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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편안하게 해주려고 한다."
최근 몇 년간 넥센 불펜을 지탱한 조상우~한현희~손승락 필승계투조는 해체됐다. 조상우와 한현희가 부상으로 시즌 아웃됐다. 손승락은 롯데로 이적했다. 어차피 내년에 조상우가 돌아오더라도 선발을 맡을 게 유력하다.
넥센 불펜은 새 판짜기에 나섰다. 염경엽 감독은 김세현을 마무리로 기용하고 있다. 중간계투진은 베테랑 마정길 이보근, 김택형에 상황에 따라서 정회찬이나 김상수 등을 고루 활용한다. 사실상 필승계투조와 추격조의 구분이 모호하다. 불펜을 재건하는 과정이라 짜임새는 떨어지는 편이다. 하지만, 단기간에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염 감독은 최대한 많은 투수들을 활용, 올 시즌을 치르며 불펜을 재건할 계획이다.
▲부담 최소화
염경엽 감독은 8일 잠실 두산전을 앞두고 불펜 운영법에 대해 소개했다. 그는 "모든 투수가 잘 알고 있다. 지난 2~3년간 똑같이 운영해왔다"라고 했다. 이어 "최대한 편안하게 해주려고 한다"라고 했다. 불펜 투수들에게 최대한 부담을 주고 싶지 않겠다는 의미다.
예를 들어 염 감독은 "불펜 투수들은 되도록 주자가 없는 상황서 등판시키려고 한다. 1루 정도에 주자가 있을 수는 있다"라고 했다. 기본적으로 불펜 투수들은 위기 상황서 실점하지 않는 게 가장 중요한 목적이다. 어쩔 수 없이 경기 후반, 주자가 2루 혹은 3루에 있을 때 등판해야 할 때가 있다. 그러나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절체절명의 위기를 막아본 경험이 적은 투수들은 흔들릴 때가 많다. 넥센 대부분 불펜 투수는 경험이 일천하다. 주자가 없는 상황에 등판하면 자신 있게 공을 던지면서 좋은 결과를 낼 수 있다. 그런 점에서 염 감독의 운영법은 의미가 있다.
1이닝을 넘기지 않는 것도 염 감독 원칙. 그는 "되도록 1이닝 이상 던지지 않게 한다"라고 했다. 실제 염 감독은 특정 불펜 투수에게 2이닝 이상 투구를 시키지 않는다. 휴식일도 철저히 배분한다. 부담감을 최소화하면서, 효율성을 극대화하기 위한 선택이다.
▲이보근과 마정길
그런데 약간 예외의 경우가 있다. 염 감독은 불펜 경험이 풍부한 마정길과 이보근에겐 책임감을 실어주려고 한다. 특히 이보근을 두고 "불펜 기둥이 돼야 한다"라고 했다. 상황에 따라서 1이닝, 주자 없는 상황 등의 원칙에서 벗어난 기용도 가능하다는 의미.
쉽게 말해 염 감독은 "김택형과 이보근은 다르다. 택형이는 아직 위기 상황을 넘기는 건 부담스러운 투수다. 그러나 보근이는 위기에서 버텨내면서 팀의 기둥 역할을 해야 한다"라고 했다. 젊은 불펜 투수들은 서서히 경험을 쌓으면서 위기에 극복하는 내성을 쌓길 원하고, 이보근과 마정길은 위기에서 불펜 리더 역할을 원한다.
넥센은 시즌 초반 선발진이 잘 돌아간다. 라이언 피어밴드, 로버트 코엘로, 박주현과 신재영이 연이어 호투하고 있다. 염 감독은 "박주현과 신재영은 배짱이 있다"라고 했다. 불펜이 염 감독의 운영원칙 속에서 한 시즌을 건강하게 버텨낼 경우 장기적으로 넥센 마운드는 강해질 수 있다.
[손혁 투수코치와 김상수(위), 이보근(아래).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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