 탄력을 받을 수 있다. 에반스의 적응이 늦어진다면, 두산 타선의 완성도가 크게 흔들릴 여지가 있다.
[에반스. 사진 = 두산 베어스 제공]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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