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이 정도 페이스는 예상하지 못했다."
두산은 20일 수원 KT전서 완승, 파죽의 7연승을 내달렸다. 11승3패1무, 일찌감치 단독선두를 꿰찼다. 10승 고지도 가장 먼저 밟았다. 김태형 감독 부임 최다연승도 이어가고 있다. 김태형 감독은 20일 수원 KT전을 앞두고 "이 정도 페이스는 예상하지 못했다. 선수들이 너무 잘해주고 있다"라고 했다.
김 감독은 솔직하게 말했다. "지난해 우승했으니 2연패를 목표로 잡았다. 하지만, 올 시즌 전력이 좋아진 팀이 많아서 초반부터 물고 물릴 것으로 봤다"라고 했다. 실제 올 시즌 두산은 김현수 공백에도 우승 후보로 분류됐다. 각 파트별 구성 자체가 워낙 뛰어나다.
그러나 NC, 한화 등 전력을 보강한 팀들도 만만찮을 것으로 예상됐다. 결과적으로 두산은 시즌 초반부터 이렇게 바짝 승수를 벌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하지 않았다. 두산의 기대 이상의 페이스에는 몇 가지 이유가 있다.
▲부상자 거의 없다
2015시즌. 애리조나 스프링캠프 막판 마무리로 내정된 노경은이 타자의 프리배팅 타구에 턱 관절이 부러졌다. 이현승도 시범경기 막판 손가락 부상으로 이탈했다. 전반기 내내 중간계투가 안정되지 않은 근본적인 원인이었다.
개막 초반에도 크고 작은 부상자가 쏟아졌다. 중간계투요원 김강률은 아킬레스건 파열로 시즌 아웃됐다. 외국인타자 잭 루츠는 부상과 동시에 성실성에 물음표가 붙었다. 민병헌, 정수빈 등 토종 주전 야수들은 잔부상 탓에 경기에 기용돼도 베이스러닝이 원활하지 않은 경우가 있었다. 결국 두산은 시즌 초반부터 100% 힘을 발휘하는 게 쉽지 않았다.
그러나 올 시즌 부상자가 거의 없다. 컨디션이 완전치 않은 윤명준, 시범경기서 햄스트링에 부상한 홍성흔 정도를 제외하면 투타 대부분 주전이 정상적인 컨디션으로 시즌을 맞이한 상태다. 김강률과 작년 시즌 후 팔꿈치 뼛조각 제거 수술을 받은 오현택도 시즌 개막에 맞춰 정상적으로 돌아왔다. 지난해 프리미어12에 참가했던 야수들도 최대한 피로를 털어내고 정상적으로 시즌에 돌입했다. 기본적으로 김현수의 공백이 있지만, 두산 특유의 두꺼운 선수층이 절묘하게 보완해내고 있다. 김태형 감독은 "부상관리는 어느 팀이나 가장 많이 신경 쓰는 부분이다. 작년에 비하면 올 시즌에 부상자가 적다. 관리하는 건 지난해와 올해 크게 다르지 않다. 주전들은 시즌 중에도 훈련량을 스스로 조절하게 한다"라고 했다.
▲경험과 여유
시즌 초반 두산을 바라보는 외부의 시선에 "경험과 여유가 붙었다"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실제 우승을 경험하지 못한 선수들이 지난해 빡빡한 포스트시즌 경험을 통해 올 시즌 승부처에서 긴장하지 않고 여유있게 풀어간다는 것이다. 수치로 입증되지는 않지만, 김태형 감독도 인정하는 부분이다. 그는 "아무래도 선수들이 달라진 건 분명히 있다"라고 했다.
과거 SK, 삼성도 그랬다. 좋은 멤버들이 우승을 경험한 뒤 관록이 쌓여 다음 시즌 절체절명의 승부처에서 다른 팀들을 압도했다. 결국 2~4연패로 이어졌다. 두산도 그런 과정을 밟아나가고 있다는 평가다. 15년간 우승을 하지 못했지만, 타자와 투수 개개인의 능력은 최근 수년간 리그 정상급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우승 경험으로 부족한 2%를 채운 느낌이다. 더구나 올 시즌에는 부상자가 거의 없는 상황서 선발진, 불펜진, 타선, 백업까지 각 파트별 구성이 완벽하다. 최근 7연승은 우승 경험이 더해져 전력 시너지 효과가 발생하고 있다는 증거다.
▲잠재적 변수들
단 15경기 치렀다. 아직 129경기를 더 치러야 한다. 시즌은 길고, 변수는 많다. 지금 두산이 선두에 올랐다고 해서 앞으로 선두를 지켜나간다는 보장은 전혀 없다. 다른 팀들보다 좋은 흐름을 빨리 탔다는 지적도 나온다.
"물고 물릴 것"이라는 김 감독의 시즌 전 전망처럼, 몇몇 팀은 전력정비를 마치면 치고 올라올 가능성이 있다. 시즌 전 우승후보로 지목됐던 NC, 윤성환과 안지만이 합류한 삼성 등은 중위권에 있지만, 결국 상위권으로 올라올 후보라는 평가다. 시즌 초반 페이스가 좋은 SK도 운이 좋아서 2위를 달린다기보다 본래 멤버 구성 자체가 좋은 팀이다. 때문에 두산으로선 마음을 놓을 수 없다. 오히려 이제부터 본격적으로 선두다툼에 들어간다고 보면 된다.
두산 내부적으로도 좀 더 전력을 정비해야 한다. 김 감독은 "에반스만 잘 쳐주면 된다"라고 했다. 웃으며 말했지만, 사실이다. 현 상황에선 4번으로 기용되고 있지만, 사실상 계륵이다. 에반스 기용으로 시즌 초반 타격감이 팀에서 가장 좋은 오재일과 최주환이 동시에 선발 출전하지 못하는 실정이다. 결국 에반스가 살아나는 게 최상의 시나리오다. 이밖에 홍성흔과 윤명준의 부상 회복, 컨디션 난조로 1군에서 제외된 함덕주의 회복도 중요한 요소다. 타자들이 전체적으로 타격감이 떨어졌을 때 대처법도 중요하다. 나이가 많은 불펜 필승계투조 이현승과 정재훈의 체력관리도 아주 중요한 요소다. 이런 내, 외부 변수들을 효과적으로 극복해야 선두권에서 순항할 수 있다.
[두산 선수들.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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