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대전 최창환 기자] “선수들이 ‘내가 최고’라는 마음가짐으로 경기에 임하면 (경기력이)훨씬 나아질 것이다.”
한화 이글스가 넥센 히어로즈를 상대로 2016 타이어뱅크 KBO리그 홈 개막전을 치른 지난 5일 대전한화생명이글스파크에 ‘깜짝 손님’이 등장했다. 한화의 역사를 논할 때 빼놓을 수 없는 스타 구대성이었다. 구대성은 이날 경기에 앞서 1999 한국시리즈 우승 당시 디자인의 유니폼 및 모자를 차려 입고 시구를 하며 팬들의 향수를 자극했다.
한화는 구대성에게 친정팀이다. 1993년 전신 빙그레에서 데뷔한 구대성은 2001년 일본프로야구에 진출하기 전까지 한화에서 활약했다. 1996년 18승 3패 24세이브 평균 자책점 1.88을 기록하며 MVP로 선정됐고, 한화가 창단 첫 우승을 달성한 1999 한국시리즈 MVP도 구대성의 몫이었다.
일본프로야구, 메이저리그를 거쳐 2006년 한화로 돌아온 구대성은 2010년 은퇴식을 가졌다.
다만, 아쉬운 건 영구결번이다. 한화는 프랜차이즈 스타를 대거 배출했으며, 그들의 역사를 팬들과 공유하는 방법도 잘 알고 있는 팀이다. 한화는 장종훈(35번)을 시작으로 정민철(23번), 송진우(21번) 등 3명의 등번호를 영구결번으로 지정했다. KBO 팀들을 통틀어 한화보다 많은 영구결번을 보유한 팀은 없다.
커리어, 상징성을 보면 구대성의 등번호(15번)도 영구결번으로 충분한 가치가 있다. 실제 한화는 은퇴 당시 영구결번을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구대성은 이를 정중히 거절했다. 한화와 구대성은 당시 ‘슈퍼루키’로 각광받은 유창식에게 15번을 넘겨줬다.
하지만 유창식은 한화에서 기대만큼의 성장세를 그리지 못했고, 지난 시즌 도중 KIA 타이거즈로 트레이드됐다. “‘대성불패’가 ‘대성통곡’ 하겠다”라는 우스갯소리가 나오는 것도 무리가 아니었다.
유창식이 한화를 떠났어도 현재 15번은 영구결번할 수 없다. 15번은 이제 이용규의 등번호가 됐기 때문이다.
물론 한화 팬들에게는 영구결번 여부와 관계없이 전설이라 할 수 있는 구대성의 친정 방문만으로도 반가웠을 것이다. 실제 한화 팬들은 시구를 마치고 그라운드를 나서는 구대성을 향해 “대~성불패!”를 연호했다. ‘대성불패’는 한화에서 뛸 당시 구대성의 별명.
구대성의 깜짝 방문 소식은 경기시작 3시간 30분 전 알려졌지만, 적지 않은 팬들이 구대성의 이름이 새겨진 유니폼을 챙겨와 추억을 회상하기도 했다.
“‘한 번은 (대전에)와야 할 것 같다’라는 마음을 갖고 있었다. 시구제의를 받아 기뻤다”라고 운을 뗀 구대성은 “전광판에 나오는 우승 당시 영상을 보며 ‘한화도 우승할 때가 됐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선수들이 열심히 뛰면 좋은 성적이 나올 것 같다”라고 덧붙였다.
현역 가운데 구대성과 한화에서 한솥밥을 먹은 선수는 김태균, 박정진 등 손에 꼽을 정도로 적다. “아는 선수가 별로 없다. 정근우도 다른 팀(SK)에 있을 때 봤던 선수다. 한참 어린 선수들은 잘 모른다”라고 말한 구대성은 “선수들이 ‘내가 최고’라는 마음가짐으로 경기에 임하면 (경기력이)훨씬 나아질 것이다. 물론 야구장 밖에서도 그러면 안 된다(웃음)”라며 조언을 전했다.
더불어 구대성은 “김성근 감독이 한화에서 뛰라는 말은 하지 않던가?”라고 묻자 “농담으로 말씀은 하셨다. '어린 선수들 많은데'라고 하시면서…”라며 웃었다.
KBO리그에서의 커리어는 마침표를 찍었지만, 구대성은 여전히 ‘현역’이다. 한화에서 은퇴한 후 호주로 건너가 선수로 건재를 과시하고 있다. 어깨통증으로 한 시즌을 쉬었지만, 차기 시즌부터 다시 커리어를 쌓을 계획이다.
구대성은 “팔이 아파서 1년 쉬었지만, 구속이 130km 밑으로 떨어지기 전까진 계속 선수생활을 이어갈 것이다. 현재 137km 정도 나온다”라고 말했다. 47세라는 나이가 무색한 수치다.
구대성은 이어 비슷한 구속을 뿌리는 현역선수의 이름이 언급되자 “200km가 나오지 않는 이상 구속보다 중요한 건 제구력”이라며 뼈있는 한마디를 전했다.
구대성은 경력을 쌓아가며 느낀 호주리그만의 색깔에 대해서도 전했다. “호주에서 야구는 인기가 없다. 관중이 1,000명 정도!? 수준은 우리나라의 1.5군이다. 타자는 약한데, 투수는 우리나라 선수들과 비슷하다.” 구대성의 말이다.
구대성은 이어 “오히려 구속은 호주 투수가 빠르다. 옥스프링(롯데 코치)도 호주선수들 가운데에는 느린 편이다. 우리 팀에는 96마일(약 154km)을 던지는 선수도 있다”라고 덧붙였다.
지난 4일 귀국한 구대성은 오는 8일 호주로 돌아갈 예정이다. 한국에 머무는 동안 중요한 일정도 소화한다. 호주 청소년대표팀 코치를 맡은 구대성은 시구와 더불어 대회 준비를 겸해 한국을 찾았다.
“처음 호주에 갔을 땐 말이 안 통했는데, 지금은 어느 정도 된다”라고 운을 뗀 구대성은 “아이들을 가르치는 것도 재밌다”라며 웃었다.
[구대성. 사진 = 마이데일리DB]
최창환 기자 maxwindow@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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