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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KBO리그 사상 초유의 일이 벌어졌다. 한화 김성근 감독이 14일 대전 두산전 도중 자발적으로 덕아웃을 떠났다.
심판으로부터 퇴장을 명령 받은 건 아니었다. 김 감독은 5회말이 종료되자 강성인 트레이닝 코치와 함께 을지병원 응급실로 이동했다. 최수원 주심을 비롯한 심판진은 곧바로 김 감독이 덕아웃에 없다는 사실을 인지했다. 그런데 6회가 진행되는 동안에도 김 감독이 돌아오지 않자 최 주심이 6회말 직후 한화 벤치에 이의를 제기했다. 그러자 한화 코칭스태프는 최 주심에게 김 감독이 병원에 갔고, 이날은 돌아올 수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동시에 김 감독이 김광수 수석코치를 감독대행으로 지명한 사실을 알렸다.
최 주심은 한대화 경기감독관과 논의, 김 감독의 부재를 인정하는 동시에 김광수 수석코치의 감독대행체제를 인정했다. 그리고 해당 사실을 두산 벤치에 전달하면서 김태형 감독의 양해를 구했다. 한화 관계자에 따르면, 김 감독은 을지병원에서 어지럼증 증세와 혈압을 체크했다. 병원은 정상 판정을 내렸다. 한화는 만약의 사태에 대비, 김 감독에게 정밀검진을 받게 했다.
▲규정상 문제없다
감독의 경기도중 이탈. 야구규칙에 따르면 허용된다. 2.50항의 (c)에는 '감독이 경기장을 떠날 때는 선수 또는 코치를 감독대행으로 지명해야 한다. 감독대행은 감독으로서의 의무, 권리, 책임을 갖는다. 만일 감독이 경기장을 떠나기 전까지 감독대행을 지명하지 않거나 지명을 거부했을 때는 주심이 팀의 일원을 감독대행으로 지명해야 한다'라고 돼있다.
김 감독이 을지병원 응급실로 가면서 김 수석코치를 감독대행으로 지명했다. 규칙상 문제가 되지는 않는다. 다만, 한화 벤치와 심판진이 해당 사실에 대해 원활한 의사소통이 되지 않으면서 6회말 종료 직후 경기가 잠시 중단되는 해프닝이 벌어졌다.
▲징조는 있었다
김 감독의 건강상태가 썩 좋지 않다는 건 13일에 감지됐다. 당시 한화 관계자는 오후 4시30분부터 경기 전 공식인터뷰를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취재진은 두산 김태형 감독을 취재한 뒤 뒤늦게 김 감독을 취재했다. (홈팀 감독과 선수를 먼저 취재하는 게 관례다)
당시 김 감독은 밝은 얼굴로 취재진을 맞이했지만, 안색이 썩 좋아 보이지는 않았다. 한화 관계자는 "감독님이 피곤하신지 곤히 주무셔서 (4시30분에) 도저히 깨울 수 없었다"라고 했다. 김 감독은 14일에도 경기 직전까지 감독실에 누워있었다. 기침과 어지러움, 몸살 증세가 있었다는 게 한화 관계자 설명이다. 결국 취재진은 14일 김 감독을 만나지 못했다.
▲왜 컨디션이 악화됐나
김 감독은 만 74세의 고령이다. 그러나 거의 매일 그라운드를 돌며 선수들의 훈련을 직접 지도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체력적으로 힘든 펑고를 많이 치고도 흐트러지지 않는다. 틈틈이 건강관리도 충실히 한다는 후문.
정황상 김 감독의 건강에 큰 문제가 있는 것 같지는 않다. 그러나 스트레스를 많이 받고 있을 수는 있다. 한화는 시즌 개막 후 2승9패로 최악의 행보다. 우승 혹은 상위권 후보라는 평가가 무색할 정도의 부진. 투타 각 파트별 부상자가 많다. 김 감독 특유의 변화무쌍한 시즌 운영도 효율성과 거리가 있다는 비판에 시달린다.
김 감독은 고령이라 젊은 사람들보다는 면역력이나 체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그런 상황서 극심한 스트레스가 결합되면 컨디션이 급격히 악화될 수 있다. 경기 도중 덕아웃을 떠날 정도였다면 최근 김 감독의 컨디션은 최악이었다고 봐야 한다.
종목을 불문하고 지도자는 극심한 스트레스와 부담감에 시달린다. 고령의 김 감독도 예외는 아니다. 그는 한화에서 차지하는 위상과 무게가 절대적이다. 김 감독의 건강 관리는 올 시즌 한화의 또 다른 변수다.
[김성근 감독.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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