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
[마이데일리 = 안산 안경남 기자] 슈틸리케호가 새해 첫 항해에 나선다. 상대는 레바논이다 상대전적에서 8승2무1패로 한국이 위에 있다. 그럼에도 방심은 금물이다. 울리 슈틸리케 감독은 “지난 해 대표팀이 보여줬던 좋은 모습을 레바논전에서도 증명하겠다”며 승리를 자신했다.
한국은 24일 오후 8시 안산 와스타디움에서 레바논과 2018 국제축구연맹(FIFA) 러시아월드컵 아시아지역 2차 예선 7차전을 치른다. 동기부여를 찾기 힘든 경기다. 슈틸리케도 “이미 최종예선에 올랐기 때문에 동기부여가 떨어질 수도 있다”고 인정했다. 그렇다고 대충할 생각은 없다. 주장 기성용은 “태극마크를 다는 순간 한시도 긴장감을 놓은 적이 없다. 레바논전도 다르지 않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하나. 무실점
무실점은 레바논전 최대 관전포인트다. 한국은 지난 해 8월 중국서 열린 동아시안컵 북한전에서 0-0으로 비긴 것을 시작으로 7경기째 실점이 없다. 또한 9월 라오스전부터는 6경기 연속 무실점 행진 중이다. 레바논전을 무실점으로 마치면 1970년 세운 8경기(6승2무) 연속 무실점과 동률을 이룬다. 또 무실점으로 ‘승리’하면 1978년과 1989년 세운 7경기 연속 무실점 ‘승리’와 어깨를 나란히 한다.
슈틸리케 감독은 이 사실을 알고 있냐는 취재진 질문에 “선수들이 알 수 있도록 많이 보도해달라”며 무실점 행진 기록이 특별한 동기부여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물론 농담이 섞인 답변이었지만 무실점 기록이 선수들의 전투력으로 이어지길 바라는 눈치였다.
둘. 이정협
황태자의 귀환이다. 이정협은 지난 해 슈틸리케 감독이 발견한 최고의 선수 중 한 명이었다. 무명이었던 그는 아시안컵에서 혜성같이 등장해 한국의 준우승에 기여했다. 이후에도 슈틸리케호의 최전방을 책임지며 최종예선 진출에 혁혁한 공을 세웠다. 지난 해 말 불의의 부상으로 한 동안 대표팀에서 멀어졌지만 슈틸리케 감독은 여전히 이정협에 대해 변함없는 신뢰를 보이고 있다.
슈틸리케는 “이정협은 작년 대표팀에서 좋은 모습을 보인 것에 대한 보답 차원에서 불렀다. 아마 부상이 없었다면 계속 좋은 모습을 보였을 것이다. 최근 골을 못 넣고 있지만 호날두나 메시도 최전방에 공이 가지 않으면 골을 못 넣는다”며 이정협에 대한 무한 사랑을 과시했다. 이정협이 레바논전서 또 한 번 맹활약할 펼친다면 슈틸리케 감독은 흐뭇한 미소를 지을 것이다.
셋. 보답
이정협에서 볼 수 있듯이 레바논전 소집 기준은 ‘보답’이었다. 소속팀에서의 출전 여부와 상관 없이 지난 해 활약한 선수들 위주로 명단을 꾸렸다. 이청용(크리스탈팰리스), 김진수(호펜하임), 박주호(도르트문트) 등이 대표적이다. 슈틸리케는 “이들을 제외하면 반쪽팀이 된다.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지만 작년 대표팀의 중심이었던 선수들을 제외할 순 없었다”고 말했다.
원칙까지 깨면서 부른 만큼 선수들의 어깨도 무겁다. 김진수는 “슈틸리케 감독님의 걱정을 잘 안다. 믿음에 보답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이에 슈틸리케 감독도 “주전으로 뛰지 못하는 선수들이 어떤 플레이를 보일지 관심있게 지켜볼 것”이라며 경기력으로 평가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넷. 러블리즈
대한축구협회는 새해 첫 A매치를 빛내기 위해 다양한 이벤트를 준비했다. 레바논전에 처음 선보이는 새로운 대표팀 유니폼(30벌)과 사인볼(100개) 그리고 응원티(1000벌)을 선물할 계획이다. 축하공연도 화끈하다. ‘대세’ 걸그룹 러블리즈가 슈틸리케호를 응원한다. 러블리즈는 경기가 끝난 뒤 실력파 래퍼 트루디와 함께 30분 동안 콘서트를 펼칠 예정이다. 팬들 입장에선 축구도 보고 공연도 보는 ‘일석이조’의 레바논전이다.
다섯. 레바논
레바논에겐 한국전 승리가 절실하다. 승점 10점으로 한국(승점18), 쿠웨이트(승점10)에 이어 3위에 올라있는 레바논은 남은 2경기에서 모두 승리할 경우 2위 중 상위 4팀까지 주어지는 최종예선 진출권을 노릴 수 있다. 미오드라그 라둘로비치 레바논 감독은 “우리의 목표는 2위로 최종예선에 오르는 것”이라고 말했다.
여섯. 골키퍼
김진현(세레소오사카), 정성룡(가와사키프론탈레), 김승규(빗셀고베)로 구성된 슈틸리케호 골키퍼 경쟁은 조용하면서도 가장 치열한 곳으로 꼽힌다. 제로베이스로 돌아간 골키퍼 경쟁은 누가 첫 번째 선택을 받을지 전혀 예측할 수 없는 상황이다. 공교롭게도 셋 모두 일본에서 활약하고 있는 점도 흥미롭다.
지난 해 가장 앞선 선수는 김진현이었다. 그러나 부상 이후에는 김승규가 주전 골키퍼로 활약했다. 정성룡의 경우 항상 2인자에 머물렀지만 J리그에서의 활약과 경험을 바탕으로 반전을 노리고 있다. 김진현도 “한 번도 다른 골키퍼보다 앞선다고 생각해보지 않았다. 하지만 기회가 온다면 레바논전 무실점 승리를 돕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일곱. 이천수
2002년 한일월드컵 4강 주역인 이천수가 레바논전을 통해 대표팀 은퇴식을 갖는다. 대한축구협회는 “이천수의 은퇴식을 레바논전 하프타임을 행사로 진행한다”고 밝혔다. 협회는 2002년부터 A매치 70경기 이상 출전한 선수를 대상으로 은퇴식을 열어주고 있다. 이천수는 은퇴식을 갖는 13번째 선수다.
이천수는 2002년 월드컵 4강 신화의 일원이자 2006년 독일월드컵 원정 첫 승을 이끈 주역이기도 하다. 당시 토고전에서 터트린 환상적인 프리킥은 아직까지도 축구 팬들에게 회자되는 명장면으로 꼽힌다. 그밖에도 이천수는 스페인 프리메라리가에 진출한 첫 한국 선수였으며 울산 현대 시절에는 신들린 활약으로 ‘사기유닛’이라는 극찬까지 받았다.
[사진 = 대한축구협회, 마이데일리DB]
안경남 기자 knan0422@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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